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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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칠드런 - 친구와 함께 하고 사라져간 유년기 영화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에서 시골 마을의 수도원 학교를 다니는 줄리앙(가스파 마네세 분)의 학급에 장 보네(라파엘 페이토 분)가 전학 옵니다. 친구들 사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장과 어머니와 떨어진 외로움에 시달리는 줄리앙은 이내 친해지고, 줄리앙은 장이 신분을 숨긴 유태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루이 말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낸 1987년 작 ‘굿바이 칠드런’은 그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걸작입니다. 사춘기를 맞이한 프랑스 소년이 유태인 친구와 친해지며 경험하는 성장담을 묘사하는데,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딱히 본받을 만한 어른이 주변에 하나도 없는 것이 주인공 줄리앙의 성장을 더디게 하며, 동시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일그러져 있습니다. 부잣집 아들들이 다니는 수도원 학교의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조셉은 신분적, 경제적 격차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장애로 인해 아이들의 멸시를 사고 있으며, 그런 아이들에게 담배를 팔아 얻은 물건들로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 합니다. 아이들은 조셉 뿐만 아니라 전학 온 장을 왕따시키며, 수도원과 성직자의 권위를 혐오하며 성적 호기심을 노골적으로 표출합니다. 박애를 실천해야 할 수도원의 신부조차 계급이 낮은 조셉을 차별하는데 성직자라면 저질러서는 안 될 이런 과오가 커다란 화근이 되어 파국을 부르게 됩니다. 기숙사 사감도 위기의 순간에는 어린 학생보다 제 한 몸부터 챙기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뿐입니다. 나치에 부역하는 일부 프랑스인들과 그들을 혐오하는 다수 프랑스인의 관계와 유태인 탄압 또한 사실적으로 조명합니다. 성직자와 어린이를 소재로 하고 있어 성스럽고 순수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박살내며, 전쟁이라는 소재까지 가져와 인종적, 계급적 차별과 인간의 추악함을 벗기는 것을 보면, 역시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와 ‘데미지’의 거장답습니다.

하지만 추악한 현실을 배경으로 하기에, 줄리앙과 장의 우정은 더욱 빛납니다. 사실 성장기의 소년의 우정을 주제로 한다면, 관객의 감정선 보다 앞서 두 주인공의 관계를 끈적하게 만들거나 눈물을 강요하는 우를 범하기 쉽지만, ‘굿바이 칠드런’은 비극의 순간에도 담담함을 잃지 않는 미덕을 발휘합니다. 여전히 어머니에게 응석을 부리며 밤중에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줄리앙은 항상 위기의식을 겪는 장과 친해지며 성장하는데, 특히 마지막 장면의 줄리앙의 표정은 강한 여운을 남기며 객석에서 일어서지 못하도록 붙잡습니다. 줄리앙의 표정은 친구와 함께 사라진 유년기에 대한 안타까움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소년들을 비롯한 수도원의 모든 사람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이 채플린의 무성 영화를 보는 장면이고, 줄리앙은 학교 공부보다 소설 읽기를 즐기는 것을 보면 확실히 루이 말 본인의 이야기임을 증명합니다.

1989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국내 개봉된 이후 19년 만에 같은 날 다시 극장에 걸린 ‘굿바이 칠드런’은, 거장 루이 말의 1995년 사망까지 감안하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좋은 기회입니다. ‘굿바이 칠드런’으로부터 7년 뒤 ‘세 가지 색 레드’에 출연하게 되는 약관의 이렌느 야곱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