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라서 ‘천사와 악마’는 ‘다 빈치 코드’의 단점을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우선 주인공 랭던은 교수라는 직업에 충실하기에 딱히 섹스는커녕 로맨스도 없고, 유머 감각도 밋밋한 편이라, 차근차근 책을 읽어나가는 소설의 독자에 비해, 2시간 안팎의 러닝 타임 속에서 강한 자극을 원하는 영화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비슷한 소재를 천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고들어 가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에 비해, 댄 브라운의 소설은 읽기 쉬운 것이 장점이지만, 그만큼 내러티브의 긴장감이나 압도하는 힘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천사와 악마’는 원작 소설 속의 시간적 배경인 다섯 시간 정도를 138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에 옮겨 놓았기 때문에 속도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초반부터 범인으로 암시되는 자가 실은 범인이 아니며, 믿음직스러운 자가 범인이라는 스릴러의 기본 문법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일루미나티의 실체와 진범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은 초반부터 어렵지 않습니다. 따라서 최근 스릴러 영화들은 몇 번이고 반전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관객을 현혹시키지만, ‘천사와 악마’는 진범에 관한 제대로 된 반전이 한 번 밖에 없고 예상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좋게 말하면 우직하고 나쁘게 말하며 심심합니다.
가톨릭의 이면을 극단적으로 파헤친 것이 아닌가 하는 호들갑스러운 일부 언론의 평은, 한 명이라도 더 관객을 끌기 위한 홍보에 불과합니다. ‘천사와 악마’의 유일한 장점은, 실제 방문하면 그다지 신비롭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 로마 시내의 야경을 볼 만한 비주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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