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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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 지루한 재판 속에 희생되는 인권을 고발하다 영화

20대 중반의 청년 가네코(카세 료 분)는 입사 면접을 위해 탄 출근길 만원 전철에서 여중생을 성추행한 치한으로 몰려 유치장에 구금됩니다. 유죄를 인정하면 쉽게 풀려날 수 있다는 경찰과 검찰의 회유를 뿌리치고 가네코는 변호사 아라카와(야쿠쇼 코지 분)와 세토(스도 리코 분)의 도움으로 불리하고도 힘겨운 재판을 이어 나갑니다.

‘으랏차차 스모부’와 ‘쉘 위 댄스’의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철저히 이성적으로 밀어붙이는 건조한 법정극입니다. 일반적으로 법정 스릴러라면 주인공의 범행 여부와 유, 무죄 판결을 둘러싼 반전으로 승부하기 마련인데,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주인공 가네코가 실제 성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일찌감치 배제한 채, 무고한 사람이 수사 과정과 법정에서 겪는 고초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무려 143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 속에서 판결이 내려지는 12차에 걸친 법정 공방을 그대로 묘사하기 때문에, 지루한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의 지루함은 극중에서 가네코가 겪어야 하는 고통을 가감 없이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입니다. 민사 재판과 형사 재판의 기본적 차이부터 설명하며, 유치장에 갇힌 가네코에게 사건 조사 과정을 일일이 가르쳐주는 친절한 동료 수감자 덕분에 사법에 대한 지식 없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극히 성실하여 고지식할 정도로 우직한 이 영화의 주제는 ‘형사 재판 유죄율 99.9%’가 상징하는 일본 사법 제도의 모순과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를 고발하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어지간한 법정극이라면 도달할 수 있는 관습적인 결말을 부정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적 카타르시스보다는 한 번 더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일본보다 사법 제도가 선진적이라 할 수 없는 한국의 실정과 군사 정권 시절의 공안 정국으로 회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는 아닙니다.

평범한 듯하지만 대단한 동안에 미묘하고 섬세한 카세 료의 연기는 긴 러닝 타임의 지루함을 덜어줍니다. 야쿠쇼 코지는 영화의 중심을 듬직하게 잡아주며, 수오 마사유키의 전작들에서 인상적인 조연이었던 다케나카 나오토는 카메오로 등장해 육중한 분위기를 상쇄시킵니다. ‘매직 아워’에서 정겨운 매니저로 출연했던 코히나타 후미요와 ‘카모메 식당’에서 카리스마 넘쳤던 모타이 마사코가 각각 정반대의 이미지로 분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일본만의 독특한 사회 현상인 법정 마니아도 양념처럼 다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