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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 봉준호, 한국 엄마들의 책임을 묻다 영화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아들 도준(원빈 분)의 누명을 풀고 진범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엄마(김혜자 분)를 묘사한 ‘마더’는 봉준호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상업 영화로 그의 흥행작 ‘살인의 추억’과 ‘괴물’의 요소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절대 신뢰할 수 없는 공권력과 무성의한 변호사로 대변되는 기득권 세력의 뻔뻔스러움에 극명하게 대조되는 피해자는 사회적으로 가장 연약한 10대 여학생이라는 구도는 전작들과 공통된 것입니다. 도시적이고 깔끔하여 화면이 잘 받는 여피가 아니라, 사회 성원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정치적, 경제적 능력이 미약해 소외된 계층인 서민층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도 공통점입니다. 죽음과 비극을 상징하는 끊임없이 내리는 비와 정체를 숨긴 범죄자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소품 비옷의 사용도 동일합니다. 장르적인 측면에서 스릴러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전체를 잠식하는 폭력과 살인, 피의 이미지를 내포한 작두를 첫 장면부터 사용해 신체 훼손을 암시하고, 몇 차례의 잠입 장면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액션을 활용할 수 없는 초로의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단점을 상쇄시킵니다.

남편도 없이 빚에 시달리는 엄마와 백치에 가까운 백수 아들이라는 등장인물 설정은 내러티브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리는 중반부 이전까지는 답답하고 짜증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수룩한 주인공은 거대한 사건이 닥쳐도 의지할 곳 없어 공황 상태에 빠지는 서민층을 은유하는 것이며, 동시에 ‘마더’가 선악의 구분을 중시하지 않으며 상당히 주관적인 시점에서 전개되는 영화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주관적인 시점을, 진범이 가려지기 전까지는 쉽게 깨닫지 못하도록 치밀하고 노련하게 숨겨 놓고 몰입시킨다는 점에서 대단합니다. 촘촘하게 깔아둔 단서들이 폭발하며 진범이 가려지고 다시 숨겨지는 반전의 과정들은 디테일을 중시하는 봉준호 감독답게 철두철미합니다. ‘살인의 추억’이 공식적으로는 진범을 숨기지만 확신에 가까운 심증을 심어놓았다면, ‘마더’는 진범을 백일하에 드러내지만 심적으로는 이를 부정하고 싶도록 유도합니다.

종반부에서 엄마와 아들은 행위에 있어서도 동일시되는데, 초반부터 두 사람이 외모부터 닮았다는 암시를 했으니 당연한 귀결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은 마치 부부처럼 함께 잠들며, 스물여덟 살의 아들이 엄마의 가슴을 만지고, 엄마는 소변을 보는 아들의 성기를 유심히 관찰하는 장면까지 제시되는데, 모녀 관계가 마치 고대 그리스 비극의 근친상간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마더’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판정을 받은 것은 폭력성 때문이 아니라 공공연히 암시되는 근친상간의 이미지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들이 백치가 된 것은 엄마의 원죄 때문임이 드러나는데, 비극의 진정한 시발점은 단순히 엄마가 아들을 백치로 만든 과거의 행위가 아니라, 아들에 마치 연인처럼 집착했던 과도한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마더’는, 공권력과 기득권에 대한 비판과 소외 계층에 대한 연민과 같은 전작의 한국적인 소재들을 변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맛바람’이라는 한국의 어머니상이 상징하는 부정적인 요소를 더합니다. ‘마더’의 엄마의 아들에 대한 애정은 절절한 수준을 넘어 이기적이며 과도한 집착에까지 도달하는데, 자기 자식이 최고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무조건 감싸고도는, 자식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집착이 빚어내는 한국 사회의 비극은 단순히 성적 지상주의와 사교육 열풍과 같은 현실 이상으로 위중합니다. 비뚤어진 양육이 비뚤어진 인간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엄마들은 한국 사회의 왜곡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식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를 ‘전원일기’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모성의 아이콘 김혜자를 기용해 극적으로 변주하는 고도의 상징적인 영화로 비판했다는 점에서 놀랍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극중 이름이 실제 배우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약간의 변형을 거쳐 뉘앙스를 살린 점도 흥미롭습니다. 형사 제문으로 분한 것은 배우 윤제문이며, 사진관의 미선으로 등장한 것은 전미선입니다. 도준으로 분한 원빈의 본명은 김도진입니다. 도준의 유일한 친구 진태로 분한 것은 진구이고, 살해되는 소녀 문아정으로 출연한 것은 문희라인데, 이름은 다르지만 성(姓)은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비록 엔드 크레딧에는 극중 이름이 ‘마더’로 등장하지만 극장에서 배부되는 팸플릿과 보도 자료에서 김혜자가 맡은 엄마의 이름 또한 ‘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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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cdc 2009/06/09 13:25 #

    한국에서 가장 뒤틀리고 병리적인 인물상은 모성상이지요. 봉준호의 지적은 매우 적절한 것 같습니다.
  • SAGA 2009/06/09 22:14 #

    누구랑 같이 가지 않고 혼자 보러 가봐야겠습니다. 혼자 영화를 보면서 곰곰히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 세라피타 2009/06/16 14:31 #

    어허허허허...본의 아니게 결말을 알아버린 영화라 극장에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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