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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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여행 - 20년 전 졸업한 '국민학교'를 찾아서 일상의 단상

불현듯 마음 한 구석에서, 졸업한지 20여 년도 더 된 '국민학교'가 그리워졌습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곳이라 고향이라 부르기도 쑥스러운 곳이지만, 그곳에서의 인연이 하나둘씩 줄어들어 이제는 만날 사람조차 사라진 것이 안타까운, 쓸데 없는 감상에서 출발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촬영된 모교의 사진입니다. 수원의 구시가지에 위치한 학교인데, 당시에는 전교생이 1,500명을 넘을 정도로 콩나물 학급이었습니다. 원래 이 사진은 '졸업 사진'의 표지인데, '졸업 앨범'이 아니라 '졸업 사진'인 이유는 앨범이 제작되지 않아 교직원 사진 한 장과 학급 단체 사진 한 장으로 졸업 앨범을 대신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컬러 사진이 일반화된 시대였음에도 학교의 단체 사진은 흑백이었던 점도 아쉽습니다. 사진 오른쪽에는 제가 보관을 잘못해 훼손된 부분이 있지만 다행히 본관 건물 부분은 멀쩡합니다. 왜냐하면 사진 속의 본관은 저 사진을 촬영한지 반 년도 못되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력이 유별나서, 사진 맨 앞에 나온 여학생의 이름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춥고 바람이 강했던 지난 토요일 20여 년의 세월을 넘어 모교를 찾았습니다. 학교 정문입니다. 정문은 그 모습 그대로이지만, 사진 왼쪽의 경찰서와 도립병원 건물은 깨끗이 헐리고 조선 시대 정조가 행차했던 행궁 복원 사업을 통해 커다란 공터가 들어서 있습니다.

반대편에서 본 교문. 이 문으로 6년 동안 들락거렸는데, 집을 제외하면 6년이나 들락거린 공간은 이곳이 유일하군요.

학교 앞 골목길은 행궁 복원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으로 을씨년스런 느낌이 더했습니다.

본관 건물. 최상단의 흑백 사진과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습니다. 축구 골대와 건물의 위치는 동일하지만 완전히 그 실체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흑백 사진 왼쪽의 3층 신관 건물도 헐려서 사라졌습니다. 구시가지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신관을 운영할 필요도 없고, 건물이 낡아 안전상의 문제도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본관 건물이 바뀐 이유는 제가 졸업하기 한 달전이었던 1월 1일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소실되었기 때문입니다. 낡은 목조건물이었으니 화재 위험은 상존하고 있던 셈인데, 신정을 보내기 위해 시골에서 TV를 보다 뉴스에서 학교가 불탔다는 소식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학교가 화염에 휩싸이자 불구경나온 철딱서니 없는 남자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며 환호했고, 머리가 굵은 여자아이들은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화재로 인한 소실로 개교 100주년이 넘은 학교의 사료관은 썰렁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사료관 벽에 걸린 교장 선생님 중 16대 구자혁 선생님이 제가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재임하셨고, 17대 김주완 선생님은 화재로 인해 직위해재 당했습니다.

본관 복도. 같은 자리에 위치한 건물이라 그런지 옛 느낌이 아직 남아있는 듯합니다.

복도 한 구석에는 신학기에 사용할 새 교과서들이 있었습니다. 잉크 냄새가 물씬한 빳빳한 새 교과서를 받을 때의 뿌듯한 기분이 새록새록 기억났습니다.

다행히 강당만큼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당시 주변에는 강당이 있는 학교가 드물어 아이들의 자랑거리이기도 했습니다. 5학년 때까지 선배들이 강당에서 졸업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그렇게 되리라 예상했지만, 화재로 본관이 소실되어 강당도 교실로 활용하는 바람에, 졸업식을 운동장에서 치러야 했습니다. 추운 2월의 운동장 졸업식은 더욱 서러웠습니다.


그러고보니 이런 놀이기구도 20년 전 그대로입니다. 그때는 한없이 크고 높아 보였는데, 이제는 소인국의 놀이기구처럼 보이더군요.

학교 구석에 위치한 행궁. 과거에는 학교 운동장과 연결되어 청소도 하고 장난도 치고 놀았는데, 이제는 울타리가 들어서 넘어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학교의 뒷산인 팔달산. 교가도 '팔달산 기슭 아래~'로 시작됩니다. 정상의 서장대 역시 방화로 인해 소실되어 복원된 것입니다. 아래쪽에 인위적인 복원 사업으로 들어선 신풍루를 보니 착잡했습니다.

그래도 '국민학교' 앞에는 문방구가 없어서는 안 됩니다. 뽑기와 불량식품, '칸담' 조립식, 기억하십니까?

이날 근무중이었던 선생님을 통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행궁 복원 사업과 학생 수 대폭 감소(이제는 전교생이 200명도 되지 않는다더군요.)로 2010년에는 시내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졸업하기 전에 본관 건물이 사라진 것도 아쉬운데, 이제 학교 터마저 사라진다니 마음 한 구석이 아립니다. 집보다 학교가 더 좋았던 그 시절의 기억을 머금고 있는 학교터가 사라지기 전에 꼭 다시 한 번 찾아야 겠습니다.


덧글

  • 슬견 2008/12/04 14:26 #

    학교앞의 문방구는 진리입니다![...]
  • yucca 2008/12/04 19:44 #

    저도 국민학교 세대입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는 고등학교 정도부터 없어진다 만다 말이 많았죠. 시내 최중심부에 있다보니 오히려 학생이 없어져서요. 저에게 학교는 그렇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진 않지만, 문득 가보고 싶어지네요.
  • 풍신 2008/12/04 20:12 #

    문방구!!! 예전에 학교 지나가다 많이 다닌 단골 문방구가 사라진 것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었죠.
  • cinepark 2008/12/04 20:34 #

    새 교과서 나오는 날..
    왜 그리 그게 좋았을까~ ㅋㅋ
  • 윤경민 2008/12/05 14:38 # 삭제

    캬 -0- 이글보니 저도 모교를 갑자기 찾고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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