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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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 미국 중산층 가정의 비극적 자기 붕괴 영화

1955년 미국 뉴욕 교외 지역의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살고 있는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 분) 휠러 부부는 두 아이와 함께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극배우의 꿈을 접은 에이프릴은 삶의 권태를 느끼고 프랭크에게 파리로 이민갈 것을 권유합니다. 프랭크는 에이프릴의 제안을 수용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에 직면하게 됩니다.

샘 멘데스 감독의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극단적인 갈등에 시달리는 부부를 지극히 현대적인 관점에서 묘사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생계의 우려 따위와는 거리가 먼 안락한 중산층이나 내면은 공허와 허무로 가득해 삶의 목표를 상실했다는 점에서 샘 멘데스의 전작 ‘아메리칸 뷰티’의 공간적 배경 속으로 ‘타이타닉’의 커플이 환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다 좋은 근무 조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프랭크는 현실주의자를,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에이프릴은 이상주의자를 대변합니다. 이민이라는 청량제와 같은 목표가 생긴 후 휠러 부부는 외면적으로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둘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외도를 하고, 낙태를 의논하면서도 ‘생명’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면은 곪아 터진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고발합니다. 이민이 좌절되어 공통의 목표를 상실한 두 사람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중반부 이후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한데, 샘 멘데스가 이미 전작들에서 보여준 장기인 절묘한 심리 묘사는,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도 두 주연 배우의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호연과 맞물려 다시 한 번 강한 설득력을 발휘합니다.

내면이 곪아 터진 것은 주인공 휠러 부부 뿐만은 아닙니다. 이웃의 캠벨 부부는 휠러 부부의 파리 행을 부러워하는 척 하면서도 실은 비웃는데, 남편 셉(데이빗 하버 분)은 에이프릴과 외도를 하고, 아내 밀리(캐스린 한 분)는 캠벨 부부의 불행을 즐기듯 회고합니다. 휠러 부부의 집을 소개해 준 중개업자 헬렌(캐시 베이츠 분) 역시 휠러 부부 앞에서는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지만, 역시 회고담은 험담으로 일관합니다. 차라리 헬렌의 아들로 신경쇠약 질환자 존(마이클 섀논 분)의 미치광이 같은 발언이 도리어 정곡을 사정없이 찌릅니다. 즉, 미국의 중산층이 쓰고 있는 위선과 허위의 가면의 이면에는 광인이 아니면 꿰뚫어 볼 수 없는 광기와 왜곡이 잠재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주연배우뿐만 아니라 조연(캐시 베이츠 분) 캐스팅까지 ‘타이타닉’에서 그대로 옮겨왔는데, 오프닝에서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 춤을 추는 장면이나, 케이트 윈슬렛의 카섹스 장면은 ‘타이타닉’을 다분히 의식한 장면으로 보입니다.

로드 투 퍼디션 - 아버지와 아들과


덧글

  • Laurence 2011/01/08 20:39 #

    존의 미치광이 같은 발언이 아직도 시뻘겋게 제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볼때마다 늘러붙은 현실을 돌아보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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