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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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 - 누가 여자들에겐 우정이 없다 했나 영화

정재은 감독의 2001년 작 ‘고양이를 부탁해’는 호기심 많은 고양이처럼, 막 세상에 발을 내딛는 스무 살 여성들의 삶을 묘사합니다. 영화를 이끄는 것은 세 명의 등장인물로, 유복한 가정으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엉뚱한 태희(배두나 분), 증권사에 근무하는 이기적인 혜주(이요원 분), 빈곤한 조부모와 함께 살며 디자이너의 꿈을 억누른 지영(옥지영 분)이 중심입니다. 특별히 자극적인 사건이 없지만, 우리네 삶이 평범하고 무료한 것을 그대로 반영하고, 개성이 강하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의 힘으로 이끌어 갑니다.

‘고양이를 부탁해’에는 IMF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있습니다. 불황에 큰 타격을 받는 것은 항상 소외 계급인데, 여상을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못해(혹은 않아) 학벌 사회에서 소외되었으며,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고, 부모로부터 별다른 경제적 지원도 받지 못하는 세 여성의 삶은 힘겨운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부탁해’를 단순히 여성 영화의 틀에 한정짓는 것보다는 그보다 더 넓게, 태희를 사랑하는 뇌성마비 시인 주상이나 지영의 조부모를 포함해, 극심한 천민자본주의 체제에서 소외된 모든 사회적 약자의 차원에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따라서 세 주인공의 성격은 조금씩 일그러져 어긋난 모습을 보입니다. 가부장적이며 구두쇠인 아버지에 질린 태희는 엉뚱함이 지나쳐 철이 없고, 반대로 부모가 이혼한 혜주는 철이 지나치게 들어 속물스럽습니다. 극도로 폐쇄적이고 성격이 모난 지영은 경제적 능력이 전무하면서도 태희에게 돈을 빌려 휴대전화를 최신 기종으로 변경하는 기이한 행동을 선택합니다. (따라서 굳이 긍정적인 등장인물을 꼽으면, 세 주인공보다는 감초격인 조연 비류와 온조 쌍둥이 자매가 더 낫습니다.) 스무 살의 여성을 소재로 하여 젊음과 미모, 혹은 섹시함을 무기로 하는 일반적인 상업 영화와 달리, 불완전하고 현실적이기에 결코 미워할 수 없으며 공감하게 됩니다.

이처럼 사실적인 등장인물들을 뒷받침하는 것은 인천의 구 시가지를 샅샅이 파헤쳐 들어가는 카메라입니다. 서울이나 이름모를 중소도시나, 혹은 매끈하게 솟아오른 고층 아파트 단지의 인천 신시가지가 아니라 다 쓰러져가는 비릿한 항만 근처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집요하게 훑어냅니다. 인공적인 조명을 최소화하고, 배우들의 분장을 자제한 것 또한 사실성을 더합니다.

비루하게까지 보이는 삶을 조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주인공 또래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지닌 재기발랄함이 묻어나는 카메라 워킹이나 자막은 영화 속 삶의 무게에 관객이 짓눌리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지영의 다락방이 처음으로 드러나는 장면의 미장센이나, 지영을 따라 함께 버스에서 내리는 핸드 헬드 카메라 워킹, 그리고 통통 튀는 오프닝 타이틀 및 극중 자막 배치와 5자 통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선택하는 결말은 청춘 영화다운 해방입니다. ‘GOOD BYE’라는 커다란 영문 자막은 이전까지 적절히 배치된 다른 자막들의 매력을 반감시킬 정도로 촌스럽지만, 그래도 영화가 선택하는 결말은 충분한 해피 엔딩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여자들에겐 우정이 없다’는 마초적인 속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감독의 자신감이 엿보입니다.

태풍태양 - 역동적인 영상을 뒷받침하지 못한 밋밋한 캐릭터


덧글

  • 나르사스 2009/01/28 13:15 #

    이번에 할인으로 풀려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소개하신 글 보니 한번 봐야겠습니다
  • 유리도끼 2009/01/28 15:35 #

    저도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 yucca 2009/01/28 21:34 #

    저는 미장센을 잘 볼줄 모르지만, 이 영화만큼은 참 잘 짜여진 영화라고 생각해요.
  • EST_ 2009/02/03 12:17 #

    전 오히려 친구라는 관계가 반드시 대등한 무언가를 주고받는 것으로만 성립되는 건 아니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더랬어요.
    단편적인 얘깁니다만, 지영의 집에 찾아간 태희가 할머님이 내미는 만두를 받아 입에 꼬약꼬약 밀어넣으며 먹는 장면이 참 사랑스러웠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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