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건담, 토미노 요시유키가 창조한 신(神) 없는 미래의 신화 1 U.C. 건담(퍼스트, Z...)

키네마 준보 2006년 3월 하순호에 실린 특별 기획 '기동전사 Z건담 극장판 3부작 총괄' 중 개론에 해당하는 ‘토미노 요시유키와 극장판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와 ‘토미노 요시유키 롱 인터뷰’를 번역하여 포스팅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사토 타다오가 쓴 극장판 '기동전사 Z건담' 작품평, '토미노 요시유키가 창조한 신(神) 없는 미래의 신화'로 2회에 걸쳐 포스팅합니다. 사토 타다오는 1930년에 태어나 활동한지 50년이 넘었으며, 30여권의 저서를 보유한 유명한 영화평론가입니다.

------------------------------------------------------------------------------------------------------------

이야기로서 유례없는 불가사의한 존재 방식

기동전사 Z건담Ⅲ - 별의 고동은 사랑’은, 토미노 요시유키 총감독에 의한 이 시리즈 영화판의 최신작으로, ‘신역 Z 완결편’이라고 명문화되어 있다. 신역이라면 구역(이라고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도 있을 수밖에 없는데,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길고 긴 시리즈(역주 : ‘기동전사 건담’ 이후의 모든 건담 시리즈를 의미함)의 일부이다.

대중문화의 역사를 보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라고 일컬어는 작품들이 있다. 과거에는 신문의 연재만화에 그런 경우가 많아서, 평판이 좋으면 만화가가 사망할 때까지 연재되는 일도 있었는데, 그 경우 매회 완결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등장인물은 수 십 년이 지나도 나이를 먹지 않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따라서 독자는 언제부터 읽기 시작해도 상관없었고, 언젠가 읽기를 중단해도 뒷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았다. 영화의 토라 씨(역주 : 30년 동안 48편의 시리즈가 제작된 영화 ‘남자는 괴로워’의 남자 주인공)는 나이를 먹지만 이야기는 매회 완결되었다.

그런데,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1979년 TV 시리즈가 시작된 이래, 도중에 중단된 적도 있지만, TV판과 영화판으로 계속 속편이 나오는 것뿐만 아니라, 일관된 장대한 스토리가 있다. 등장인물들도 나이를 먹지 않을 수 없고, 세대도 교차된다. 우주의 이곳저곳에서 형성되는 세력의 항쟁의 이야기이지만, 그것도 단순하게 적과 아군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삼파전에 돌입하기도 하고, 각각 내부에서도 항쟁이 벌어져 확대되어 간다.

이렇게 등장인물의 수가 많고, 그 인맥도 복잡하여, 길게 이어진 시리즈이기에 중간부터 보게 된 사람은, 스토리의 전모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중간부터 보더라도 일관된 장중한 비극성과 액션에 고양되면, 그 매력에 빠져들어 어디에서부터든 계속 보게 되고, 순식간에 영화사 상 유례가 드문 장대한 스토리가 되어, 관객도 굳이 처음부터 볼 수밖에 없는 층을 계속해서 계승하며 증가시키고 있다.

이야기로서 과거에는 없었던 불가사의한 방식이다. 이야기라기보다는 ‘삼국지’나 ‘해이케 이야기’ (역주 : 가마쿠라 막부 시대를 다룬 일본의 국민 문학)와 같은 일종의 역사인가. 역사라면 시작이 없을 뿐더러 끝도 없어야 하고, 중간부터 읽어도 이상하지 않아야 한다. ‘추신구라’(역주 : 1701년 에도 성안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과 1702년 아코 지방에서 있었던 사무라이들의 주군 복수 사건을 작품화한 것.)처럼 하나의 역사적 사실의 해석 방법이 바뀌어 몇 번이고 반복되어 회자되곤 한다. 그렇지만, 역시 가공의 공상 이야기를 역사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가, 라고 생각해봐도, 공상의 이야기가 역사라는 점에서는 ‘구약성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라마야나’(역주 :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도 그렇고, ‘북유럽 사가’도 그렇다. 가깝게는 ‘반지의 전쟁’이 가공의 역사이니, ‘기동전사 건담’이 비슷한 지위라고 주장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가공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은, 때로는 신화를 쓰고 싶은 욕구인지도 모른다. 민족이나 인류의 운명을 예정한 신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따르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으로, 간신히 사고 방식을 전환할 수 있는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방어에 중점을 둔 나이 먹는 히어로

‘기동전사 건담’에서 흥미진진한 것 중 하나는, 우주에서 항쟁하는 각 세력 중, 어느 쪽이 정의인가 어느 쪽이 악인가 굳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각자 주장하는 바가 있지만, 어느 쪽이든 악의 요소가 있다. 또한 선에서 악이 탄생한다. 종래의 신화는, 일본 신화가 일본을 신의 나라로 삼고, 구약성서가 유대인을 신의 선민이라고 하며, 민족주의의 틀에 갇힌데 반해, 이제 그런 인식으로는 인류 공통의 이야기가 될 수 없어서인가. 따라서 이 이야기에서는 민족은 해체되고, 단지 지구연방이라든가 식민지로서의 스페이스 콜로니라는 집단의 존재 방식에 의해 새롭게 대립한다. 그건 괜찮지만 거기에 새롭게 전체주의적 경향이 나타난다. 아쉽지만 민주주의는 어떻게 되는가. 인류라는 존재는 그다지 고상한 종족이 아니며, 전체주의의 발전형은 상상할 수 있어도 민주주의의 진화형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일까.

이 신(神) 없는 신화에는, 인간의 미래는 신에 의해 보증되기는커녕, 인간은 항상 전란을 두려워해야만 한다. 단지 두려워하는 것만으로 아무 것도 되지 않기에 영웅들은 우주로 뛰쳐나와 용감히 싸운다. 그들의 중요한 무기는 모빌 슈트이다. 인간의 모양을 한 로봇으로, 인간은 그것에 탑승해 그 안에서 조종한다.

이 로봇은 쉽게 개조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마치 하카마(역주 : 일본 옷의 겉에 입는 주름잡힌 하의)라도 입은 것처럼 다리 아래쪽이 불룩한 것이 특징이다. 내가 그것으로 연상할 수 있는 것은 가부키 ‘간진쵸(勧進帳)’(역주 : 노(能) 아타카에 기반한 일본의 국민적 가부키)의 벤케이의 스타일이다. 등에는 무언가를 지고, 손에는 간단한 도구를 들고 있는 점도 같다. 인간의 형태를 한 전사라면 서양의 기사의 갑옷처럼 다리가 가늘어야 날렵해 보이지 않을까 싶지만, 굳이 듬직하고 촌스러우며 건실한 벤케이의 스타일에, 공격보다 오히려 방어에 중점을 둔 영웅의 이미지가 있다. 인왕(仁王)처럼 무섭게 버티고 선 채 전신에 화살을 맞아 죽은 벤케이처럼, 모빌 슈트의 전사들은 공격력보다, 오히려 우주공간에서 선 채로 가차 없이 파괴되어 가는 비장감으로 인상지어진다. 비행기나 로켓과 같이 계속 앞으로 나가기만 하는 유선형이 아니라 공격을 받으면 멈추는 인간형이라는 아이디어는 탁월하다. (계속)

토미노 요시유키와 극장판 '건담' 시리즈
극장판 'Z건담' 토미노 요시유키 롱 인터뷰 1
극장판 'Z건담' 토미노 요시유키 롱 인터뷰 2
극장판 'Z건담' 토미노 요시유키 롱 인터뷰 3

'기동전사 Z건담 - 별을 잇는 자' 총력 리뷰!
‘기동전사 Z건담 Ⅱ - 연인들’ 총력 리뷰!
'기동전사 Z 건담 III - 별의 고동은 사랑' 총력 리뷰!

극장판 'Z건담'의 실패 요인


덧글

  • zolpidem 2008/12/20 11:13 #

    건담이라는 주제로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어떤 의미로 대단합니다.
    필자의 필력도, 일본 대중문화의 저력도 말이지요.
    '가공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은, 때로는 신화를 쓰고 싶은 욕구인지도 모른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네요.

    ps. 건담이라는 신화에서 神이라면, 라라아가 어떨지요?
  • 디제 2008/12/21 11:03 #

    zolpidem님/ 제가 지금까지 본 건담 관련 글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쓴 것 같습니다.

    건담에서 라라아는 작품 전체의 열쇠를 쥔 여신이죠. 하지만 성우 이노우에 요우의 사망 이후 라라보다 세이라가 더 부각되고 있는 것은 좀 아이러니컬 합니다. 굳이 건담을 신화에 비유하자면 건담의 캐릭터들은 결점이 많으면서도 매력적인 그리스 신화의 신들 같군요.
  • zolpidem 2008/12/22 02:22 #

    그리스신화의 연결은 신선하면서 좋은 생각 같네요.
    샤아라면.. 바람기는 제우스와도 같지만, 싸움도 좋아하니 전쟁의 신(마르스의 그리스 이름이 뭐죠? 아레스?)이 어울리기도 하고...
    그렇다고 세이라를 아프로디테에 넣긴 뭣 하지만(구상 당시에는 샤아와 애정 관계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으려나요?),
    미라이를 헤라에 넣으면 브라이트는 제우스야 하니..
    (주포 발사!! 하는 것이 제우스의 번개라고 하면 어떻게 맞기도 합니다만..)

    억지로 끼워 맞출 필요는 없겠지요.
    하나의 'world'를 창조하였다는 것에서 영감님의 대단함이 보이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더블오의 경우에도 재미있게 보고는 있지만, 작품 자체가 하나의 '닫힌 세상'으로서 리얼리티를 갖도록 하는 것에 있어서는
    영감님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달까요... 굳이 AD라는 달력을 사용한 결의만큼 역량이 따라가지는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