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 8월 16일 LG:롯데 - 실속 없는 LG의 종반 추격 팀 컬러

1990년과 1994년 LG의 두 번의 우승 당시를 돌이켜 보면, 1회부터 타자들이 무섭게 몰아치며 상대 선발 투수를 일찌감치 강판시키고, 반면 LG의 선발 투수들은 큰 점수차를 안고 편안히 맞춰 잡으며, 중반 이후에는 백업 요원들을 투입해 주전들의 체력을 비축시킨 바 있었습니다. 1990년 당시 신인 포수 김동수가 선발 출장해 타격으로 점수를 벌어놓으면, 7회 이후부터는 ‘세이브 포수’라는 애칭을 얻은 고 심재원이 경기를 매조지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LG가 하위권으로 추락한 이후, 이전처럼 초반부터 상대를 무너뜨리는 경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승리하더라도 박빙의 접전을 끝까지 마음 졸이며 지켜봐야 하고, 패하는 경기에서는 1990년대와는 정반대로 선발 투수가 일지감치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이런 패배 공식에 올 시즌 들어 추가된 것은 종반에 맹추격하지만 결국 뒤집지 못하고 패하는 일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6월 19일 잠실 삼성전과 같이 4:1로 뒤지다 대타 이진영이 정현욱을 상대로 3점 홈런을 뽑으며 역전승한 경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기에서 LG는 초반 내준 점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속 없는 추격전 끝에 패했습니다. 가깝게는 지난 금요일 롯데전 14:11 패배나, 멀게는 9회말 8득점으로 동점을 만들어 놓고도 연장에 패퇴하며 LG의 올 시즌 추락을 예고했던 5월 12일 잠실 SK전에 이르기까지 허다했습니다. 이런 경기에서 정찬헌 등 필승조가 투입되어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며 불펜에 피로가 가중되었고, 따라가다 지치는 경기가 반복되자 팀 분위기도 가라앉았습니다. 필승 계투조를 상대로도 종반에 점수를 뽑아내는 타선이 왜 선발 투수를 상대로 초반에 집중력을 보이지 못하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1990년대 전성기와는 정반대의 팀 컬러를 보이고 있기에 LG는 하위권에서 맴돌 수밖에 없습니다. 야구는 아무리 많은 점수를 뽑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단지 상대보다 1점만 더 뽑으면 됩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선발 이승우를 제외하면 네 명의 불펜 투수들이 1실점만 하면서 제몫을 다했지만, 9회말 뒷북을 친 것을 제외하면 타선은 2회말과 8회말 외에는 모두 주자를 내보내고도 병살타 3개로 자멸했습니다. 만일 그 많은 출루 기회에서 단 1점만이라도 더 득점했다면, 9회말 권용관의 2점 홈런이 동점 홈런이 되었을 것입니다.

데뷔 3년 만에 1군 무대 첫선이 선발 등판이 된 이승우는 아니나 다를까 1회초부터 볼넷을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1번 김주찬부터 3번 홍성흔에 이르기까지 이승우는 12개의 볼을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는 단 1개 밖에 던지지 못했습니다. 이대호와 가르시아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요행히 무실점으로 넘어가는 듯했지만, 결국 정보명에게 몸에 맞는 공으로 밀어내기 선취점을 내준 이후 급격히 무너졌습니다. 변화구는 그런대로 인상적이었지만, 직구가 제구는커녕 구위조차 뒷받침되지 못했고, 타자와의 승부에서 소극적으로 일관할 뿐이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기존의 스카우트 시스템과 2군의 육성 시스템의 문제이겠지만, 왜 LG의 신인급 투수들은 하나 같이 볼넷을 남발하다 제풀에 주저앉는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입니다. 두산이나 SK의 신인급 투수들은 설령 난타를 당하는 한이 있어도 정면 승부로 일관하는데, LG의 신인급 투수들 중에는 정찬헌과 한희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도망가는 피칭으로 무너져 내립니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공과 등 뒤의 야수들뿐입니다. 마운드에서 서서 타자가 속아주기를 바라고 유인구만으로 일관하며 지나치게 코너웍을 의식하면 베이스에 주자만 쌓일 뿐입니다. LG의 신인급 투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체력 강화나 기술적인 훈련이 아니라 정신 교육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by 디제 | 2009/08/16 21:17 | 야구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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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동사서독 at 2009/08/16 22:53
롯데 김대우 1군 데뷔전이 생각납니다. 5타자 연속 볼넷.... (그런데 그게 LG전이었죠.)

질 경기는 승리조 투수를 아끼고 이길 경기에 확실하게 투입해야 될텐데 어정쩡한 경기에 승리조 투수들을 잔뜩 투입했다가 경기는 경기대로 져서 투수들 어깨와 마인드만 고달파지는 것은 아닌가, 나름 팀 내 승리조였던 투수들이 점점 구위와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롯데와의 3연전 첫경기처럼 초반에 대량 실점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투수 기용을 최소화해서 승리조 투수를 아낀 다음 다음 경기를 생각해야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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