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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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도시 - 킬러, 현실 속 허구적 존재 영화

런던에서 일을 마친 킬러 켄(브렌단 글리슨 분)과 레이(콜린 패럴 분)는 보스 해리(랄프 파인즈 분)의 지시에 따라 벨기에의 한적한 도시 브리주에서 대기하게 됩니다. 브리주의 관광으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켄과 달리 레이는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여자를 유혹하다 문제가 터집니다.

자신이 쓴 각본을 직접 연출한 마틴 맥도나 감독의 ‘킬러들의 도시’는 제목과 예고편을 통해 연상할 수 있는 화려한 총격전 액션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영화의 단골 소재인 ‘킬러’가 실제로는 얼마나 비현실적인 존재인지, 고풍스런 유럽의 도시에 대입해 일깨웁니다. 현실 속의 비현실적 존재 킬러에서 비롯되는 엇박자와 타란티노 식 유머로 인해, 심각해야 할 킬러들의 모습은 장난감 총싸움하는 어린애들처럼 유치하게 비치기까지 하는데, 쓸데없는 원칙에 집착하고 죄의식을 씻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모습은 비장미보다 골계미에 가깝습니다. 고급스런 정장으로 한껏 멋을 부리며 살인을 즐기는 영화 속 흔한 킬러가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단지 직업이 킬러라는 방식으로 접근 방식의 차별성에 초점을 맞춘 것은 킬러 영화의 전형을 무참히 파괴하기 위한 의도입니다.

소도시를 배경으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기에 세 주연 배우의 비중은 절대적인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킬러답지 않게 시종 느긋하고 문화를 즐길 줄 알며, 인정 많은 켄으로 분한 브렌단 글리슨입니다. 브렌단 글리슨은 넉넉한 품새와 달리 폭발력이 강한 성격파탄자나 다혈질의 알콜 중독자 등의 역할로 등장한 적이 많았는데, ‘킬러들의 도시’에서 그는 마지막 등장 장면까지 성인(聖人)과 진배없어 의외였습니다. 블록버스터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콜린 패럴의 어깨에 힘을 뺀 연기와 가장 냉정한 인물이지만 사실은 실소를 자아낼만큼 어이 없는 캐릭터인 랄프 파인즈의 천연덕스런 연기도 훌륭합니다.

중반부까지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조연급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후반부에 큰 역할을 하며, 결국 촘촘히 암시를 쌓아왔던 것이 밝혀집니다. 결말은 다소 작위적이지만, 배우들의 미묘하고 섬세한 연기에서 비롯된 심리 묘사와 각본의 희비극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생사의 갈림길이란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부각시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크리스마스의 구원을 구현합니다.

‘킬러들의 도시’(원제는 배경 도시를 의미하는 ‘IN BRUGES’)를 통해 유명하지 않았던 브리주가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되고, 주인공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입에 달고 있다시피 하는 와인 잔에 따라 마시는 벨기에 맥주가 널리 알려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