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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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 유일한 승자는 김옥빈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이후 3년 만에 송강호와 함께 돌아온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아쉽게도 기대에 못 미치지는 평작이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복수 3부작’에서 폭력과 섹스를 통해 정치적 함의까지 내포한 깊이 있는 텍스트를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쉼표였는지 슬럼프였는지 가볍기 만해 의문 부호를 남긴 바 있는데, ‘박쥐’를 통해 박찬욱 감독의 밑천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습니다.

‘복수 3부작’이 불편하면서도 압도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유혈이 낭자하고 B급 정서로 충만하기 때문이 아니라, 시나리오가 빈틈없이 꽉 짜여 있어 오락성이 충만했고, 어긋난 인간관계가 야기할 수 있는 폭력성에 대해 상징적이면서도 풍부한 암시들이 가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박쥐’는 관객을 불편하게 하고 폭력적이기는 하지만, 그 너머 깊이를 찾기 어렵습니다. ‘슈퍼맨’을 연상시키는 비행 장면과 두 개의 신발 장면은 매력적으로, 치정을 로맨틱하게 표현하는데 성공했는데, 상현(송강호 분)과 태주(김옥빈 분)의 사랑은 사실상 첫사랑이라는 점에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일순(정지훈 분)과 영군(임수정 분)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박쥐’의 마지막 장면의 원거리 미장센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와 매우 비슷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섹스를 통해 첫사랑을 느낀다는 점에서는 지난 연말 개봉된 ‘쌍화점’의 홍림(조인성 분)과 왕후(송지효 분)의 관계에 비해 끈적끈적한 느낌을 주지 못하며, 섹스 장면 역시 파격적이지 못하며 횟수도 짧아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실패합니다. 상현이 섹스가 금지된 신부라는 설정 역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합니다. ‘박쥐’의 시나리오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려 했던 것이 사랑 이외에는 없었는지 알 수 없으나, 최소한 관객의 입장에서는 헐리우드의 뱀파이어 영화와 차별성을 찾기 힘듭니다. 133분의 러닝 타임은 길고 산만해 늘어집니다.

이처럼 방향성을 파악하기 힘들어 애매한 시나리오 속에서 주연 송강호 역시 애매한 연기를 할 뿐입니다. 인간의 피를 마셔야만 생존할 수 있는 뱀파이어가 되었지만, 인간을 살해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 의식에 얽매여 햄릿처럼 갈등하는데, 이런 갈등은 스크린 너머의 관객의 가슴을 파고들지 못하고 스크린 안에서만 맴돌 뿐입니다. 이는 송강호의 연기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시나리오가 상현이라는 등장인물의 개성을 명확히 형상화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개봉 직후 화제가 되었던 송강호의 성기 노출은 그나마 섹스 신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예상치 못한 엉뚱한 타이밍에서 ‘우상 파괴’를 위해 이루어졌는데, 굳이 성기 노출을 감행할 필요가 있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정도로 배우로서의 송강호가 안쓰럽습니다.

‘박쥐’를 통해 유일하게 건진 것이 있다면 바로 김옥빈입니다. ‘다세포소녀’ 등에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던 김옥빈은 어리숙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맘껏 뿜어내며 ‘올드보이’를 통해 출세한 강혜정의 재림을 보는 듯했습니다. 김옥빈의 다음 행보가 주목됩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일 속편이 제작된다면 다문화 사회로서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파헤치는 내용이 될지도 모릅니다.

복수는 나의 것 - 불편할 정도로 힘이 넘치는 복수극
올드보이 - 정제되지 않은 폭력과 권력
친절한 금자씨 - 친절한 복수, 코믹 잔혹극
친절한 금자씨 - DLP 감상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 어설픈 가벼움과 불편함


덧글

  • wonderwall 2009/05/12 12:38 #

    영화를 이렇게도 보는군요,,
  • 새등 2009/05/12 16:20 #

    전 러닝타임을 느껴지지 못할 정도로 재밌었습니다만 ^^; 사람차이라는거네요.
  • 새벽 2009/05/12 19:22 #

    무슨말이지 ㅡㅡ;
  • 세라피타 2009/05/13 14:15 #

    박쥐를 보진 않았지만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으흠. 근데 뭐 여전히 관심없다 쪽이라서 :)

    평 쓰느라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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