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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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아워 - 천연덕스럽지만 훈훈한 수작 코미디 영화

아름다운 항구 도시의 야쿠자 보스 테시오(니시다 토시유키 분)의 여자 마리(후카츠 에리 분)와 놀아나다 발각된 빙고(츠마부키 사토시 분)는, 테시오를 암살하려 한 전설의 킬러 데라를 데려오면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끌어냅니다. 데라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빙고는 무명의 스턴트 엑스트라 무라타(사토 고이치 분)를 속여 데라처럼 연기하게 합니다.

미타니 코우키 감독의 최신작 ‘매직 아워’는 그의 전작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나사가 빠진 듯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 뒤엉키는 시트콤으로 대사의 양이 많고 내러티브가 어디로 튈지 예측불허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보스의 여자를 사랑한 남자가 살기 위해 킬러를 찾는 전반부 내러티브의 기본 구조는 헐리우드 갱 영화의 느와르 물에서, 갱 보스를 속이기 위해 주인공들이 정교하게 작당하여 반전을 꾀한다는 점에서 ‘스팅’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극 중 보스의 이름 테시오가 영화 ‘대부’의 꼴레오네 패밀리의 중간 보스 이름과 동일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며, 등장인물들의 머리 모양과 의상 역시 완전히 빗어 넘긴 올백 스타일에, 말끔한 정장과 중절모까지 재현하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의 금주법 시대의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중요 장면의 상당수를 대형 실내 세트에서 촬영했는데, 연극적이고 인위적인 분위기의 대형 실내 세트의 제작 과정은 엔드 크레딧에서 별도의 영상으로 공개됩니다. 분노한 데라가 식탁에서 술잔을 엎어 붉은 와인이 피처럼 식탁을 물들이는 장면은,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한 걸작 갱 영화 ‘언터처블’에서 알 카포네가 만찬에서 실수를 범한 조직원을 야구 방망이로 때려죽이는 식탁 장면의 카메라 앵글을 연상시킵니다.

동시에 ‘매직 아워’는 일본의 갱이라 할 수 있는 야쿠자 영화에 대한 무한한 경의입니다. 무라타는 어릴 적부터 동경해온 야쿠자 영화로 인해 영화계로 입문했고, 무명의 스턴트맨이지만 끝까지 야쿠자 영화에 대한 존경을 포기 하지 않습니다. 카메라 앵글이나 워킹, 조명 등이 어우러진 액션 장면 역시 이제는 전성기가 지난 야쿠자 영화에 대한 오마쥬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극중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테시오의 부하 구로카와로 분한 것도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단골 야쿠자 배우 테라지마 스스무입니다.

‘조직폭력배와 영화라는 동일한 소재를 활용해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에서 국내 흥행작 ‘영화는 영화다’와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거의 동시에 제작된 두 영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은 없고, 상당히 진지하여 염세적인 부정론에 가까웠던 ‘영화는 영화다’와 달리 ‘매직 아워’는 철저히 낙천적인 코미디이며 영화에 대한 긍정론이라는 점에서 다르지만, 영화의 단골 소재 조직폭력배가 현실과 중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기묘한 상황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고 상황을 만든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속사포처럼 대사의 양이 많고 연극적이라는 점에서는 우디 앨런의 영화와도 비슷한데, 매우 지적이어서 때로는 현학적인 우디 앨런의 영화와 달리 ‘매직 아워’의 많은 대사들은 기름기가 빠진 듯 일상적이며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만 옥의 티는 번역가 강민하의 자막 번역이 지나친 의역으로 일관해 관객의 상상의 여지를 가혹하게 꺾어버린 것입니다.

‘매직 아워’란 석양이 비끼며 노을이 지는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영화를 촬영하기 적합한 시간이자 동시에 인생의 황금기를 의미하는데, 제목부터 매우 훈훈하고 인간적이며 교훈적인 영화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매직 아워’에 집착하는 무라타 역의 사토 고이치의 ‘연기에 대한 연기’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웃음과 눈물 사이에서 쥐락펴락합니다. 뺀질거리며 잔머리를 굴리기에 급급한 츠마부키 사토시의 연기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여타 출연작과는 다른 분위기의 카가와 테루유키도 인상적이며, ‘20세기 소년’에 그와 함께 출연했던 주인공 겐지 역의 가라사와 토시아키도 깜짝출연했습니다.


덧글

  • 시북군 2008/12/03 12:38 #

    보고는 싶은데 국내판은 20분 가량 잘라냈다고 해서 그냥 패스했는데 감상기가 뿜뿌 그 자체입니다.(특히 테라지마 스스무는 배우 그 자체를 좋아하는지라)
  • 알트아이젠 2008/12/03 13:18 #

    예고편이 엄청 재밌어보이는데 상당히 좋은가보군요.
  • 디제 2008/12/04 09:04 #

    시북군님/ 왠만하면 삭제판은 관람하지 않는데,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테라지마 스스무는 저도 엄청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
    알트아이젠님/ 네, 간만에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 슬견 2008/12/04 14:28 #

    기회되면 꼭 보고싶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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