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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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 - 조폭을 빌려 ‘영화’를 말하다 영화

동료 배우를 폭행해 구설수에 오른 영화배우 수타(강지환 분)는, 자신과 함께 액션 영화를 촬영할 상대 배우를 구하지 못하자, 우연히 술집에서 만난 조직폭력배 중간보스 강패(소지섭 분)에게 출연을 제안합니다. 평소 영화를 동경하던 강패는 수타에게 모든 액션 장면을 실제 싸움으로 촬영할 것을 제안합니다.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을 맡았으며, ‘시간’ 등에서 그와 함께 작업했던 장훈의 감독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는 한국 영화에서 식상한 장르인 조폭을 빌어 영화에 대해 말하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소재 면에서는 기존의 영화들의 흔적이 엿보이지만 이를 엮어 하나의 참신한 작품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극중에서 두 번이나 인용되는 걸작 ‘초록물고기’(그 중 두 번째로 인용되는 장면은 약간의 수정을 거쳤는데 원작을 보았다면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와 강패의 캐릭터와 행동 양식이 빼닮았다는 점에서 ‘달콤한 인생’의 영향이 엿보이며, 두 남자 주인공이 대립과 갈등 속에서도 미묘하게 동료 의식을 발견하고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의기투합한다는 점에서 ‘첩혈쌍웅’과도 닮았습니다. 비릿한 날것의 느낌이 난다는 점에서 전반기 최고의 한국 영화 흥행작이었던 ‘추격자’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인용의 흔적과는 무관하게 ‘영화는 영화다’를 철저한 오락 영화로 수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필름이 돌아가는 113분 동안 내내 흥미진진합니다. 김기덕 감독의 각본치고는 러닝 타임이 긴 편이지만 두 남자 주인공의 극명히 대비되는 일상을 교묘하게 교차시켜 지루해 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평소 사람들이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예계의 스테레오 타입 사건들을 나열하여 엿보기 심리를 자극하며, 한편으로는 조폭이 영화를 촬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일상적인 사건들을 통해 웃음을 제공합니다. 마지막 격투 장면은 로케이션 자체만으로도 놀라우며, 대중들과는 유리된 예술 영화 감독으로만 인식되던 김기덕 감독에게 대중적 감각이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다’를 가장 독특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제목 그대로 ‘영화에 대한 영화’로 보는 것입니다. ‘이게 영화인 줄 알아?’라며 상대에게 핀잔을 주는 대사는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반복 사용하며 스스로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에게 즐거운 수수께끼를 선사합니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극중에서는 현실이지만 관객은 단지 영화(허구)로 수용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영화다’는 겹겹의 액자 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F/X’에서 그랬듯이 과연 영화와 현실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건들 속에서 어떤 결말이 제시될 것인지 숨기고 끝까지 반전을 거듭하는 묘미 또한 ‘영화는 영화다’를 빛나게 합니다. 프랑스에서 영화를 공부했고, 그의 전작들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처럼, 현실과 허구, 주체와 객체, 조폭과 배우의 경계를 과감히 허무는 열려있는 텍스트 ‘영화는 영화다’는,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인 조폭을 통해 매우 유럽 영화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감수성을 자아냅니다.

1977년 생으로 배우로서 적지 않은 나이인 동갑내기 소지섭과 강지환은, 의도적인 뻣뻣한 연기라면 매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으며, 그게 아니라 기존의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한 것이라 해도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녹아듭니다. 얼굴은 동안이지만 몸매는 그렇지 않아 평소 눈여겨보았던 홍수현이 스크린을 채우는 것도 반갑습니다. 두 주인공이 촬영하는 극중 영화의 감독(고창석 분)이 봉 감독인데, 한때 ‘괴물’의 흥행과 관련해 김기덕 감독의 언급이 네티즌의 반발에 휘말렸던 것을 감안하면 애교스런 작명입니다. 한동안 볼만한 영화가 없어 영화 불감증 비슷한 것마저 느끼고 있었는데, ‘영화는 영화다’가 말끔히 일소했습니다.


덧글

  • 나르사스 2008/09/24 15:51 #

    예고편부터 끌렸는데 평이 좋아서 기쁜 마음으로 보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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