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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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 8월 21일 LG:롯데 - LG, 호수비가 만든 승리 야구

3점차의 넉넉한 상태에서 낙승이 예상되던 분위기에서, 9회말 올라온 마무리 이재영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9회말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전혀 마음 놓을 수 없었던 피 말리는 접전 끝에 LG가 8:7 케네디 스코어로 승리했습니다. LG는 갈 길 바쁜 롯데를 4연패로 주저 앉혔습니다.

점수만 놓고 보면 난타전의 양상이었지만, 승부가 갈린 것은 수비였습니다. 롯데는 6회초 유격수 김민성의 중계 플레이 실책과 9회초 중견수 김주찬의 포구 실책이 모두 실점과 연결되었습니다. 특히 9회초 김주찬의 실책이 매우 컸는데, 2사 1루에서 이진영의 우중간 가르는 타구를 김주찬이 제대로 포구했다면, 1루 대주자 안치용이 홈으로 파고든다 해도 생환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적실이 되며 안치용이 홈을 밟아 8:5 3점차로 벌어지면서, 9회말 이재영이 극심한 난조로 2실점 했어도 승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LG의 수비는 매우 탄탄했습니다. 5회말 1사 2루에서 홍성흔의 직선타를 3루수 박용근이 점프하며 잡아냈고, 7회말 2사 2루에서는 강민호의 타구를 유격수 권용관이 다이빙 캐치하고 정확히 1루에 송구해 모두 실점하지 않고 이닝을 종료시킬 수 있었습니다. 두 개의 파인 플레이 중 하나만 나오지 못했어도 LG는 9회말 역전패를 당했을 것입니다.

오늘 경기의 결승타는 5:5로 맞서던 8회초 1사 만루에서 권용관이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자칫 득점 기회를 무산시킬 수 있었던 순간에 터진 이대형의 2타점 중전 적시타였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6회말 김광수가 흔들리며 재역전당한 분위기를 일거에 뒤집는 7회초 박용택의 동점 홈런이 더욱 소중했습니다. 6회말 재역전당한 이후, 7회초 타순이 좋았지만 테이블 세터진이 무기력하게 물러나며, 자칫 무득점에 그칠 뻔 했습니다. 만일 박용택까지 범타로 물러나 삼자 범퇴가 되었다면, 7회말 롯데의 타순이 한참 잘 맞고 있는 홍성흔부터 시작해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니 추가 실점으로 점수차가 벌어지면서 무너졌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럴 우려가 있던 순간 박용택이 기술적으로 만든 개인 통산 100호 좌월 동점 홈런 덕분에 분위기가 바뀌었고, 8회초와 9회초의 연속 득점이 가능했습니다.

7회말 등판해 종반 2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 투수가 된 경헌호의 투구도 훌륭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패전 처리에 머물렀고, 중반에는 2군에서 머물렀지만, 기존 투수들의 줄 부상에 이어 정찬헌까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며 마땅한 셋업맨이 없는 상황에서 경헌호가 의외의 호투를 했습니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방출설까지 나돌던 경헌호였지만, 이처럼 쏠쏠하게 활약해준다면 내년에도 상당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경헌호가 구위로 승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면, 풍부한 경험을 살려 최근처럼 볼넷을 줄이며 제구를 잡아가는 방식으로 살 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에 반해 선발 김광수의 투구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롯데의 중심 타선보다도 하위 타선과의 승부에 실패하면서 실점을 반복했는데, 특히 6회말 김광수의 투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안타까웠습니다. 6회초 타선이 터지면서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는데, 6회말이 시작되자마자 두 타자에 던진 두 개의 공이 모두 몸에 맞는 공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우선 아쉬웠습니다. 선두 타자에게 안타는커녕 볼넷을 내주는 것보다 더욱 좋지 않은 것이 몸에 맞는 공인데, 8회초 LG의 재역전 역시 이정훈이 이진영에게 내준 몸에 맞는 공에서 비롯되었음을 감안하면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1사 2, 3루에서 김민성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싶었지만, 김주찬과 승부를 고집하다 2타점 역전 중전 적시타를 맞은 것은, 강판되며 김광수 본인이 깨달았듯이, 무리한 승부였습니다. 김주찬을 거르고 정수근은 오상민이나 류택현에게 맡기는 편이 나았습니다. 투수진 거의 전체가 부상에 시달리는 와중에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잔 부상에 걸리지 않고,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제몫 이상을 해내고 있는 김광수이지만, 아직 이런 점은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9회말 1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간신히 세이브를 얻은 이재영의 투구는 전반적으로 높았습니다. 점수는 8:6, 1사 1, 2루에서 가르시아의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지 않고 단타에 그친 것이나, 1사 만루에서 박종윤의 직선타가 어깨가 좋은 이진영에게 걸린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만일 가르시아의 타구가 넘어갔으면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이 되었을 것이고, 박종윤의 타구가 외야수가 잡을 수 없는 곳에 떨어졌으면 끝내기 안타, 어깨가 좋지 않은 박용택이나 이대형에게 갔다면, 동점 희생 플라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만일 9회말을 동점으로 막아내고, 연장전에 접어든다 해도, 계투 싸움에서 LG가 승리할 확률은 희박했습니다. 이재영의 오늘 부진은 단순히 컨디션 난조라기보다 어깨가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만일 그렇다면 이재영 역시 2군에 내려 보내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 편이 낫습니다. 4강행이 어려워도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자칫 내년 시즌 개막부터 부상 선수들을 잔뜩 끌어안고 출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