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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 인상적인 비주얼, 진부한 결말 영화

1930년대 초반 일제 강점기, 조선 총독부에 근무하는 ‘모던보이’ 해명(박해일 분)은 우연히 바에서 공연을 보게 된 댄서 난실(김혜수 분)에 한눈에 반해, 일본인 검사 신스케(김남길 분)의 도움을 얻어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난실이 파괴 공작에 앞장서는 독립 운동가라는 사실을 알고도 해명은 포기하지 못합니다.

이지민의 장편 소설 ‘모던보이 -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를 정지우 감독이 각색및 연출한 ‘모던보이’는 1930년대의 서울의 독특한 풍경과 민족에 대해 무관심했던 한 남자가 독립 운동에 휘말리는 내러티브로 승부합니다. 애당초 ‘모던보이’의 예고편을 보고 끌렸던 이유가 내러티브나 배우보다는 1930년대의 ‘경성’이었는데, 이런 욕구는 초반부 몇 장면만으로 충족될 정도로 화려한 비주얼을 과시합니다. CG의 도움을 빈 것이기는 하지만, 당시의 숭례문, 서울역, 조선총독부 등의 대형 건물과 화려함 뒤에 숨겨진 애잔함이 묻어나는 종로 거리도 충실히 재현하고자한 노력이 역력합니다.

초반부의 인상적인 비주얼과 맞물려 개인주의자 해명의 캐릭터가 신선하지만, 중반부 이후부터는,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을 놀라운 통찰력으로 묘사하며 압도적인 비극을 이끌어내는 ‘색, 계’에 모자라는 것은 둘째 치고, 일제 강점기를 다루는 한국의 모든 영상물이 그렇듯 독립 운동이라는 소재에 대한 진부한 시선과 뻔한 선악 구도를 탈피하지 못합니다. 결국 지극히 신파적인 결말로 귀결되는데, 일제에 저항하는 최후의 투쟁 수단으로 선택하는 방식은 조선의 독립을 위해 분투했던 조상들의 것이라기보다 알 카에다의 그것에 가까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원작 소설의 제약을 벗어나 차라리 철면피처럼 철저히 쿨하고 냉정한 태도로 이 시대를 묘사하는 파격적인 내러티브였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첩보물이라고 하기에는 긴장감이 떨어지며,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에는 그다지 우습지 않고, 멜러물이라고 하기에는 가슴을 울리지 않아 어정쩡합니다.

이제는 잔주름을 숨길 수 없는 김혜수가 아직 뽀송한 박해일과 비교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기에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만일 김혜수가 10년 전 같은 배역을 맡았다면 충분히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었겠지만,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든 김혜수는 안타깝게도 미스 캐스팅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누나와 남동생이 연애하는 듯한 분위기를 지우기 위해 억지로 젊은이를 연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해피 엔드’와 ‘사랑니’에서 여성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훌륭히 잡아낸 정지우 감독이지만, ‘모던보이’의 난실의 감정선은 밋밋한데, 각본의 근본적인 한계로 읽힙니다.

고증에 있어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 당장 대형 할인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가격대의 와인 ‘칼로 로시’의 라벨이 눈에 띄는 것은 명백한 옥에 티입니다. 극중에서처럼 조선총독부가 공식 석상에서 부정적인 어감의 ‘만주 사변’에 '기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지도 의문입니다. 당시 일본에서 사용했던 ‘만몽의 위기 극복’이나 그것도 아니면 ‘만주 진출’, ‘만주국 건국’ 정도가 적당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랑니 - 사랑은 뫼비우스의 띠


덧글

  • anaki-我行 2008/10/03 10:24 #

    경성 거리의 비주얼 하나만큼은 요근래 나온 한국 영화들 중에서 으뜸이라고까지 할 수 있겠더군요...^^
  • 이준님 2008/10/03 11:33 #

    1. 90년대의 반일열풍의 광기를 거쳐온 한국으로서는 이 이상의 일제 시대 고찰은 힘듭니다. 70년대말의 반공광풍이 아직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 그렇지요

    2. 만주사변이라는 말도 당대에는 사용되었습니다. "전쟁"이 아니라 사변이라는 용어 자체가 적국을 국가로 보지 않았던 결과이지요. 일본측으로서는 "중국계 군벌들이 일으킨 변란"정도로 봐서 "사변"으로 격하한거지요. 장개석 정부를 인정하지 않아서 지나 "사변"이라는 용어가 나온 것처럼요
  • 디제 2008/10/03 12:02 #

    이준님/ 영화에서는 '만주 사변 기념식'이라는 용어를 조선 총독부가 사용합니다. '중국계 군벌이 일으킨 변란'을 일본(조선총독부)이 '기념'할 리는 없지 않습니까? 어감이 이상하죠. '만주 사변 진압 기념' 정도라면 설득력 있었을 것입니다.
  • cinepark 2008/10/03 13:59 #

    시나리오 보고 던져버렸던 작품 중에 하나~
    좀 바뀌었나 모르겠네~^^
  • 흠 모던보이 2008/10/03 18:44 # 삭제

    검색하다 들러 좋은 리뷰 읽고 갑니다. 개봉 당일 보았고 화면이 좋다라는 말을 들어 기대하고 보았는데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없지 않았어요. 제가 영화 속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유심히 보았는데 박해일 - 해명의 집 내부벽에 이케아 제품을 연상시키는-,.- 색감의 유광 도료가 발려 있더라고요. 고증 끝에 선택된 도료인지 내내 궁금했답니다. 침대나 커튼 패브릭의 질감도 좀 싸구려같은 느낌이고 여튼 큰 눈호사를 기대하고 갔던 전 많이 불만스러웠어요. 그냥 음악이 좋았고 박해일이 참 귀엽더라는 인상만 강하게 남네요.
  • 잠본이 2008/10/05 21:07 #

    아니 그 이전에 무슨 조선총독부 기념행사에 일본인 귀빈 잔뜩 모셔놓고 축사를 '조선말'로 진행하나요 OTL
    차라리 신기전처럼 100% 한국어로 다 밀고나갔으면 그런가보다 할텐데 몇장면에선 또 일어회화가 나와서 갸우뚱;;;

    제 눈에도 누나와 남동생 연애하는것처럼 보여서 참 뭐시기했죠 OTL
  • wjdtkdwls 2008/10/06 19:49 # 삭제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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