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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의 역할 모델은 윤석민이다 야구

연장 접전 끝에 석패한 제2회 WBC 결승전을 돌이켜보면, 한국의 좌완 원투펀치 류현진과 김광현이 정상 가동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무의미한 가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일본에 강했던 김광현이 3이닝 정도만 막아줬다면, 우승 트로피를 안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올해로 프로 3년차가 되는 김광현은 2007년 SK 입단 당시 엄청난 기대를 모은 고교 최고의 투수였으나, 신인 첫해에는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3승 7패 방어율 3.62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시즌 개막 전에는 강력한 신인왕 후보였지만 그해 신인왕은 기자단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두산 임태훈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한국 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22승 투수 다니엘 리오스에 맞서 한국 시리즈 신인 최다 탈삼진인 9탈삼진을 내세워 7.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어 SK의 한국 시리즈 첫 우승의 수훈을 세우며 화려하게 조명받기 시작합니다.

그해 코나미컵 아시아 시리즈와 이듬해 3월의 베이징 올림픽 플레이오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김광현은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2008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했고,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두 번의 일본전에 선발 등판해 호투하면서 ‘일본 킬러’라는 명예로운 별명과 금메달, 그리고 병역 혜택을 동시에 얻었습니다. 2008 시즌에서 16승으로 다승 1위, 150개로 탈삼진 1위에 오른 김광현은 시즌 MVP에 선정되었고, SK의 한국 시리즈 2연패에도 기여했습니다. 스물을 갓 넘긴 젊은 좌완 투수의 앞길에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제2회 WBC를 앞두고 숙적 일본의 언론에서는 특유의 현미경 분석력으로 ‘타도 김광현’을 외쳤습니다. 언론에서 호들갑스럽게 보도했다는 것은,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는 인적,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 일본 대표팀의 전력 분석에 의해 발가벗겨지듯 노출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분석을 통해 모든 투수들을 공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당일 컨디션이나 공 배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김광현은 치통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공인구에도 적응이 덜 된 상황이었습니다.

도쿄돔의 제1라운드 첫 번째 일본전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고작 아웃 카운트 4개를 잡을 동안 7피안타 2볼넷으로 무려 8실점을 하면서 무너졌습니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속절없이 무너지는 일은 매우 드물었는데, 일본 타자들은 김광현의 밋밋한 슬라이더를 마치 배팅 볼을 쳐내듯 손쉽게 두들겼습니다. 선발이 무너지고 상대 타선에 불이 붙으니 한국의 콜드 게임 참패는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그 후 김광현은 선발 요원에서 제외되고, 중간 계투로 몇 차례 등판했지만, 여전히 구위가 올라오지 않아 선발은커녕 박빙 상황에도 투입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결국 단 한 명의 투수가 아쉬운 결승전에서 김광현은 등판하지 못했습니다. 코칭 스태프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WBC 한국 대표팀에서 김광현의 위치는 소속팀 SK나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SK는 정규 시즌과 한국 시리즈 공히 2연패를 달성할 정도로 타 팀에 비해 막강한 전력상 우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설령 김광현이 부진하더라도 페넌트 레이스에서는 다른 투수들이 메울 수 있으며, 김광현도 다음 등판에서 만회하면 됩니다.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일본의 집중 견제를 받는 입장이 아니었으며, 노출이 덜 된 김광현이 일본 대표팀에 도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에서 두 번이나 당한 일본 대표팀은 절치부심하며 제2회 WBC를 준비했고, 김광현은 강적 일본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일본 대표팀은 한국 대표팀보다 전력상 우위였고, 김광현이 야구 인생에서 맞서야 했던 가장 강력한 타선이었습니다. 단 한 경기에 모든 것이 좌우되는 WBC를 통해 김광현은, 에이스라면 팀의 모든 것이 자신의 왼쪽 어깨에 걸렸으며,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김광현이 따라야 할 역할 모델은 프로 데뷔 1년 선배이자 라이벌로 의식하고 있는 한화의 좌완 류현진보다는, 베이징 올림픽과 제2회 WBC를 통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우완 에이스로 떠오른 기아 윤석민에 가깝습니다. 데뷔 첫 해 18승을 거두며 무결점 완성형 투수로 평가받은 류현진보다는, 데뷔 첫 해에는 3승 4패 7세이브의 비교적 평범한 성적에 그쳤고, 어려운 팀 사정으로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다 2007년에는 18패로 시즌 최다 패전의 멍에를 안았지만, 2008년에는 14승 5패, 2.33으로 당당히 방어율 타이틀을 안은 윤석민이 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에이스라면 불펜과 타선이 받쳐주지 못해도 스스로의 힘으로 경기를 이끌어야 하며, 때로는 처참하고 혹독한 패전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김광현도 데뷔 첫 해 2군을 들락거렸으나 김성근 감독이 조련을 위해 조치한 것이지, 팀 전력이 어려웠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불펜과 타선이 뒷받침되지 못해 호투하고도 패전을 차곡차곡 적립한 윤석민과는 달랐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온실 속 화초’에 불과했던 김광현에게 필요한 것은 윤석민처럼 시련을 극복하는 ‘강인한 잡초’ 마인드인지도 모릅니다. 구질이 단조롭고 경기 운영 능력을 보완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김광현은 고작 스물 한 살이고, 최소한 두 번 이상의 WBC가 남아 있습니다. 한국 야구의 큰 기둥으로 성장할 김광현의 진정한 설욕전은 지금부터입니다.


덧글

  • 박양 2009/03/27 09:45 #

    그렇죠. 류현진처럼 팀에 투수가 없어 혹사를 당하는 것도 아니고, 가장 강하다는 SK타선을 상대 안하고, 성근감독님이 투수 바로바로 바꿔주시고, 아무래도 김광현은 윤석민이나 류현진보다는 좋은 위치에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또 위기관리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 부분도 있겠죠.

    하여튼 저도 이번에 두 좌완에이스가 활약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이 아쉽습니다. 특히 우리 현진이..(한화팬.-_-)
  • 매듭 2009/03/27 10:14 #

    글의 주제는 김광현인데 아무래도 내새끼라고 우리 석민어린이가 겪어온 잔혹사(?) 부분에서 안구에 땀이 차오릅니다. -_-;
  • 블랙슈가 2009/03/27 11:03 #

    김광현-류현진이 제대로 했다면 - 가정일뿐이지만 참 아쉽죠. 13명 투수 중에 제대로 공 던진 사람은 예닐곱에 지나지 않으니..
    SK팬으로서 김광현선수는 '아직 어린 에이스' 느낌이 참 강해요. 아마 이번에 본인도 느낀 것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sk 합류한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받은 자극들로 더 큰 선수가 되길 바랄 뿐. 이걸 넘기면 진짜 에이스가, 한국야구의 기둥이 되는거고 못넘기면 그냥, 이게 끝인 투수가 되겠지요. 잘 하리라 믿습니다.
    후회를 해야 성장한다고 말했던 김광현선수인만큼, 이번 경험은 그의 성장에 기반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읽다보니 안구에 습기차는 석민어린이. 기아타선에서 맘 놓고 편하게 공던지는 날이 오기를 (-_-)
  • highenough 2009/03/27 11:46 #

    봉타나나 석민 어린이나 다 그렇게 잘한 이유가 있다고 농담 아닌 진담들을 해댔잖아요.
    '우리팀은 한 점이라도 내주면 진다. 잘 하자.' 이 정신으로 던지다보니 에이스가 된 거라고요.
  • 몬스터 2009/03/27 17:43 #

    아아...안구에 습기찰 수 밖에 없는 처절한 에이스들의 숙명이란...ㅠ_ㅜ
  • 세인 2009/03/27 15:47 #

    윤석민 선수가 확실히 위기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죠.....

    그런걸로 봐서는 김성근 감독이 김광현을 좀 독하게 키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키세 2009/03/27 17:39 #

    기아 타선과 그 흐름을 이어줄 불펜 투수가 제대로 없는 상황에
    이런 승수를 쌓을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미스테리인 윤석민

    ...방어율왕이 될 수 밖에 없는 존재 ㅠ_ㅠ


    그에 비해 너무 과소평가 받지요 -.-;
  • 흠흠 2009/03/27 18:40 #

    sk의 팬으로서 김광현의 평가가 딱 이거다 하는 것이 핵심적으로 나타나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닥슈나이더 2009/03/28 14:12 #

    석민어린이를 키운건 <기아 타선이다>라는 이야기가...ㅠㅠ;;;

    무자책점 완투패까지 어린이...ㅠㅠ;;
  • 나비 2009/03/29 22:55 #

    김광현 선수에 관한 글인데 저도 우리 석민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찡하네요. ㅠ_ㅠ
    윤석민 선수의 성장기를 읽으면 안구에 습기를 차는 건 어쩔 수 없는 기아팬들의 숙명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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