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반 흥행과 더불어 논란거리가 된 유하 감독의 ‘쌍화점’은 공민왕 시해 사건을 허구에 기초하여 재구성하였습니다. 극중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건룡위는 자제위의 변형이며, 공민왕을 실제로 시해한 것은 홍림이 아니라 홍륜이고, 왕비는 노국공주와 익비를 뒤섞어 놓은 점 등을 감안하면 ‘쌍화점’은 애당초 정통 사극의 관점에서 고집스럽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공민왕의 현존하는 유작 ‘천산대렵도’는 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동성과 이성을 넘나드는 치정 궁중 사극이라는 점에서는 ‘왕의 남자’, 정치적인 이유로 비롯된 의무적인 섹스가 격정적으로 발전하였으며 파격적인 노출이 수반된 베드 신이라는 점에서는 ‘색, 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쌍화점’은 흥행 요소들을 충분히 수반하고 있는 오락 영화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조인성, 송지효와 같이 노출 연기를 거의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의 변신 또한 자극적입니다. 하지만 노출의 수위에 비해 섹스 장면들은 끈적거리기보다는 건조한 느낌이 들어 급속도로 빠져든 정욕이라는 느낌을 주기에는 모자랍니다. 133분의 러닝 타임 동안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지만, 정치권력과 치정이 결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건들의 스케일과 깊이가 부족하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국왕의 생명까지 위태로울 정도의 치정극임에도 불구하고, 장중하면서도 압도적인 비극에서 비롯되는 인간 존재의 비루함이나, 어마어마한 정치적 파란까지 도달하지 못한 채, 소수의 인물만이 휘말리는 작은 규모의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허전합니다. 이것은 배우들의 연기보다는 각본의 한계입니다. 그러나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에 이어, ‘비열한 거리’와 ‘쌍화점’을 통해 조인성을 매끈한 청춘스타에서 ‘배우’로 만드는 것을 보면, 유하 감독은 꽃미남 배우들의 금세 깨질 듯한 연약한 이미지를 극적인 갈등 구도로 승화시키는 능력만큼은 탁월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 - 대한민국 학교 다 X까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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