[관전평] 9월 19일 LG:기아 - LG, 역부족의 중심 타선

9:6. 점수만 놓고 보면 LG의 전형적인 패배 패턴인 투수진의 붕괴가 원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실질적인 패인은 투수들보다는 야수 즉, 타자들에게 있었습니다.

1회초 선취 득점을 하고도 LG는 1회말 2개의 폭투와 1개의 실책으로 4점을 헌납했습니다. 2개의 폭투 중 하나는 김태군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었기에 사실상 포일과 다를 바 없었고, 2사 1, 2루에서 이재주의 타구를 2루에 악송구한 박경수의 실책은 이후 김상훈의 2타점 적시타로 연결되는 치명적인 클러치 에러였습니다. 박경수는 이재주의 타구를 잡으며 가까운 2루에 던지면 이닝이 종료된다는 다소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치고 달리기 작전이 걸렸는지 이미 1루 주자 김상현이 2루에 거의 도달한 상황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송구였어도 세이프가 될 확률이 높았습니다. 주자의 움직임을 보면서 1루로 송구했다면 1:1로 이닝이 종료되었을 것을, 박경수의 실책이 빌미가 되어 4:1로 벌어졌습니다.

오늘 선발 정재복은 2군에서 상태가 좋아져서 올라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선발로 내정된 존슨이 결국 엔트리에서 말소되어 도저히 선발로 사용할 카드가 없어서 정재복이 구멍 난 선발 자리를 메운 것에 불과했습니다. 만일 존슨이 오늘 등판할 수 있었다면 정재복은 2군에서 재활에 전념하며 시즌을 마쳤을 것입니다. 회복이 덜 된 정재복이 어쩔 수 없이 올라왔으니 야수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는데, 포수와 유격수, 즉 센터라인의 야수들이 흔들리면서 1회말부터 대량실점한 것이 처음부터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가게 된 이유였습니다.

정재복의 구위도 여전히 힘이 없었습니다. 2007년 우규민, 2008년 정재복이 혹사 이후 좀처럼 제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2년 연속 많은 이닝을 소화한 봉중근과 올 시즌 ‘노예’였던 정찬헌이 내년 시즌에 우규민과 정재복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기에 벌써부터 불안합니다.

수비 못지않게 중심 타선의 힘도 떨어졌습니다. 페타지니의 이탈로 4번 타자를 대신한 박병호는 2안타와 볼넷 하나로 그런대로 제몫을 했지만, 박용택과 이진영의 부진이 컸습니다. 이진영은 오늘 5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최근 5경기에서 17타수 2안타의 부진으로 3할 타율을 위협받고 있으며, 타격왕 경쟁 중인 박용택 역시 5타수 무안타로 타율을 까먹었습니다. 어제 4타수 1안타에 그친 이후, 오늘 경기에서 박용택은 스트라이크 존을 완전히 벗어나는 나쁜 공에도 쉽게 방망이가 나가는 등, 타격감이 상당히 흐트러진 모습입니다. 오늘 박용택의 타석에서는 모두 주자가 있었습니다. 1회초 무사 2루, 2회초 1사 1, 3루, 3회초 2사 만루, 6회초 무사 1루, 8회초 1사 3루의 기회가 모두 박용택에 걸렸지만, 박용택은 안타 없이 1타점만을 기록했을 뿐입니다. 특히 가장 아쉬웠던 것은 3회초 2사 만루였습니다. 기아의 세 번째 투수 한기주가 박경수와 김태군에게 연속 2루타로 LG에 5:4 역전을 허용했고, 이후에도 볼넷 2개로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박용택이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추가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만일 박용택이 안타를 터뜨렸다면, 2사였고 2루주자가 이대형이었음을 감안하면 점수는 7:4로 벌어졌을 테고, 한기주는 곧바로 강판당했을지도 모릅니다. 곽정철을 조기 강판시키고 한기주를 올린 것부터 기아는 오늘 경기를 LG에 패해도 괜찮다는 투수 운영을 한 셈인데, LG는 상대가 차려준 밥상도 걷어찬 셈입니다. 결국 한기주는 이후 3이닝 동안 무실점하며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반면 기아의 중심 타선은 결정적인 순간에 장타로 팀을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5:4로 재역전당한 3회말 최희섭의 솔로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4회말에는 6:5에서 나지완의 2점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페타지니가 제외된 중심 타선의 힘은 기아에 비해 더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상으로 인해 스스로 1군 제외를 요청한 페타지니가 결장하자마자, 무수한 기회를 중심 타선이 살리지 못하고 패하는 것을 보면, 페타지니의 비중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내일 경기 선발 매치업을 보면, 기아의 서재응을 상대로 LG 타자들이 어느 정도 공략할 수 있겠지만, 과연 김광수가 기아의 중심 타선을 상대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승리를 전망하기 쉽지 않습니다. 설령 내일 승리한다 해도, 한 시즌 동안 19번을 만나, 단 3번 밖에 이기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메이저리그팀과 마이너리그팀의 경기도 아니고, 같은 리그의 팀들 사이에서 이처럼 엄청난 승패차가 존재한다니, 어처구니없을 뿐입니다.

by 디제 | 2009/09/19 21:31 | 야구 | 트랙백 | 덧글(3)

트랙백 주소 : http://tomino.egloos.com/tb/423808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LorD_Ken at 2009/09/20 00:03
엘지 경기에 관한 리뷰를 많이 보는듯 하네요. 엘지 관련 포스팅을 찾다보니.. ㅠ_ㅠ.
내년에는 과연 제대로 된 팀 리빌딩이 될 수 있을런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개인적으로, 존슨의 빠른 게임 패턴이 참 맘에 들었는데..ㅠㅠ

조금은 일찍 시즌을 마감하게 되었지만, 존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디제 at 2009/09/20 10:18
존슨은 부상으로 인해 차일피일 등판을 미루다 결국 엔트리에서 말소되었으니, LG에서 재계약을 포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두 경기는 인상적이었지만, 이후에는 부진했습니다.
존슨에 대한 제 의견은 링크를 참고해주십시오.
http://tomino.egloos.com/4237509
Commented by 흑곰 at 2009/09/20 01:38
이상하게 LG만 만났다 하면 호랑이 기운이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