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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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 웃음도, 감동도 모두 역부족 영화

팝을 사랑하지만 데스 메탈 밴드의 보컬이 된 청년이 주인공인 와카스기 키미노리의 동명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는, 정체를 숨기고 이중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주인공을 다루는 슈퍼 히어로물의 내러티브에 음악과 개그라는 요소를 가미하고 있습니다. 기괴함과 코믹함을 한 몸에 지닌 크라우저의 독특한 분장과 의상만으로도 상당한 유인 요소를 지니고 있지만, 막상 영화는 원작 만화의 팬을 위한 실사화 구현이라는 점 이외에는 장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어정쩡합니다.

영화의 장르를 구분하면 코미디인데, 그다지 우스운 장면이 많지 않습니다. 주인공 네기시(마츠야마 겐이치 분)는 종종 걸음이 상징하듯 극히 소심한 사내이며, 주변 인물들 또한 극단적으로 과장된 개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 같은 비현실적인 유머는 원작 만화의 감각을 그대로 실사로 옮기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보이지만, 유치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그나마 화장실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장면 정도만이 웃음을 자아낼 뿐, 나머지 장면의 개그는 망가지는 배우들이 안쓰럽고 불쌍할 정도로 웃기지 않습니다. 개그의 수준이 건전과 엽기 사이에서 맴돌며 어정쩡한 위치에 머무는 것 또한 약점입니다. 네기시의 이중생활이라는 애매한 상황이 빚어내는 긴장에서 비롯되는 고차원적인 유머 감각을 살리지 못한다면, 차라리 화끈한 성인 취향의 코미디를 지향하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의 비현실성은 웃음뿐만 아니라 감동을 주는 데에도 실패하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소심한 실패자라는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설득력 있게 묘사했다면, 후반부 네기시의 변화를 통해 감동을 줄 수 있었겠지만, 단순히 소심남을 희화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초반에 팝을 사랑하는 네기시가 왜 데스 메탈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묘사도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것을 어쩔 수 없이 행하는 자의 슬픔’과 같은 페이소스를 느끼는 등의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좁습니다. 이런 수준의 내러티브에서 대중음악 업계의 이면을 파헤치는 것 따위를 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20세기 소년’이 그랬듯,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역시 만화와 영화의 문법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패 사례에 불과합니다. 그림이 주가 되기에, 소설보다는 영화화가 쉬워 보이는 만화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덧글

  • Wishsong 2009/05/26 11:08 #

    안타깝군요; 그래도 한 번은 봐야겠습니다;
  • 진정한진리 2009/05/26 11:22 #

    원작을 그대로 영상화하기에는 너무 과격해서 하는 수 없이 이렇게 할수밖에 없었던 듯 합니다. 더군다나 그대로 막나갔다면 우리나라 심의에 걸려서 우리나라에선 개봉되지도 못했을것이고....랄까 이미 일본에서는 개봉한지 1년이 지나긴 하였지만;;
  • 알트아이젠 2009/05/26 11:52 #

    보고는 싶은데 청주에서는 개봉조차 안해주는 현실을 생각하면...ㅜ.ㅜ
  • saells 2009/05/26 11:55 #

    저는 나름 괜찮던데요. 무대연 출도 괜찮고, 옴니버스식 애니메이션을 잘 엮은 듯 하고. 무엇보다 일본의 연기와 한국의 연기는 약간 다른 느낌인데, 일본의 약간 과장된 몸짓과 표정이 어울리는 설정이라서 괜찮게 보였고...(..)
  • kiekie 2009/05/27 00:16 #

    아,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B급 영화로서의 자신의 모습에 충실한 점이 맘에 들었어요.
  • Counter-D 2009/05/27 00:50 #

    원작에서 비중이 적었던 연애 코드가 깊이 삽입되자 더욱더 원작에서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그 연출에 어느정도 절제미로 애니와 현실의 중간 정도 노선을 탔음 좋았을텐데 무슨 개그프로 보는 듯한
    격한 오버 연기도 유치해서 적잖이 실망스러 웠었죠. (같이 본 분께서 네기시 언행이 게이 같다고 하셨던게 생각나네요.)
    또 소소한 부분이지만 일본에도 외국인 연기자가 충분히 있었을텐데도 불구하고 인간이었던 구리&구라를 개로 대채한건
    좀 납득이 안가더군요. 때려부수고 난장판을 만들어야 하는 씬에서 구리 구라가 때려부수고 사장이 미친듯 웃어야 하는데
    기껏 개가 난장판 부려봤자였고 되려 그런 상황에 안어울리게 너무 미친듯이 오버해서 웃는 사장만 미친X 같았던-_-;
  • Lucid 2009/05/27 02:15 #

    원작의 언어선택이나 작화는 과격한 방향의 웃음이죠. 영화의 한계?
  • shyuna 2009/06/03 14:55 #

    이게 한국 개봉을 했군요.. 못할줄 알았는데^^;;
    주제곡은 가라오케에서 연주만 나오고 가사는 생략 되더라구요...좀 가사 내용이 지나쳐서^^;;
    초반은 꽤 재미나게 봤었어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가면서 어쩔 수 없이 억지스럽기도 하고..
    남자들의 로망스[라기보담 변태적 성향이라고..]가 꽃피고 있어서..불편하더라구요..
    그냥 좀 웃으려고 보러 갔다가 찝찝해져서 나와버렸었답니다..
    왜 본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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