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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 8월 23일 한국:쿠바전 - 금메달, 한국 야구 100년사 최대 쾌거 야구

3:2로 앞선 9회말 쿠바의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푸에르토리코인 주심의 농간에 가까운 볼 판정으로, 8회까지 단 한 개의 사사구도 없던 류현진이 연속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 위기가 되었고, 포수 강민호마저 석연찮은 퇴장을 당했을 때,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그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제경기에서 언제나 호투해온 마무리 정대현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리엘을 바깥쪽 변화구로 6-4-3 병살로 유도하여 경기를 종료시키고 금메달을 확정하며, 지난 13일 미국전부터 시작된 한국 야구 대표팀의 파란만장한 파죽지세 연승 드라마에 화룡점정했습니다.

어제 일본전에서 극적인 결승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이 1회초 2사 1루에서 또 다시 결승 2점 홈런을 기록하며 초반 분위기를 가져와 이후 단 한 번도 리드나 동점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역시 한국 야구 대표팀의 4번 타자다웠습니다. 1타점과 1득점을 기록한 2번 타자 이용규의 활약도 돋보였습니다. 만일 7회초 2사 1, 2루에서 이용규의 우익선상 적시 2루타가 나오지 않았다면, 7회말 벨의 솔로 홈런으로 2:2 동점을 허용하고, 이후 역전당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수훈갑은 불안한 리드 속에서도 8.1이닝 5피안타 2실점 7탈삼진으로 빛난 류현진입니다. 결승전을 책임지며 한국 프로야구의 에이스다운 자존심을 세웠습니다.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모두 홈런을 칠 수 있는 쿠바의 강타선을 맞아 절묘한 바깥쪽 제구력을 과시하며 승리투수가 되었습니다.

9연승으로 금메달로 이끈 김경문 감독의 야구는 놀라웠습니다. 분명 운이 따르기는 했지만, 일본 호시노 감독의 스몰볼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빅볼로 전승 금메달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찬사를 보냅니다. 좌좌우우 공식이나 번트 및 작전에 의존하지 않고 선수들을 믿는 김경문 감독의 방식은, 야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시켰습니다. 한국 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김경문 감독이 올림픽 우승 신화를 일궈냈다는 점도 아이러니컬합니다.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쿠바는 역시 진정한 강팀이었습니다. 비록 1개의 실책을 기록했지만 탄탄한 내외야의 수비는 추가 실점을 막으며 끝까지 팽팽한 경기 분위기를 이어갔고, 류현진의 실투를 용납하지 않은 2개의 홈런은 쿠바가 왜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지 증명했습니다. 쿠바 대표팀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한국과 친분을 쌓았으니 이후에도 쿠바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한국 야구의 수준을 더욱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1905년 선교사 질레트에 의해 야구가 한반도에 전래된 이래, 오늘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한국 야구 100년사 최대 쾌거이며, 일대 사건입니다. 이제껏 올림픽에서 남자 단체 구기 종목 사상 단 한 번도 목에 걸지 못한 금메달을 야구가 획득하며, 베이징 올림픽 마지막 열세 번 째 금메달을 장식한 것입니다. 2006년 WBC에서 이상한 대진으로 세 번째 만난 일본에 패퇴하며 4강에 만족하고, 결승에 오른 일본이 쿠바를 물리치고 우승하는 모습에 부러움과 동시에 분루를 삼켜야 했던 한국 야구가 2년 만에 한을 풀었습니다. 프로야구 역사가 백 년이 훨씬 넘는 미국과 76년 일본에 비하면 일천한, 28년에 불과한 한국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 3월 제2회 WBC에서 우승을 노리며 올림픽과 WBC를 함께 제패하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노려야 합니다.

오늘의 쾌거로 야구붐이 일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현재 고교 야구팀과 대학 야구팀은 감소추세에 있으며, 변변한 돔구장 하나도 없이, 지방에서는 배수조차 안 되고 붕괴의 우려마저 있는 야구장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금메달 획득을 계기로 유소년 야구에 대한 투자 활성화와, 지방 야구장 문제 해결과 모든 야구팬들의 숙원인 돔구장 건설로 연결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덧글

  • 카리스 2008/08/23 23:39 #

    제발 WBC처럼 냄비행정이 나오지만 않기를..
  • 퍼플 2008/08/24 00:24 #

    안그래도 디제님 야구 관전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ㅎㅎ
    정말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어요. 이번 올림픽에서는 야구 볼 때마다 "아니 왜! 야구는 쉽게 이기지를 않는데~~~쉽게 이기면 감동이 덜할 거라고 걱정하는겨!"라고 부르짖게 몇번인지 모르겠네요.(사실 너무 조마조마해서 중간에 TV를 끄고 싶었.... -_-;)
    특히 마지막 병살타는 길이길이 회자될 것 같습니다.

    +) 우리 선수들 다들 멋졌고, 특히 류현진 투수, 정대현 투수 완전 멋졌어요~~ ^^
  • 막막 2008/08/24 00:29 # 삭제

    우리선수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이번 대회 미국,일본,쿠바와의 결승전등은 소장하고 두고두고 볼겁니다. ^^

    아.. 본문에 오타하나.. 류현진 8.1이닝 던졌죠.^^
  • 프랑스혁명군 2008/08/24 00:54 #

    확실히 쿠바가 내야 수비와 타격 파워가 좋더군요.
    강민호 선수 퇴장때, 질 것 같은 분위기 였는데...
    마무리 정대현 선수가 구리엘의 병살을 유도한 것이 정말 결정적이었습니다!
    김경문 감독님 이하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모두 다 올림픽 기간 동안 수고 많았으며, 아쉽지만 26일부터 서로 동지에서 적으로 바뀌겠군요.;
    그렇지만, 프로야구에서 선수들의 강한 경쟁심이 앞으로 대한민국 야구가 더 발전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저마다 꿈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야구인들의 희망이 한 층 더 부풀어 올랐으면 합니다.^^
  • 알트아이젠 2008/08/24 08:44 #

    정말 몇몇 경기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클라이막스인 멋진 경기였습니다.
  • 디제 2008/08/24 10:26 #

    카리스님/ 이번 기회를 훌륭히 활용해 지방 구장 개선과 돔구장 건설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퍼플님/ 야구는 시간을 정해두고 하는 경기가 아닌데다가 선수 교체의 폭이 넓다는 묘미가 있죠. 그런 묘미를 마음껏 만끽 시켜준 것이 이번 올림픽 야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막막님/ 지적 고맙습니다. 수정했습니다.
    프랑스혁명군님/ 다시 동지가 되는 내년 3월 제2회 WBC가 있습니다. ^^
    알트아이젠님/ 10:0 콜드 게임으로 끝난 네덜란드전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가 극적인 드라마였습니다. ^^
  • 페이토 2008/08/25 00:10 #

    정말 웃긴점은.. 유일하게 연장까지 가서 이긴 팀이 중국이라는 것입니다ㅋㅋ
  • Crows 2008/08/27 00:02 # 삭제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한국 프로야구의 26년팬으로서 이만큼 기쁜일은 WBC 우승밖에 없을겁니다. ㅎ

    그런데, 항상 불만이며 짜증나는 한 부분...야빠니 축빠니 하는 무개념인간들...
    한쪽이 좋은 성적을 올리거나, 나쁜 성적을 올리면, 야구팬이나 축구팬들 (만약 이런 인간들을 다 팬이라한다면) 이 네이버등에서 공격을하고, 한쪽이 망해야 한다는 둥, 축구장을 없애고 야구장을 만들라는둥...K 리그는 뭐냐는둥...
    한심한 패가르기를 반복하곤 하던데요. 이건 대체 한국인특유의 '편갈려 쌈박질'하기인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미국에 있는데, 그냥 여러 종목의 여러팀을 응원하는거...너무 당연한건데요. 예를 들어, 시카고팬이 시카고불스, 시카고 컵스, 시카고 베어즈를 같이 응원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아마 양대 종목을 다 좋아하는 팬이 대다수이리라 믿는데, 저런 댓글들 보면 짜증이 확 치밀더군요. 대체 뭐하자는 건지...

    기아타이거즈와 포항스틸러즈의 팬이 한마디 올렸습니다 (아, 서울에 제대로 된 시민구단이 생기면 (현재의 정통성부재의 서울 FC 말고) 서울구단의 팬이될거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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