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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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트 - 의심과 진실의 대립과 동질화 영화

1960년대 중반, 뉴욕의 가톨릭계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제임스 수녀(에이미 아담스 분)는, 흑인 학생 도널드(조세프 포스터 분)가 플린 신부(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분)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의심하고 교장 알로이시스 수녀(메릴 스트립 분)에게 알립니다. 알로이시스와 제임스 수녀는 플린 신부를 추궁하지만, 플린 신부는 극구 부인합니다.

동명의 연극의 원작자 존 패트릭 셰인리가 각색 및 감독을 맡은 ‘다우트’는, 아동 성추행 사례 조사 및 적발에 의해 상당수 가톨릭 성직자들이 옷을 벗었고 교황까지 나서 사과했던 미국에서의 일련의 사건들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다우트’는 가톨릭 성직자의 성추행이 아니라, 신앙을 신봉하는 성직자들이 결코 품어서는 안 될 인간적인 의심을 품게 될 경우 발생하는 내적 및 외적 갈등에 초점을 맞춥니다. 도널드의 어머니 밀러 부인(바이올라 데이비스 분)이 등장하면서 내러티브는 급반전합니다. 의심과 추궁을 통해 밝혀지는 것이 과연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으며, 명백히 달라 보이는 진실과 거짓이 실은 종이 한 장의 차이도 없다는 점을 일깨웁니다. 따라서 플린 신부가 아동 성추행을 했는지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진실도 끝내 밝혀지지 않습니다. 알로이시스 수녀와 플린 신부의 대립은 승자도 없으며 두 사람 모두 패자라고 보는 관점이 타당할 것입니다. 수녀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벌어진 수녀의 출산과 영아 살해를 놓고 벌어지는 원장 수녀와 여의사의 대립을 다룬 ‘신의 아그네스’와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성당과 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원작이 연극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지시키는데, 스릴러에 가까운 시나리오는 의외로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여백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영화의 상당 부분을 배우의 연기에 의존하는데, 메릴 스트립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신경이 날카롭고 의심이 많은 이미지를 고스란히 가져왔으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능청스러우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합니다. 두 배우의 연기는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니나,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기에 강박적인 원칙주의자와 개방적인 진보주의자의 극단적인 대립이라는 화학작용으로 승화됩니다. 특히 두 배우가 종반 마구 고함을 지르며 성직자답지 않은 감정적인 대립을 하는 장면보다는, 에이미 아담스를 포함하여 세 주연 배우가 함께 등장하는 중반의 첫 장면에서, 본심을 숨기고 냉정히 대립하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으로, 가히 불꽃 튀는 갈등을 연출합니다. 이 장면에서 어떤 배우가 상석에 앉느냐에 따라 논쟁의 주도권이 달라지고 전화벨 소리나 찻잔에 넣는 각설탕의 개수, 메모할 때 사용하는 수첩과 볼펜과 같은 작은 소품들이 갈등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