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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파’ 총력 리뷰 애니메이션

※ 본 포스팅에는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파’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V판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제1화 ‘사도, 습격’에서 제6화 ‘결전, 제3 신도쿄시’를 98분으로 압축해 2007년 가을 일본에 개봉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서’(이하 ‘서’)에 뒤이어, 2년여 만에 공개된 속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파’(이하 ‘파’)는 TV판 제8화 ‘아스카, 내일’에서 제19화 ‘남자의 싸움’을 108분의 러닝 타임으로 압축했습니다. ‘’가 세세한 설정 외에는 서사구조의 측면에서 TV판과 대차가 없었던 것과 달리, ‘파’는 원제의 한자어 ‘破 ’가 암시하듯, 신 캐릭터 마키나미 마리 일러스트리어스가 추가되는 등 내러티브가 큰 폭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파’는 네르프의 북극 기지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에바 가설 5호기에 처음 탑승한 마리가 제3사도와 대결하는데, 네 개의 다리에 주행 유니트가 장비된 가설 5호기가 신설정인 것처럼, 제3사도 역시 신설정입니다. TV판에서는 제3신도쿄시에 15년 만에 나타난 사키엘이 제3사도였는데, ‘’에서 사키엘이 제4사도로 순번이 밀린 이유가 ‘파’의 서두에서 밝혀진 것입니다. 제3사도는 머리만 사키엘과 닮았을 뿐, 목이 긴 강아지처럼 다소 나약한 인상인데, 가설 5호기 역시 이름처럼 강력한 성능은 아니라, 둘의 전투는 호각을 다툽니다. 카지가 비밀리에 준비한 자폭 장치가 작동하면서 가설 5호기의 제한 시간이 다가오자, 전투를 즐기는 마리는 온 힘을 다해 제3사도를 퇴치하면서 가설 5호기로부터 탈출합니다. 가설 5호기와 제3사도의 대결 장면에서는 카지 역의 성우 야마테라 코우이치의 영어 대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제3사도와 함께 가설 5호기는 대폭발하고, 카지는 비행기 편으로 일본으로 향합니다.

‘파’의 타이틀 로고가 뜬 이후, 배경은 TV판 제15화 ‘거짓과 침묵’의 공동 묘지로 옮겨집니다. 신지는 겐도와 함께 유이의 묘지를 참배하는데, 유이의 유체도 없고 사진도 남지 않았다는 대화는 TV판과 같습니다. 레이가 탑승한 수송기 편으로 겐도가 떠나는 것은 TV판과 동일하나, 신지는 미사토와 함께 돌아오는 도중 제7사도의 습격을 받습니다. 이때 공중에서 투입된 아스카의 에바 2호기가 극장판의 신설정인 석궁과 같은 무기로 제7사도를 공격하다 육탄 돌격으로 격파합니다. 군함에서 2호기에 탑승해 바다에서 사도를 격퇴하는 노란색 미니 원피스 차림의 TV판의 아스카와 달리, ‘파’에서는 플러그 슈트차림으로 에바 2호기에 탑승해 수송기에서 투입되어 공중전으로 사토를 퇴치합니다. 미사토의 소개로 풀네임이 처음으로 언급되는 아스카의 본명은 시키나미 아스카 랑그레로 바뀌었으며, 대위 계급의 정식 군인입니다. TV판의 아스카와의 큰 차이점은, TV판과 마찬가지로 봉제 인형에 집착하지만 죽은 어머니에 대한 집착은 결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단지 자신이 최고임을 증명하기 위해 에바에 탑승한다는 것입니다. 또래의 남자들을 경멸하는 것은 TV판과 동일하지만, 그렇다고 카지를 동경하는 장면은 없습니다. 카지와 아스카는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으며, 카지는 아스카가 아니라 마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마리는 TV판의 아스카처럼 카지를 동경하지는 않습니다.

신지와 아스카는 미사토의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됩니다. TV판과 ‘’에서 반복되었던 펭펭에 놀라 알몸을 드러내는 신지의 모습을 패러디해, ‘파’에서는 아스카가 펭펭에 놀라 알몸으로 욕실에서 튀어나옵니다. 맥주캔과 스트로를 이용해 절묘하게 아스카의 몸을 가린 작화에 뒤이어, 놀라 얼굴을 붉히는 신지를 아스카가 발로 얼굴을 차 때려눕히는 것으로 유쾌한 패러디 시퀀스가 마무리됩니다.

신지 일행은 카지의 초대로 일본 해양생태계 보존 연구기구를 견학합니다. 세컨드 임팩트의 여파로 모든 바다가 붉게 물들어 생명이 살게 될 수 없기 때문에, 세컨드 임팩트 이전의 해양생태계를 복원한 것인데, 레이는 신지에게 ‘이곳에서 밖에 살 수 없기 때문에 나와 같아’라고 말합니다. 아스카는 레이와 친밀한 신지를 질투합니다. 견학을 마친 후, 신지가 준비한 도시락을 모두 맛있게 나눠 먹지만, 고기를 먹지 못하는 레이는 도시락에 손도 대지 못하고 토우지에게 강탈당합니다. 대신 신지는 따뜻한 미소시루를 주자 레이는 맛있어 합니다. 이후부터 음식은 ‘파’의 중요 소재로 활용됩니다. 신지는 카지에게 미사토가 동행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합니다. 카지는 미사토가, 혐오했던 아버지에 의해 세컨드 임팩트에서 목숨을 건졌던 사실을 신지에게 알려줍니다. TV판 제12화 ‘기적의 가치는’에서처럼 미사토가 나무 십자가 목걸이를 아버지로부터 받는 것은 동일하지만, 동화가 아닌 정지컷으로 제시되며, 천사나 성인과 같이 머리 위에 원을 두른 네 기의 사도와 이들의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개의 롱기누스의 창으로 세컨드 임팩트가 일어났다고 암시된다는 점에서, 아담 홀로 세컨드 임팩트를 일으킨 TV판과 다릅니다.

TV판처럼 아스카는 학교에서 신지와 레이를 비롯한 아이들과 같은 반이 되고, 자신의 도시락을 싸오지 않은 신지를 타박하다, 토우지에게 ‘부부 싸움’이라고 놀림 받기도 하며, 레이의 도시락을 준비한 신지를 질투하기도 합니다. 겐도와 후유츠키가 달의 네르프 기지의 에바 6호기 건조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네르프 본부를 비운 사이, 구형의 거대한 제8사도가 상공으로부터 네르프 본부를 노립니다. 작전 지휘권을 맡은 미사토는, ‘혼자로도 충분하다’는 아스카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무시하고, 사도의 낙하지점을 추정할 수 없기에, 3기의 에바의 합동 작전을 입안합니다.

한편, 달 기지를 셔틀에서 확인한 겐도와 후유츠키는 ‘6호기는 계획에 없던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도, 6호기 손가락 위에 산소통이나 헬멧도 착용하지 않은 채, 플러그슈트는 입었지만 맨 얼굴의 카오루를 보고 놀랍니다. 겐도와 후유츠키는 카오루의 정체를 정확히 모르지만, 카오루는 둘을 알아보며, ‘처음 뵙겠습니다, 아버지.’라고 말합니다. TV판에서는 없었던 추가 장면입니다.

제8사도가 제3도쿄시 상공에 낙하하자, 3기의 에바는 엄청난 속도로 제3신도쿄시의 빌딩들을 헤치며 사도에 근접합니다. 이 부분은 TV판보다 대폭 작화가 추가되어 엄청난 박력과 속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되었습니다. 특히 상공을 향해 뛰어 올라가는 초호기의 모습은 매우 멋집니다. 제8사도와 가장 먼저 접촉한 초호기는 양팔을 뻗어 막으려 하지만, 제4사도와 비슷한 모양의 기괴한 인간형 사도가 튀어나와 초호기의 양손을 창의 형태로 변한 팔로 찌릅니다. 신지는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견디고, 레이의 영호기가 가세합니다. 결국 아스카의 2호기가 사도의 코어를 파괴합니다. 아스카는 이 과정에서 혼자서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제8사도를 격파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으며 공을 세우며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고 기뻐하는 신지를, 아스카는 ‘아버지 빽’(七光り ; 겐도의 후광에 힘입어 에바의 파일럿에 되었다는 의미)이라 부르다가 TV판과 마찬가지로 ‘바보 신지’로 부릅니다. 제9화 ‘순간, 마음, 하나 되어’에 등장했던 신지와 아스카의 우연한 동침 장면이, ‘파’에서는 홀로 잠들기 외로운 아스카의 의도적인 행위로 바뀝니다. 따라서 단순히 잠만 함께 자다가 아스카에 몰래 키스하려다 포기했던 TV판의 신지와 달리, ‘파’에서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며 보다 친밀해지는 것으로 바뀌며 신지의 키스 시도는 없습니다. 한편, 신지는 카지에 이끌려 그의 수박밭에서 함께 밭일을 하는데, 미사토를 좋아하느냐는 카지의 질문을 부정하지 못합니다. 카지는 자신이 미사토를 지킬 수 없으니 신지에게 지켜 달라고 부탁합니다.

레이는 신지와 겐도의 부자 관계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 겐도와의 둘만의 저녁 식사 도중 자신이 주최하는 회식을 제안합니다. 거절하려던 겐도는, 레이에게서 유이의 모습이 겹쳐지자 레이의 제안을 수용합니다. 레이는 손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요리를 연습하고, 아스카 역시 레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연습합니다. 레이는 신지와 아스카뿐만 아니라 미사토와 리츠코, 겐도까지 포함해 초청장을 돌립니다. 네르프 본부에서 우연히 레이와 아스카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TV판 제22화 ‘적어도, 인간답게’의 명장면이 반복됩니다. 아스카가 언쟁 끝에 레이의 뺨을 때리는 것으로 마무리된 TV판과 달리, 레이를 ‘겐도의 편애’(えこひいき)라고 부르며 뺨을 때리려는 아스카의 손을 레이가 막아내는 것으로 바뀝니다. 아스카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레이의 손도 상처투성이라는 사실에 동질감을 느끼고, 신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습니다. 레이는 신지나 겐도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따끈따끈해진다고 얼굴을 붉히며 답합니다. 아스카는 알았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그건 바로 좋아한다는 의미가 아니냐며 투덜거립니다. 한편, 신지는 학교 옥상에 누워 SDAT를 듣다 낙하산으로 잠입한 마리와 조우합니다. 냄새에 집착하는 마리는 신지에게 LCL의 냄새가 난다며, 에바 파일럿임을 알아차립니다.

네르프 미국 지부에서 에바 4호기가 기지와 함께 소멸하자, 에바 3호기가 일본으로 건너오게 됩니다. ‘한 국가는 에바를 세 대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극장판의 신설정인 바티칸 조약에 의해 에바 2호기는 봉인되고, 아스카는 강한 불만을 터뜨립니다. 에바 3호기의 기동 실험을 앞두고, 겐스케는 에바 3호기의 파일럿이 누가 될 것인지 강렬한 호기심을 드러내지만, TV판과 달리 정말로 토우지는 동생의 퇴원을 위해 결석을 한 것뿐이고, (TV판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토우지의 여동생이 실제로 두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에바 3호기의 파일럿이 된 것은 아스카입니다. 미사토가 에바 3호기의 파일럿을 정하지 못한 가운데, 레이의 회식 모임과 에바 3호기의 기동 실험이 겹쳐지자, 아스카가 회식 모임이 취소되지 않도록 자원한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레이는 아스카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2호기 전용 플러그 슈트보다 몸 안이 훤히 비쳐 보이는 3호기용 플러그 슈트에 불만을 나타나면서도 아스카는 미사토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자신의 본심을 솔직히 드러내며 TV판보다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에바 3호기는 대폭발과 함께 제9사도로 변하고, 영호기의 수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초호기만이 출격하지만, 신지는 제9사도의 엔트리 플러그 안에 아스카가 탑승해 있다는 것을 알고 전투를 거부합니다. TV판과 달리 기존의 두 팔 이외에 어깨에서 인간 형상의 팔 두 개가 더 튀어나온 제9사도는, 초호기의 목을 조릅니다. 위기에 빠져도 전투를 거부하는 신지의 행동에, 겐도는 더미 플러그의 발동을 지시합니다. 더미 플러그의 발동은, 단순히 모니터 상으로만 드러났던 TV판과 달리, ‘파’에서는 인간의 상반신을 닮아 양 팔을 지닌 기괴한 형상의 더미 플러그가 조종석 뒤쪽에서 출현하여 신지를 대신해 조종간을 컨트롤합니다. 신지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더미 플러그가 발동한 초호기는 제9사도를 압도합니다. TV판보다 더욱 잔인하게 제9사도를 뜯어 발기며 일부를 섭취한 초호기는 제9사도의 엔트리 플러그를 꺼내 이빨로 부러뜨립니다. 미사토는 팔에 경상을 입고 깨어나고, 신지는 아스카를 죽일 뻔 했다는 사실에 분노해 지오 프런트의 네르프 본부 위에 올라 불만을 터뜨립니다. 겐도는 신지의 불만을 무시하고 LCL의 압축 농도를 한계까지 올려 신지의 정신을 잃게 합니다. 한편, 아스카는 목숨은 건졌지만, 깨어나지 못한 채 사도에 의한 정신 오염이 의심되어 격리됩니다. 신지는 더 이상 에바에 탈 수 없다며 미사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파일럿을 그만 두고 집을 떠납니다. 신지는 겐도에게 받은 SDAT를 버리지만, 레이는 이를 쓰레기통에서 주워 간직합니다.

신지가 제3신도쿄시를 떠나기 위해 탑승한 전철 안에서, 제10사도의 습격을 눈치챕니다. 신지는 대피소에 들어가고, 미사토도 모르는 사이, 마리가 에바 2호기에 탑승해 제10사도와 혈투를 벌입니다. 마리는 에바 2호기에서 아스카의 냄새를 맡으며, ‘타인의 냄새도 나쁘지 않아’라고 말합니다. 기존의 2호기의 전투력으로는 최강의 제10사도를 상대로 도저히 싸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마리는 ‘더 비스트’라는 암호를 구두로 발동, 2호기의 온 몸에서 리미터가 배출되고 얼굴도 긴 이빨을 드러내며 네발짐승처럼 싸웁니다. 엔트리 플러그의 조종석에서 일어나 혼신을 힘을 다해 싸운 마리의 투혼에도 불구하고 2호기는 제10사도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사지를 절단당합니다. 이때 레이의 에바 영호기가 TV판과는 달리, 거대한 N2 미사일을 손에 들고 자폭을 기도합니다. 마리의 2호기가 가세해 제10사도의 AT 필드를 열어젖히지만, 영호기의 N2 미사일이 코어에 직격을 가하기 직전, 새로운 AT 필드가 형성되고, 영호기는 대폭발에 말려듭니다. 영호기가 폭발에 말려들기 직전, 레이는 마리의 2호기를 내던지며 ‘고맙다’고 답례합니다. 만신창이가 된 2호기는 신지가 있던 대피소로 날아가고, 마리는 신지를 2호기의 손으로 들어올려, 영호기가 제10사도에 잡아먹히는 장면을 목격하게 합니다. 제10사도는 영호기의 머리를 뱉어내고 나머지 부분을 섭취한 뒤, 인간 여성의 몸통을 지닌 형상으로 변형합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신지는 분노하며, 카지의 수박밭을 뒤로 하고 네르프 본부로 향해 달려갑니다. 달리는 신지의 뒤로, 처음 수박밭이 등장하는 장면부터 반복 제시된 ‘두 개가 연결된 수도꼭지’ 장면이 다시 한 번 삽입됩니다. 이는 신지와 주변 사람들 간의 인연을 상징합니다. 겐도는 초호기의 더미 플러그를 발동시키려 하지만, ‘그녀’가 끝내 거부하고, 결국 초호기에는 신지가 탑승합니다.

영호기를 흡수한 제10사도는 네르프 본부에 식별 신호가 영호기로 바뀌며, 사도와 접촉하면 발동되는 자폭 장치가 무력화됩니다. 제10사도가 네르프 본부 사령실에 나타난 절체절명의 순간, 신지의 초호기는 왼팔을 잃으면서도, 제10사도를 지오프런트 밖으로 밀쳐냅니다. 레이만은 잃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의 신지의 초호기는,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미사토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머리에서 천사의 원을 나타내며 신으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제10사도를 압도한 초호기는, 코어에 접근해 레이를 찾습니다. ‘에바 안에서밖에 살 수 없어’라며 초호기에 등을 돌리고 있던 레이는 신지의 강렬한 의지에 감화되어 손을 잡습니다. 신지의 손에는 자신이 버렸지만 레이가 보관해두었다 전투에 지니고 나간 SDAT가 잡힙니다. 거대한 레이의 형체가 제10사도의 코어 밖으로 튀어 나오며, 제10사도는 소멸하고, 서드 임팩트가 시작됩니다. 겐도와 후유츠키는 레이를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원하던 대로 되었다며 만족해합니다. 이 장면의 연출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서드 임팩트 장면과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어둠 속에서 엔드 크레딧이 오르며, ‘’의 주제가인 ‘Beautiful World’를 편곡한 ‘Beautiful World -PLANiTb Acoustica Mix-’가 흐릅니다. 그리고 다음 편의 예고편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서드 임팩트의 순간 초호기와 닮은 카오루의 에바 6호기가 상공에서 나타납니다. 에바 6호기의, 롱기누스의 창과 유사한 거대한 창이 초호기를 봉인하며 서드 임팩트는 중단됩니다. 카오루는 ‘이번에야말로 신지를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미사토 역의 성우 미츠이시 고토노의 성우로 세 번째 극장판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Q(Quickening)’(이하 ‘Q')의 예고가 흐릅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급(急)’에서 제목은 바뀌었지만 결국 일본어 발음은 동일한 셈입니다. 카오루는 TV판과 마찬가지로 에바 6호기로 센트럴 도그마에 침입하고, 한쪽을 눈을 잃은 아스카는 에바 2호기와 같은 물체 위에 올라간 컷으로 부활을 암시합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이 ‘기동전사 Z건담’의 극장판 3부작에서 영향을 받은 기획이라는 점을 ‘’의 총력 리뷰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 ‘기동전사 Z건담 - 별을 잇는 자’의 호평 및 흥행에도 불구하고, ‘기동전사 Z건담 Ⅱ - 연인들’(이하 ‘연인들’)의 중구난방 서사구조는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실패로 귀결되어, 궁극적으로는 ‘기동전사 Z건담 Ⅲ - 별의 고동은 사랑’까지 실패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이는 ‘연인들’이 TV판의 압축 그 이상의 요소를 찾을 없었던, 일종의 안주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은 ‘’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글자그대로 기존 TV판을 ‘파’에서 과감히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신 캐릭터를 비롯한 새로운 요소들을 삽입하며 과감히 승부를 걸었고 이것이 주효했습니다.

아스카의 성우 미야무라 유우코의 활동이 뜸해지면서, 과연 ‘파’에 출연한 것인지 관심을 모으며, 히라노 아야가 대체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결국 미야무라 유우코가 기존의 아스카 역을 소화했습니다. 하지만 아스카는 중반부 이후부터는 등장하지 않으며 아스카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마리입니다. 마리는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체크 미니 스커트의 스쿨걸룩 차림으로, 기존의 ‘에반게리온’의 캐릭터들과는 상당히 이질적입니다. 기존의 캐릭터들이 선이 복잡한 미형의 캐릭터로 얼굴에 복잡한 표정을 드러냈다면, 캐릭터 디자이너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최근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썸머워즈’에서 그랬듯이 마리는 선이 단순하며 표정 변화가 적은 편입니다. 이는 잡지 ‘뉴타입’의 인터뷰를 통해 의도적인 것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아스카가 전투를 통해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채우는 자존심 강한 캐릭터라면, 마리는 전투 그 자체를 즐기며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열혈 캐릭터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파’에서 처음 등장하지만, 'Q'에는 등장하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일회성 캐릭터가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마리는 제10사도와의 격전에서도 살아남았고, ‘Q’의 예고편에도 등장했습니다. 설령 ‘Q’ 이후에 마리가 전사하더라도 상당한 임팩트를 남기는 장면이 연출될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기존의 캐릭터들도 TV판에서 상당 부분 변화했습니다. 우선 작화 면에서 TV판과 다른 것은 둘째 치고, ‘’와도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입니다. 신지는 겐도의 관심을 갈구하고, 레이는 고마움을 표출할 줄 아는 소녀로 바뀌었으며, 아스카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 나갑니다. 거만한 아스카가 그리운 일부 팬들 입장에서는, 아스카의 변화가 탐탁치 않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Q’에서 부활할 아스카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그랬듯이, 극적으로 TV판과 같은 자신만만한 모습을 되찾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합니다. 토우지는 에바 파일럿이 되지 못하면서 양념 캐릭터에 머무는 것으로 비중이 축소되었습니다.

에바와 사도의 전투가 상징하는 오락성도 TV판은 물론이고, ‘’에 비해서도 크게 강화되었습니다. 108분의 러닝 타임 동안 5기의 사도가 등장해 쉴 새 없이 전투 장면이 이어지는데, TV판에 비해 디테일하게 강화된 사도의 설정은, 14년 전 TV 방영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 기술적 측면에서 향상된 CG의 도움을 받아, 더욱 강력하고 기괴한 것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사도와 맞서는 에바의 신설정 또한, 에바 2호기의 비스트 모드를 비롯해 추가되면서, 과연 ‘Q 이후에 얼마나 더 박력 있는 전투 장면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힘이 넘칩니다.

‘파’는 영리한 작품입니다. 서사구조와 캐릭터를 상당 부분 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TV판 제20화 ‘마음의 형태, 사람의 형태’부터 당장 시작하며 신지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정리했습니다. 따라서 차기작 ‘Q’가 어떤 서사구조를 택할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과는 어느 정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일지, 새로운 형태의 서드 임팩트는 어떤 것일지, 해피엔딩을 택한다 해도 죽음을 맞을 캐릭터는 누구일지 예상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의 개봉 당시, ‘파’는 2008년 공개될 것이라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로부터 1년이 더 지난 올 여름이 되어서야 ‘파’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동시에 묶어 개봉될 것으로 보이는 ‘Q’와 최종 극장판의 실체는 아마도 2011년쯤에나 드러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그보다는 먼저 한글 자막을 입은 ‘파’를 서울 극장가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서’ 총력 리뷰
에반게리온 서 - 신극장판의 영화적 정합성


덧글

  • 大望 2009/08/25 10:24 #

    리뷰 잘봤습니다. 이미 70%쯤 감상한 기분이 드네요.^^
    알고 봐야 더 재미있는게 에반게리온이니까요.
  • 시대유감 2009/08/25 12:18 #

    도무지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되었군요. '서' 가 얌전한 리믹스였다면 '파' 는 완전한 해체에 재조합 + 피쳐링까지 새롭게 집어넣은 듯.
    근데 아스카가 대위라니 좀 우습기도 하네요. 건달이랑 비교하면 아무로의 최종계급이 대위 아니었던가요? 하긴 그렇게 치면 소령인 미사토는 아무로보다 높나..
    카오루의 대사를 보면 본격 '패러랠 월드' 드립이 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 TV판, 극장판, 게임, 코믹스 등의 세계가 모두 등장한다던가 하면 재밌겠네요.
  • Sengoku 2009/08/25 14:57 #

    역시, 에반게리온!
  • mithrandir 2009/08/25 15:46 #

    말씀하신대로 정말 "영리한" 작품입니다.
    분명 tv판과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정작 큰 줄기는 그대로이기에,
    tv판을 완전히 뒤집어버리든, tv판-엔드오브에바를 그대로 답습하든,
    어느쪽이든 가능한 상황이거든요.
    심지어 예고편의 몇몇 장면도 마찬가지.
    그중에서도 아스카의 역할이 어떻게 될지는 전혀 예측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네요.
  • 듀얼콜렉터 2009/08/25 16:03 #

    지금 일본에 있는중인데 저도 보러갈 생각이었는데 이 글을 보고 더욱 보고 싶어졌습니다 ^^; 어느 극장에서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 디제 2009/08/25 16:05 #

    저는 이케부쿠로의 시네리브르에서 봤습니다. 극장이 작지만 조용해서요. 두 번 봤는데, 밤 9시 회차를 보면서 조금 싸게 볼 수 있었습니다. ^^
  • 듀얼콜렉터 2009/08/25 21:05 #

    아, 그러시군요. 이케부쿠로에 들렀을때 그 극장을 본듯 싶습니다, 션샤인시티 가는 길목에 있던 극장중 하나가 에반게리온: 파를 상영하는데 거기 같네요~ 9시 이후에 싼가 보군요, 참고하겠습니다, 꼭 거기로 보러가야 겠네요 :)
  • nOiZe 2009/08/25 20:58 #

    글의 어느부분부터 스포일러라고 알려주시면 그 앞부분까진 읽을 텐데요 ㅋㅋㅋ
  • 죄다 2009/08/25 22:01 #

    저는 신주쿠의 발트9에서 봤습니다. 정말 재미있더군요. ^^;
  • 시엔 2009/08/26 19:05 #

    한국에서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ㅜㅜ
  • 페리 2009/08/31 12:29 #

    리뷰 잘 읽었습니다 ;ㅂ;
    부디 한글자막으로 한국의 극장에서도 볼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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