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 7월 4일 LG:두산 - LG의 청량제, 하위타선의 힘

지난 10여 년 간 덕아웃 라이벌 두산에 일방적으로 밀렸던 LG의 두산전 패턴은 몇 가지 정해진 수순을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투수는 자신 없는 투구로 볼넷을 쌓다 적시타를 허용하고, 수비진은 어처구니없는 본헤드 플레이로 실점하며, 타선은 주자를 모아 놓고도 병살타와 삼진으로 속수무책으로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큰 점수차로 밀리며 승부가 기운 상황이 되어서야 경기 종료 직전 무의미한 득점으로 변죽만 울리곤 했습니다. LG 타자의 잘 맞은 타구조차 이종욱과 고영민 등 두산 야수의 호수비에 걸리는 등 경기 운조차 늘 두산의 편이었습니다. 시즌 초반 중위권을 근근이 유지하다 어린이날 3연전에서 두산에 스윕당하며 두 달도 못되어 시즌을 접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LG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4월 10일 올 시즌 첫 두산과의 맞대결에서 0:5로 뒤지던 경기를 페타지니의 끝내기 홈런으로 8:5로 뒤집으며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이후, 어린이날 3연전을 스윕하면서 두산전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답답한 패턴에서 벗어났습니다. 주중 롯데와의 3연전에서 접전 끝에 리버스 루징 시리즈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두산과의 주말 2연전에서 연 이틀 대승하며 두산전 7승 4패로 앞서가며, 권토중래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과거 LG가 두산전에서 일관하던 답답한 플레이를 이제는 두산이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합니다. 선발 김선우는 선취점을 등에 업고도 4회말 무사 만루에서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팀 내 1선발답지 않은 답답한 투구 내용으로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강판당하며 6실점했고, 포수 용덕한은 무사 1, 2루에서 이진영의 보내기 번트 타구를 3루수가 비워둔 3루로 송구하려다 야수선택으로 모두 살려주면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두산의 타선은 LG보다 2개가 더 많은 12개의 안타를 기록하고도 4개의 병살타로 자멸했습니다. 5회초에는 임재철의 큰 타구를 이대형이 담장에 부딪치며 처리하는 호수비까지 따랐습니다. 5이닝을 좀처럼 넘기지 못하던 땜빵 선발 김광수가 무려 7이닝을 소화하며 2실점으로 호투해, 정찬헌을 비롯한 중간 계투진을 비축했다는 의미도 상당합니다.

지난 5월초 폭발적인 연승을 이어갈 때 팀을 이끌던 상위타선의 힘은 페타지니의 부진과 최동수의 부상으로 인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투수진이 붕괴된 가운데 상위 타순의 힘도 잃어가면서 LG는 지난 주 1승 5패의 부진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1군에 올라온 박병호가 예상외로 빠르게 적응하면서 하위타선을 이끌고 있고, 하위타선이 상위타선과 투수진에 이르기까지 팀 전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1회말과 2회말의 기회를 무산시키며 0: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맞은 4회말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 박병호는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밀어내기 타점을 얻었습니다. 무사 만루는 대량득점으로 연결될 수도 있지만, 자칫 첫 타자가 삼진이나 병살타, 내야 뜬공 등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할 경우 득점에 실패하면서 경기 분위기를 상대에 완전히 내주기 십상인데, 야수들 중에서 백업 포수 김태군을 제외하면 가장 어린 박병호가 욕심 부리지 않고 이틀 연속 밀어내기 타점을 연결하며 대량득점의 발판을 마련한 것입니다. 결국 박경수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조인성이 좌익선상 2타점 2루타로 결승타를 기록하면서 두산 선발 김선우를 강판시켰습니다. 이후 박용택과 페타지니의 연이은 2타점 적시타로 승부는 일찌감치 갈렸습니다. 7회말에도 권용관의 2점 홈런을 포함한 3득점이 하위타선에서 나왔으니, 최근 하위타선의 분발은, 부상 선수가 속출한 가운데 우천 취소 없이 전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LG 선수단에 신선한 청량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큰 점수차로 앞서고 있어도 최동환이나 한희가 아니라 김경태와 우규민을 투입한 김재박 감독은 두 가지 노림수를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오상민의 갑작스런 이탈로 류택현을 제외하면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가 부족하기 때문에 김경태의 역할이 필요하고, 정찬헌 앞에서 경기 중반 등판해 1-2이닝을 소화할 롱릴리프로서 우규민의 활약이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내일 선발 바우어가 두산 타선을 압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가급적 오늘까지 두산 타선의 타격감을 살려줘서는 안 된다는 의도가 깔려있었습니다. 하지만 김경태와 우규민은 모두 1실점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우규민은 8타자를 상대하며 4개의 안타를 허용하는 불안한 투구 내용이었는데, 9점차에서도 불안하니 과연 2~3점 이내의 박빙 상황에서 믿고 올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by 디제 | 2009/07/04 21:17 | 야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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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베짱이 at 2009/07/04 21:26
올시즌 가을야구를 하지 못하더라도 지긋지긋했던 두산밥 이미지를 올해는 벗어날 수 있을것 같다는 게 너무 기쁩니다.

더불어 4회의 집중타덕에 5회 아웃카운트 하나 남기고 내려가기 일쑤이던 김광수 선수가 6년만의 선발승을 하게 된것도 즐겁구요.^^

매번 엘지 관람평 잘 보고 있는데, 오늘 신나서 댓글 남겨봅니다.(__)

Commented by 페이토 at 2009/07/05 09:08
우규민이 중간에서 역할을 해줘야 4강을 바라볼수 있습니다. 지금 정찬헌 하나가지고는 안ㅋ됨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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