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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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LG의 숨은 MVP 김정민 야구

2008년 LG는 2년 만에 다시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나름의 수확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유턴한 봉중근이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11승을 거둬 에이스로 떠올랐고, 이대형이 2년 연속 도루왕으로 LG의 유일한 타이틀 홀더가 되었으며, 옥스프링과 페타지니는 LG의 외국인 선수 잔혹사를 확실히 끊는 활약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한 경기 최소 10명이 뛰는 야구는 눈에 보이는 몇몇의 스타만으로 시즌을 유지할 수 없으며,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선수가 필요합니다. LG에 있어 그런 선수는 바로 김정민입니다.

포수는 외로운 포지션입니다. 수비 시 투수를 비롯한 8명의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포수를 바라보며, 포수가 흔들리는 팀은 쉽게 무너집니다. 항상 많은 장비를 착용하고 쭈그려 앉아 무릎과 허리에 많은 부담이 가는 포수는 한 경기 150개 이상의 공을 받고 던져야 하며, 타자의 타구에 맞는 일도 허다합니다. 때로는 홈에 무지막지하게 쇄도하는 상대 주자를 블로킹해야 할 만큼 부상의 위험이 상존합니다. 최근 유소년 야구에서 포수를 하려는 선수가 없는 것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상대 타선이 불을 뿜으면 포수의 볼 배합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상대 포수에게 안타를 맞지 마라’는, 포수가 호타를 기록하면 인사이드 워크도 좋아진다는 야구계의 속설처럼 포수의 위치는 중요합니다. 인사이드 워크가 중시되기 때문에 포수는 수비 부담이 많은 유격수처럼 높은 타율을 기록하기 어렵습니다. 8개 구단 포수 중 타격 30걸 안에 포함된 것은 0.292의 롯데 강민호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한 경기에 필요한 포수는 단 한 명이며 교체도 거의 없고 다른 포지션과 함께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프로야구 팀의 주전 포수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투수나 다른 포지션의 야수에 비해 백업 포수가 경기에 출전할 확률은 희박합니다.

LG 포수 김정민은 입단할 때부터 2인자였습니다. 영남대 재학 시절 최고의 수비형 포수로 인정받으며, 포수로서는 드물게 안경을 착용해,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명포수 후루타 아쓰야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았지만, 1993년 2차 지명 1순위로 LG에 입단했을 때는 전성기를 구가하던 김동수가 버티고 있었고, 2000년 김동수의 FA 이적 이후에는 1998년 입단한 조인성에 막혔습니다. 언제나 2인자에 만족해야 했던 김정민은 결국 2006년 1할도 되지 못하는 타율을 기록하며 등 떠밀리듯 은퇴해야 했습니다. 그는 은퇴하는 순간까지도 2인자였는데, ‘미스터 LG’ 서용빈과 함께 은퇴식을 치뤘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은 서용빈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은퇴 이후 구단에서 코치 수업을 받으며 신인 선수 선발 등에도 관여한 김정민은 1년 만에 김재박 감독의 부름을 받고 선수단에 복귀했습니다. 2007년 백업 포수인 최승환이 부상을 입었고, 이성열은 인사이드 워크를 기대할 수 없어 FA를 앞둔 조인성이 거의 전 경기를 뛰다시피 했습니다. 2008 시즌을 앞두고 이성열이 외야수로 전업하면서 최승환을 제외하면 백업 포수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단 사상 최초로 은퇴를 번복하고 팀 내 최고령 선수로 돌아온 김정민에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진 : 10월 4일 잠실 롯데와의 최종전에 7회말 대타로 들어선 김정민. 시즌 마지막이었던 이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김정민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FA 대박 계약 이후 첫 시즌을 맞은 조인성이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습니다. 0.282를 기록했던 2007년과 달리 2할대 초반에 허덕였고, 투수 리드에도 많은 논란에 휘말리며 2군으로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LG의 포수 자리에는 누수가 없었습니다. 언제나 2인자였던 김정민이었지만 묵묵히 마스크를 쓰고 자신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김정민의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는 5월 23일 잠실 기아전에서 빛났습니다. 에이스 봉중근이 허벅지 부상으로 조기 강판되고, 구원한 김민기가 기아에 선취점을 내주며 분위기가 넘어갔지만, 이대형의 중전 적시타에 2루 주자 김정민이 홈으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하며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LG는 박경수의 역전타로 경기를 뒤집어 승리했습니다. 후배들로부터, 부상이라도 입으면 어쩌냐는 우려에 으레 사람 좋은 미소를 띄우며 ‘나 다쳐도 돼’라며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답했습니다.

김정민이 포수 문제를 해결하자, 김재박 감독은 최승환을 두산으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감행하며 이재영을 얻었습니다. 선발과 불펜 할 것 없이 모두 붕괴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처방이었는데, 이재영은 LG 유니폼을 입은 직후 선발 등판에서는 부진했지만, 시즌 말에는 불펜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내년 시즌 마무리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김정민이 분전하자, 2군으로 추락했던 조인성도 자극을 받아, 1군에 복귀한 이후부터는 안정적인 인사이드 워크로 리드 논란을 잠재웠고, 타격도 부진에서 벗어났습니다. 이는 모두 김정민이 단순한 백업 포수 이상의, 실질적인 주전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김정민은 71경기에 출장하며 155타수 47안타 타율 0.303라는 근사한 성적표를 거머쥐었습니다. 데뷔 이래 세 번째로 많은 타석에 들어서면서도 3할을 넘긴 것인데, 비록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3할 타자가 전무한 LG 타자들의 성적을 감안하면, 김정민의 타율은 놀라운 것입니다. 인사이드 워크에서도 안정감 있게 투수진을 이끌었고 그가 발굴한 신인 투수 이범준이 상당한 가능성을 보인 것을 합하면, 이제는 흔한 억대 연봉 선수 이상의 가치를 보인 것입니다. 은퇴 후에도 성실하게 자신을 관리하며 몸을 만들었고,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시야를 넓혔으며, 선수로 복귀하여 묵묵히 준수한 활약을 펼친 김정민은 시즌 내내 침체된 LG의 후배 선수들에 귀감이 되었습니다.

내년에도 김정민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조인성이 풀타임 마스크를 쓰기는 쉽지 않으며 젊은 포수들의 성장이 두드러지지 않는 LG이니 김정민의 안정적인 플레이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거의 모든 LG의 야수들이 작년만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어 내년에는 분발과 개선이 요구되지만, 2008년 LG의 숨은 MVP 김정민에게는 올 시즌 만큼의 성적을 계속 바랄 뿐입니다.


덧글

  • Hadrianius 2008/10/14 12:52 #

    이 팀도 포수 수급이 영 안되는 팀인데 확실한건 내년까지는 조인성-김정민으로 가겠군요..
    아니면 외국인 '포수'가 오려나;;;

    그나저나 야쿠르트가 조인성이라..(쿨럭)
  • 와초우 2008/10/14 15:20 # 삭제

    우리 정민옹 정말 눈물나게 잘해주었죠. ^^
    젊은 투수들 경기 끝나면 정민옹에게 모자 벗고 꾸벅 인사하는 거 장면 TV에 잡히면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었는데. ㅋㅋ
  • 건방진천사 2008/10/14 18:08 #

    다 쓰러져가는 엘지 속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잘 해주었죠..김정민을 복귀시키지 않았으면 어찌 되었을 지 정말 끔찍합니다. 엘지팬으로서 엘지가 잘 하긴 기대하는데, 내년도 기대가 별로 안 되니 답답하군요..
  • nOiZe 2008/11/15 22:47 #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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