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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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 - ‘배운 게 도둑질’ 초로 사나이의 먹먹한 삶 영화

20년 전 최고의 프로 레슬러로 각광받던 랜디 제임슨(미키 루크 분)은 퇴물 레슬러가 되어 보청기와 진통제에 의존하며 트레일러에 사는 처지이지만, 여전히 링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하드 코어 매치 후 심장 발작으로 수술한 랜디는 스트리퍼 캐리디(마리사 토메이 분)의 조언에 따라, 연락조차 끊고 지내던 외동딸 스테파니(에반 레이첼 우드 분)를 만나러 갑니다.

헐크 호건, 마초맨 랜디 새비지, 얼티메이트 워리어, 밀리언 달러 맨, 앙드레 더 자이언트 등 1980년대 WWF 프로 레슬링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버리지 못했다면,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더 레슬러’ 만큼 각별한 영화도 없을 것입니다. 주인공 랜디의 이름과 스테이지 매너 등은 마초맨 랜디 새비지를, 등장음악인 강렬한 헤비메탈은 얼티메이트 워리어를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랜디의 마지막 상대이자 과거 라이벌로 정체불명의 중동 국기를 흔드는 아야톨라(어니스트 밀러 분)는 제1차 걸프 전 당시 미국인들로 하여금 이라크에 대한 증오를 발산시키며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대상이 되었던 서전 슬로터와 닮았습니다. 극중 언급되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매치에 대한 회고와 ‘WWX’의 로고는 영락없이 WWF에 대한 오마쥬이며, 테크노스 재팬의 오락실용 게임 ‘WWF 슈퍼스타즈’를 떠올리게 하는 콘솔 게임도 등장합니다. 심지어 건스 앤 로지스, 머틀리 크루 등 당대의 헤비메탈 그룹이 1990년대의 커트 코베인보다 나았다는 대사도 등장합니다.

사실 ‘더 레슬러’는 새로운 영화는 아닙니다. 과거 전성기를 누렸으나 돈도 가족도 잃고, 패배자(Loser)가 된 고독한 초로의 사나이가 ‘배운 게 도둑질’이라 옛 영화(榮華)를 잊지 못하는, ‘록키 발보아’ 류에서 보았던 관습적이고 단순한 내러티브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인 하프 위크’의 섬세한 섹시 가이에서 마약과 스캔들로 추락한 이후 재기한 미키 루크의 아우라와, 프로 레슬링을 비롯한 1980년대의 향수가 맞물려, ‘더 레슬러’는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프로 레슬링 업계의 이면의 추악함이나 어두움 혹은 레슬러들의 약물 중독을 묘사하는데 본격적으로 초점을 맞추지는 않으나, 미스터 퍼펙트 커트 헤닉과 라비싱 릭 루드, 에디 게레로를 비롯해 요절한 레슬러들과,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한 크리스 벤와의 가슴 아픈 기억들을 환기시킵니다.

살이 찢기는 하드 코어 매치 속에서도 관중들의 환호를 마약 삼아 버티는 랜디를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예수에 비견하는 캐시디의 대사와 랜디의 등의 예수의 얼굴 문신은 예사로운 것이 아닙니다. 랜디를 비롯한 레슬러들의 육체적 고통을 무릅쓰고 관중들의 쾌락을 위해 희생하지만, 레슬러들에게는 육체적 고통을 넘어 죽음에도 이를 수 있는 정신적 고통이 된다는 점에서 ‘더 레슬러’는 먹먹합니다. 유달리 자주 등장하는 랜디의 뒷모습을 핸드헬드로 잡는 샷은 그의 고독과 불안을 상징합니다.


덧글

  • 사신군 2009/03/11 09:52 #

    ROH는 RAW의 패러디가 아니라 미국에 실존하는 프로레슬링단체입니다.(단체 크기순으로 3위정도,,)
  • 디제 2009/03/11 09:55 #

    사신군님/ 지적 고맙습니다. 수정했습니다.
  • 시대유감 2009/03/11 12:52 #

    진짜 '한물 간 오빠의 비참함' 이 무엇인지 알게 해줬던 영화였습니다. 랜디에 비하면 록키는 성공한 인생이죠..
  • 이준님 2009/03/11 14:32 #

    1. 공부안하면 저렇게 된다고 교훈을 날린 어른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_-;;

    2. 크리스천 베일이나 탐 크루즈 같은 배우가 그 역을 맡아도 잘했을겁니다만 이 배우들은 그래도 커리어가 빵빵하고 밝은 미래가 있다는 점이 다르지요. 미키 루크였으니까 저 영화에 대한 아련한 감정이 배가 되었을겁니다만
  • SAGA 2009/03/12 00:12 #

    예고편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여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보러갈 예정이어서 더 기대하고 있구요. ^^;;;
  • 하눌타리 2009/03/14 15:23 #

    랜디가 링 위에 올라가기 전 캐시디에게 한 말은, 오이디푸스가 실명한 뒤 자신의 딸에게 한 말에 비견되지 않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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