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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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00(더블오) 2기 - 제16화 비극으로의 서장 건담 00(더블오)

이번 화는 세츠나와 그레이엄의 대결이 뒷전으로 밀릴 정도로 팡의 쿠데타에 철저히 초점을 맞췄습니다. 팡은 저궤도 스테이션을 점령하고 연방의 시민들에게 어로우즈의 전횡을 보여주며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 하는데, 여러모로 비현실적인 쿠데타입니다. 쿠데타의 사전적 의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으나, 정권 탈취를 위해 실행되는 것이 쿠데타임을 감안하면, 과연 팡의 행동을 쿠데타로 정의할 수 있을지 여부부터 의문입니다.

쿠데타라면 대통령 관저와 의회, 그리고 방송국을 점령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대통령 관저와 의회를 점령하여 기존 집권 세력을 일소하고, 방송국을 점령하여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팡은 대통령 관저에는 무관심하고, 시민을 볼모로 의회의 해산을 요구하지만, 방송국은 여전히 어로우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형편이니 그야말로 아마추어적인 쿠데타입니다. 마치 서울역을 점령하고 대합실의 승객들을 인질로 삼은 다음, 국회 해산을 내세우는 것과 동일합니다. 게다가 팡은 어로우즈의 만행을 알린답시고, 시민들을 전투 한복판에 끌어들여 사상자가 나오도록 사실상 유도하는데, 여론을 직접적으로 조작하는 어로우즈에 비해 덜 잔인할 뿐, 입으로 내세우는 시민들의 안전에는 사실 무심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해서는 시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어로우즈의 등장에는 시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팡은 말하는데, 이것이 미즈시마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주제의식인지 알 수 없으나, 그렇다고 시민의 생명을 방패로 하는 인질극이 합리화될 수는 없습니다.

팡의 쿠데타가 이처럼 허술한 것은 이노베이터와 어로우즈에 의해 참혹하게 실패하는 전개를 선택하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적인 연출인지, 아니면 쿠데타를 경험하지 못한 일본의 역사로 인해 제작진이 쿠데타의 개념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쿠데타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팡의 행동은 그저 인질극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쟁 중 약자 측에서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동전사 Z건담’(이하 ‘Z건담’) ‘제37화 다카르의 날’에서 카라바가 그랬듯이, 연방 의회를 점거하고 방송을 일시적으로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효율적인 수단인데, 팡의 쿠데타는 그렇지 못했고, ‘신기동전기 건담W’ 제37화 ‘제로 vs 에피온’에서, 상대 지휘관 츠바로프의 신병을 (일시적으로) 확보하고 언론을 장악한, 칸즈가 이끈 화이트 팡의 무장봉기 아르테미스 레볼루션만도 못한 쿠데타였습니다.

팡의 쿠데타로 인해 팡과 젊은 시절부터 동료였던 세르게이의 비중이 커지면서, 세르게이의 죽은 아내 홀리의 얼굴과 세르게이의 새로운 탑승기 티에렌 타오츠, 그리고 안드레이의 사관학교 입교 과정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클로즈업을 제외한 캐릭터 작화가 들쭉날쭉하여 회상 장면의 팡과 안드레이의 얼굴을 좀처럼 알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어로우즈는 또 하나의 메멘토 모리로 궤도 엘리베이터와 어로우즈의 만행을 알게 된 시민 전체를 날려버릴 작전을 세운 것으로 보이는데, 팡과 함께 세르게이의 최후가 멀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팡만 전사하고 갈 곳 잃은 세르게이는 카탈론이나 솔레스탈 빙에 합류하는 의외의 전개가 될지도 모릅니다. 다음 화에는 그토록 아껴둔 건아처에 탑승한 소마가 등장하는데, 과연 세르게이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매우 과묵했던 홍롱이 왕 류민에게 세계의 종말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질문하는데, 왕 류민이 최후를 맞는다면 그것이 홍롱의 손에 의해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프리카 타워에서 기다리던 그레이엄은 마스라오의 트란잠을 기동하며 더블오에 맞서다 각혈까지 하는 반면, 세츠나는 싸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마리나와 죽은 닐의 뜻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트란잠을 기동한 MS간의 전투 장면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속도가 빠르고, 화려하게 회전하는 움직임을 보이도록 연출한다고 해서 인상적인 전투 장면이 되는 것은 아닌데, 1기에 비해 2기의 전투 장면은 MS의 압도적인 성능만을 전면에 내세울 뿐, 아기자기한 맛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알리에게 입은 총상으로 인해 세츠나에 의한 기동이 불가능해진 더블오를 켈딤과 아리오스가 부축하는 장면은, ‘Z건담’ ‘제36화 영원의 포우’에서 포우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카미유가 Z건담을 제대로 조종하지 못하자 Z건담을 백식과 디제가 부축하는 장면과 비슷합니다. 세츠나의 귀환을 반기며 ‘이 녀석, 살아있었군’이라고 말하는 라일의 대사는 닐의 말투를 연상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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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아이리스 2009/01/27 09:44 #

    아무리 봐도 쿠데타는 커녕 시민을 볼모로 삼은 궤도엘리베이터 점거농성으로 보이더군요;; 방송을 장악 못하면 네트워크라도 활용해야 하는데 베다의 통제로 그것도 안되고... 명분도 실리도 없는 행동으로 남을듯 합니다.
  • SAGA 2009/01/27 10:34 #

    이번화를 보고 Z건담에 나온 크와트로의 다카르 연설이 얼마나 훌륭한 쿠데타이자 현실적인 건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쿠데타라고 하길래 뭔가 있을까하고 기대해고 봤는데...... ㅡㅡ;;; 의회나 정부를 장악하지 못할 바에야 방송 시스템이라도 장악해 이용해먹어야 하는데 그게 안나오니 왠지 맥빠졌다고 할까요? 에휴......
  • 제6천마왕 2009/01/27 11:15 #

    다음 화에서 어로우즈가 메멘토모리로 쿠데타 세력, 카탈론, 6만명의 시민, 궤도 엘리베이터를 날려버릴지가 가장 기대가 되더군요.
  • 듀얼콜렉터 2009/01/27 11:39 #

    2기 시작은 좋았는데 중반으로 갈수록 맥이 빠지는 느낌입니다. 과연 후반부에는 전개가 좋아질지 모르겠네요.
  • zolpidem 2009/01/27 12:33 #

    설명절은 즐겁게 보내셨는지요?
    스토리상 중요한 에피소드였고 다음화가 기대되기도 하였습니다. 사견입니다만...
    기렌이 콜로니레이저 같은 것을 만들었기에, 시드/시드데스티니의 대포(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나 메멘토모리 같은 것이 나오는 것이겠지요.
    시청자를 위한 여론조성을 위해서라면 대량살상무기를 등장시키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겠지만, 스토리가 대량살상무기의 중력에 끌려가지 않도록 해야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ZECK-LE 2009/01/27 20:48 #

    역시 저도 쿠데타 하면 바로 UN청사 점령으로 생각했습니다만, 저래가지고선 단순한 시민학살일 뿐입니다.

    Z건담의 다칼의 날 같은 쿠데타를 생각한 당시 제타건담 제작진들이 이번화를 보면 뭐라고 할지 참 궁금해집니다.
  • dieskau 2009/01/28 18:19 #

    하큐리가 어차피 크와트로 정도의 비중이나 카리스마를 결코 갖지 못할 것을 생각하면(딴 건 둘째 치고 등장 3주만에 죽을 확률이 높은 캐릭) 그가 크와트로 정도로 훌륭한 쿠데타 계획을 생각해 낸다면 오히려 극의 비중상 엄청 어색해지죠... 이 정도의 대접이 딱 좋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만약 세르게이 자신이 쿠데타의 중심이었다면 이보다 좋은 계획이 따랐어야 마땅합니다만...


    어디까지나 16화는 17화에 벌어질 일(제6천마왕님 댓글... 그리고 디제님 말씀처럼 '참혹하게 실패할 겁니다')들을 위한 판을 짜놓는 것 정도의 의미 부여정도만 해주면 됩니다... 5화도 안 되서 사라질, 그렇다고 해서 세세한 기본설정이 붙은 캐릭도 아닌 하큐리(솔직히 말해서 하큐리의 이상이 무엇이든지간에 그 생각이 너무 '순진하죠' 상대방이 수만명을 학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아예 생각지도 않고 있었으니)는 어로우즈/이노베의 만행을 더욱 잘 보여주기 위한 역할을 수행해 주는 정도일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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