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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 9월 11일 LG:삼성 - 류택현, 드러나지 않은 수훈갑 야구

이긴 것이 신기한 경기였습니다. 경기 내용이 매우 좋지 못했습니다.

13안타와 4볼넷, 5개의 도루와 상대 수비의 2개의 실책을 얻고도 LG는 고작 3득점에 그쳐 끝까지 마음 놓을 수 없었습니다. 1회초 2사 2루, 2회초 2사 1, 3루, 3회초 2사 2루, 5회초 1사 1, 2루, 7회초 2사 1, 2루, 8회초 2사 1, 3루, 9회초 무사만루의 기회를 LG는 단 한 번도 살리지 못하며 모두 잔루로 남겨뒀습니다. 이처럼 무수한 득점권 기회를 날린 것은 집중력 부재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1회말 선취 실점은 박경수의 악송구 실책에서 비롯되었고, 6회말 선두 타자로 나온 박석민의 뜬공을 정주현이 잡지 못하며 무사 2루의 위기를 자초했기에, 봉중근의 2실점은 모두 비자책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정주현은 오늘 수비에서 여러 차례 불안을 노출했습니다. 4회말에는 1사 1, 2루에서 채상병의 땅볼 타구를 놓치는 바람에 병살로 연결시키지 못해 이닝 종료에 실패했고, 2사 1, 3루의 위기가 계속되었습니다. 6회말에는 박석민의 뜬공 처리 실패 이외에, 1사 1, 2루에서 김창희의 뜬공을 잡은 우익수 안치용의 송구를 중계하는 과정에서 놓쳤습니다. 발 빠른 2루 주자 김상수가 3루를 거쳐 홈을 팠더라면 자칫 동점이 될 뻔 했습니다. 7회말 1사 1루에서 최형우의 유격수 땅볼을 병살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1루로 향하는 송구도 불안했습니다. 1루수 최동수가 안정적으로 처리하지 않았다면 송구가 뒤로 빠지며 이닝 종료에서 실패하며 2사 2루의 동점 위기를 맞이할 뻔 했습니다.

4강행이 물거품이 된 시즌 말미가 되어서야 신인들을 1군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비판적인 의견도 있지만, 타격은 둘째 치고 수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신인이라면 1군에서 기용하기 힘든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단순히 1군에서 많이 출장한다고 수비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며, 백업 요원으로 벤치를 덥힐 바에는 차라리 2군에서 전 경기를 소화하며 수비 능력을 향상시키는 편이 낫습니다. 만일 오늘 경기를 패했다면 정주현은 두고두고 수비에 트라우마를 가질 뻔 했습니다.

이미 삼성과의 앞선 2경기에서 모두 패한 상황에서 오늘도 패했다면 LG는 향후 9연패의 늪에 빠질 뻔 했습니다. 오늘 경기 이후 선두 다툼이 치열한 SK와 기아를 상대로 각각 3연전씩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LG의 선발 투수진으로 최상의 집중력을 과시하는 SK와 기아와 맞서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타선과 수비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도 승리로 이끈 에이스 봉중근을 비롯한 투수진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봉중근은 6이닝 동안 9피안타와 2사사구를 내주면서도 2실점 무자책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11승째를 거뒀습니다. 이제는 봉중근을 보면 승패는커녕, 팔꿈치 부상을 무릅쓴 등판이라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봉중근에게 중요한 것은 승수를 쌓거나 최다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부상을 추스르며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팬들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봉중근의 고집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듯합니다.

봉중근에 뒤이은 류택현 - 경헌호 - 오상민의 호투도 돋보였습니다. 세 명의 구원진은 3이닝 동안 삼성의 타선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습니다. 특히 7회말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홀드를 추가한 류택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나이 서른아홉의 류택현은 올 시즌 LG가 소화한 124 경기 중 절반이 넘는 69경기에 나서며 8개 구단 투수 중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소화 이닝은 45.2이닝으로 많지 앉지만, 나이와 팔꿈치의 상태를 고려하면 과연 내년에도 올해처럼 제몫 이상을 해줄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2007년 81경기에 등판한 이후, 2008년에는 부상으로 인해 38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고, LG는 최하위로 추락한 바 있습니다.

류택현은, 1994년 유지현 지명에 실패한 OB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지만,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항상 유지현에 비교당하며 OB의 대표적인 지명 실패 사례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전성기를 누리던 LG팬들이 당시 류택현을 바라보는 시선은 유지현, 서용빈, 김재현과 비교하며 냉소에 가까운 것이었고, OB팬들의 시선은 ‘왜 이런 선수를 지명했느냐?’하는 자학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1999년 LG로 트레이드된 이래, 당시 신인 3인방이 모두 LG 유니폼을 벗은 이후, 류택현은 묵묵히 LG의 마운드를 지금까지 책임지고 있습니다. 현재 LG 불펜진 중에 가장 믿음직한 투수가 류택현이며, 그가 내년 LG의 불펜 구상에서도 여전히 핵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류택현을 보고 있으면 야구도, 인생도 긴 것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며, 최후에 웃는 자가 승자라는 진부한 경구를 새삼 떠올리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