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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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 리 - 인위적인 촌스러움이 유발하는 폭소 영화

일제강점기 하에서 독립군을 위해 첩보 활동을 벌이는 다찌마와 리(임원희 분)는 파트너 금연자(공효진 분)와 함께 조국을 배신한 여성 첩보원 마담 장(오지혜 분)을 처단합니다. 독립운동가들의 명단이 담긴 황금불상이 일본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파견된 금연자가 임무수행에 실패하고 행방불명되자 다찌마와 리는 새로운 파트너 마리(박시연 분)와 함께 황금불상을 찾아 나섭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통해 성공적으로 데뷔한 이후 2001년 인터넷으로 공개된 단편 ‘다찌마와 LEE’를 스크린으로 부활시킨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이하 ‘다찌마와 리’)는 과거 유치했던 한국 신파 액션 영화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계승하여 더욱 과장한 독특한 작품입니다. 헐리우드에서도 쿠엔틴 타란티노나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같은 영화 키드들에 의해 1970년대의 B급 영화 스타일을 현재적 관점에서 재현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과 더불어 ‘다찌마와 리’는 이런 흐름을 한국적으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끄러운 블록버스터 ‘놈놈놈’과 달리 ‘다찌마와 리’는 키치에 가까운 B급 영화적 감각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폭소를 유발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전통 뿐만 아니라 ‘007’과 ‘인디아나 존스’ (‘인디아나 존스’의 지도 위의 이동 장면을 내비게이션과 결합한 장면도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캐릭터를 소개하는 경쾌한 오프닝도 비슷합니다.) 시리즈 등 헐리우드 영화들과 홍콩의 무협 영화감독 장철의 ‘금연자’와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에 대한 오마쥬도 눈에 띕니다. 공효진이 분한 여주인공 금연자는 영화 ‘금연자’에서 정패패가 분한 타이틀롤이며, 다찌마와 리가 한쪽 팔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짧은 칼로 검술을 연마하는 것은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에서 왕우가 외팔에 걸 맞는 짧은 칼을 사용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다찌마와 리가 기억을 잃고 거지소녀(황보라 분)에게 도움을 얻어 부활하는 것 역시 무협지의 공식입니다.

제목부터 그런 것처럼, ‘다찌마와 리’는 많은 웃음의 코드를 내포하고 있는데, 후시녹음 처리된 대사는 한 마디 한 마디 신파적 색채를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특히 일본어와 중국어를 각각 엉터리 한국식으로 말하는 다마네기(김수현 분)와 왕서방(김병옥 분)의 대사는 자막과 비교하며 곱씹어 들으면 미칠 듯이 웃깁니다. 두 번 등장하는 불법 다운로드 일화물의 자막을 비꼬는 자막 또한 센스가 돋보입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선택한 클리셰로 가득한 음악들과 겹치는데다 사운드 자체에 이상이 있는지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장면들도 있어 답답하기도 합니다.

조상건이 분한 김구와 김뢰하가 분한 김좌진이 등장하는 성수대교 촬영 장면은 매번 배경과 미장센이 동일한데도 각각 커다랗고 시뻘건 촌스런 자막으로 ‘두만강’, ‘압록강’이라고 소개되는데, 상하이, 스위스 등의 극중 배경 역시 모두 국내에서 촬영된 것입니다. 국내에서 촬영하고도 해외 로케이션과 같은 어설픈 흉내를 내는 것 역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들입니다. 다찌마와 리가 남 박사(김영인 분)에게 신무기를 소개 받을 때 독립군의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뮤지컬이 우스꽝스럽게 시도되었으며 다찌마와 리가 눈물, 콧물을 마구 쏟는 장면이나 항상 진지한 이미지였던 안길강의 코믹 연기 또한 배꼽을 잡습니다.

‘다찌마와 리’가 어설프로 촌스러운 유머로 가득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조연으로도 잠시 선보이는 정두홍 무술감독이 스턴트를 연기한 채찍 격투장면이나 용평 스키장에서 촬영한 눈썰매 추격전 장면은 공들여 촬영한 흔적이 선명합니다. 저예산 독립 영화감독 시절에도 액션에 집착했던 류승완 감독의 열정은 ‘다찌마와 리’에서도 여전합니다.

매우 매력적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다찌마와 리’의 흥행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시기적으로 전 국민의 시선이 TV에 쏠린 가운데, 극중에서 열연했지만 주연 임원희의 티켓 파워가 떨어지는데다, ‘다찌마와 리’가 추구하는 유머 감각이 보편적인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소위 ‘컬트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공들여 제작한 개성 넘치는 영화라면 흥행 대박은 어려워도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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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알트아이젠 2008/08/25 08:03 #

    개인적으로 놈놈놈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지만, 극장가에는 다크 나이트와 Tv에 올림픽이 양 사이드로 진을 치고 있어서 흥행은 힘들거라고 보네요. 솔직히 외부적 요인을 배제한다해도 영화 자체가 취향도 극과 극에 달리기에 '볼 사람만 보는'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인터넷판보다는 다소 늘어진 분위기와 후시 녹음의 포스가 조금 떨어지는게 아쉽더군요. 무엇보다 특유의 명대사가 부족한것도 좀...
  • 로오나 2008/08/25 10:05 #

    첫주 26만명이었고, 이번주는 어떨지 모르겠군요. 으음.
  • Clayton 2008/08/25 13:03 #

    일단 http://www.kobis.or.kr 사이트에서는 521,278명이라고 나오는군요...
  • 愚公 2008/08/25 16:14 #

    제작비가 30억이 안된다는 데 그럼 손익분기점이 100만 안팍일 겁니다. 쉽지 않을 것 같네요.
  • zolpidem 2008/08/25 17:28 #

    무척 보고 싶던 영화인데, 디제님도 호평을 하시니 표를 알아봐야 겠네요.
    예전 한국 영화를 거의 보지 못한 세대라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좋아합니다. B급이라던가... 떳떳한 가식이라던가...
  • R쟈쟈 2008/08/26 01:02 #

    정말 즐겁게 본 영화였습니다. 디제님의 평가를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올라왔군요^^....

    확실히 취향은 갈릴듯 합니다만, 그래도 구성의 유연함은 놈놈놈보다 나은것 같더군요.
  • 디제 2008/08/26 14:21 #

    알트아이젠님/ 장르상 러닝 타임이 늘어나면 잔가지를 많이 치며 다소 늘어질 수밖에 없는 스타일인 듯합니다.
    로오나님, Clayton님, 愚公님/ 류승완 감독이 항상 영화를 만들고 나면 흥행상 기대 수치보다 다소 부족한 수치만 나오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zolpidem님/ 처음부터 개봉관이 많지 않았고, 이젠 소수만 남았을 듯 합니다.
    R쟈쟈님/ 확실히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
  • 푸리아에 2008/08/27 18:20 # 삭제

    저도 다찌마와리가 흥행에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자막, 대사 등 여러가지를 유쾌하게 이용하는 류승완 감독의 센스가 그냥 묻혀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서 말이죠. :)
    영화를 보고 저도 간단 후기를 적은터라 트랙백 보냈습니다.
    디제님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건필하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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