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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 소외된 사람들의 도시, 도쿄 영화

미셸 공드리, 레오 까락스, 봉준호가 도쿄를 배경으로 촬영한 옴니버스 영화 ‘도쿄!’는, 1천 2백만 명의 사람들이 바삐 살아가는 대도시 속에서 직면하는 소외의 문제를 응시한다는 공통점으로 압축됩니다. 미셸 공드리의 ‘아라카와 히로코’는 도쿄에 연인 아키라(카세 료 분)와 함께 상경한 히로코(후지타니 아야코 분)가 연인과 친구로부터 소외되며, 레오 까락스의 ‘광인’의 메르드(드니 라방 분)는 사회로부터 인종적으로 소외되었으며, 봉준호의 ‘흔들리는 도쿄’의 남자(카가와 테루유키 분)는 스스로 소외를 선택했습니다. ‘이지메’와 ‘히키코모리’와 같은 단어들의 원조인 일본의 수도 도쿄를 영화 제목과 공간적 배경으로 선택했다면, 소외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세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먼저 제시되는 미셸 공드리의 ‘아라카와 히로코’에서는 주인공 히로코보다 아키라의 개성이 더욱 빛납니다. ‘수면의 과학’에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분한 스테판의 엉뚱함과 대책 없음을 그대로 계승한 아키라는, 카세 료의 연기로 더욱 빛을 발하지만, 그에 비하면 주인공 히로코가 직면하는 소외의 결과는 러닝 타임의 한계 때문인지 갑작스럽습니다. 다른 영화들에서 그렇듯이 미셸 공드리는 비극적 결말조차 귀엽고 낙천적으로 제시하는데, 우리 전래 동화 ‘우렁각시’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츠마부키 사토시가 카메오로 출연하며, 지극히 비좁은 집에서 살아야만 하는 도쿄 사람들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레오 까락스는 ‘광인’에서 페르소나 드니 라방을 기용해 제2차 세계 대전의 전범국이 일본이라는 사실과 옴 진리교 사건, 알 카에다의 폭탄 테러 등을 연상시키며 일본인들의 폐쇄성을 부각시킵니다. 하지만 굳이 도쿄를 배경으로 프랑스인 배우를 기용해 촬영한 결과물이 고작 이 정도에 불과한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도쿄!’가 도쿄나 일본, 일본인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만을 견지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광인 메르드가 보여주는 행동이 설득력이 떨어지는데다 그가 비판하고자 하는 일본인의 부정적인 측면은, 도쿄만의 것이 아니라 뉴욕이나 파리, 서울 등 전 세계의 대도시라면 어디에서든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많은 살인을 범하고도 죽음을 거부하는 메르드의 행동이 일본에 남아있는 사형제도에 대한 비판일 수 있으나, 그가 자신을 변호하는 내용은 논리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선문답이나 촌철살인의 미학도 없습니다. 비슷한 소재를 정면으로 다룬 키에슬로브스키의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의 깊이에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극중에서 직접적으로 제기되는 인종주의적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애당초 40여분 안팎의 단편을 통해 다른 감독들과 나란히 도쿄에 관한 영화를 기획했다면, ‘광인’이 그 자체로 내러티브의 완결성이 있어야 했는데, 레오 까락스는 ‘도쿄!’를 자신의 새로운 장편을 홍보하는 예고편으로 활용합니다. 드니 라방의 훌륭한 연기가 파묻히는 것은 순전히 방향을 잘못 잡아 표류하는 시나리오 때문입니다. ‘광인’의 공간적 배경이 왜 도쿄여야만 했으며 ‘도쿄!’라는 옴니버스 영화에 포함되어야 했는가의 당위성을 찾기 어렵습니다.

봉준호의 ‘흔들리는 도쿄’에서 사회 문제화된 히키코모리를 다루는 방식은 매우 섬세합니다. TV와 인터넷에만 매달리며, 비좁은 방안을 가재도구와 쓰레기 등으로 정신없이 어지럽히는 공격적인 오타쿠와 같은 스테레오 타입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돈된 환경을 좋아할 만큼 깔끔하고 지식을 추구하지만 단지 사람을 만나기 두려운 소심한 사람일 뿐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선택합니다. 따라서 ‘흔들리는 도쿄’에서 히키코모리는 현실 비판적인 사회적 영화가 아니며 소외되어 외로운 이가 과감히 세상으로 나가는, 사랑에 관한 영화입니다. 사랑에 빠지며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일본이라면 쉽게 연상되는 지진과 연관짓는 은유도 돋보입니다. ‘유레루’, ‘20세기 소년’ 등에서 소심한 캐릭터를 섬세하게 연기했던 카가와 테루유키는 사실상 영화를 1인극으로 짊어지고 있음에도 능수능란하며, 청바지에 가터 벨트를 한 깜찍한 의상의 아오이 유우는 다른 출연작들보다 매력적입니다. 봉준호는 전작들에서 여배우를 예쁘게 잡아내는데 무관심했는데, 주인공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니 만큼, 붉은 색이 잘 어울리는 아오이 유우의 이미지를 극적으로 끌어냅니다. 단 한 번의 등장으로도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감초 연기의 다케나카 나오토도 인상적입니다. 각각의 미장센이나 자전거와 피자 박스와 같은 소품과 가터 벨트 청바지와 같은 의상, 무성하게 잡초로 뒤덮인 가옥 등 무엇 하나 대충 보고 지나칠 수 없는 것 또한 봉준호 영화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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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DPotter 2008/10/30 15:09 #

    극장가서 꼭 보고싶기는 한데 같이 볼 사람이 없는 영화이지요....ㅠ.ㅠ
    가장 기대되는건 봉준호감독님의 흔들리는 도쿄입니다만..(사실 이것땜에 보고싶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그것보다 사실 아오이 유우?!!!!)
  • 루드-♪ 2008/10/31 00:21 #

    사실 영화 보고온 입장으로써 무척 만족스러운 영화였지만.

    아오이 유우가 나오는 빛나는 화면 수십여초간으로도 -_-);;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말그대로 빛이나요.
  • 디제 2008/10/31 09:57 #

    SDPotter님/ 영화를 반드시 누군가 같이 봐야 한다는 법은 없죠... 그리고 사실 말씀하신 대로 봉준호 감독의 작품만으로 볼 가치가 있습니다. 미셸 공드리는 약간 썰렁한 덤이고, 레오 까락스는 없느니만 못하죠...
  • 안개인간 2008/11/07 16:33 #

    심오한 주제와 신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서 좋은 영화는 아니죠.. 우리나라 대부분의 평론가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레오까락스의 메르드에 대한 의견에 공감해서 덧글을 달아 봅니다. 좋은 블로그 구경 잘 했어요^^
  • 홍양 2009/12/18 21:53 #

    두번째 작품은 굉장히 난해한 작품이었죠.. 그런데 배우 연기가 정말 멋지더라구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볼때마다 구석구석 요소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어요 ^^ 이번 작품도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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