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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 8월 18일 한국:대만전 - 병 주고 약 주고 야구

대만을 상대로 1회초와 2회초 타선이 몰아치며 8:0의 점수차로 벌어졌을 때 한국 야구 대표팀의 낙승을 의심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어, 하는 사이 6회말 8:8 동점이 되었고 경기는 또 다시 초박빙 승부가 되었습니다. 7회말 강민호의 결승 적시타와 권혁과 윤석민의 호투로 9:8로 승리했지만 되새길 여지가 많은 경기였습니다.

콜드 게임까지 예상했던 대승 분위기가 초박빙 승부로 귀결된 1차적 책임은 김경문 감독에 있습니다. 승리투수 요건이 무의미한 국제대회에서 선발 봉중근이 큰 점수차를 지키지 못하는데도 교체가 늦었던 것은, 지난 토요일 한일전에서 일본 호시노 감독이 그랬듯이 명백히 감독의 책임입니다. 대만전만 승리하면 4강이 확정되어 쿠바전과 네덜란드전에서 투수진을 여유 있게 운용할 수 있으니 진작에 봉중근을 강판시켰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8:5로 대만이 턱 밑까지 추격해온 5회말 1사 2, 3루의 위기에서 한기주를 등판시킨 것은, 한기주가 컨디션을 회복하기에는 지나치게 부담스런 상황이었습니다. 만일 한기주가 봉중근에 이어 컨디션 점검 차원에 등판했어야 했다면, 5회말이 시작되는 8:2의 편안한 상황에서 등판했어야 옳습니다. 다행히 경기는 승리로 끝났고 한기주는 7회말 무사 3루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연속 삼진을 잡으며 부활의 여지를 엿보이기는 했지만 투수 교체 시기는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대만이 추격해오는데도 투수 교체 실수를 범하는 김경문 감독을 보며, 미국이나 일본 대신 대만을 4강에 올려주기 위해 져주기라는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의구심마저 한때 들 정도였습니다.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부담이 적은 쿠바전이나 네덜란드전에 한기주를 재투입해 마지막 점검 기회를 부여하고,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의 가동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야수들의 실책이 겹치며 마운드의 투수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는데, 박진만의 출장이 어렵고 김동주도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해 내야진의 밀도가 떨어졌으며, 포수가 진갑용에서 강민호로 교체된 것 역시 4강 진출을 확정지어야 하는 중요한 경기에서 안정감이 떨어진 원인이었습니다. 내야가 베스트 멤버가 아니어서인지 외야에서도 선발 출장한 이진영, 이종욱, 김현수 모두 실책성 플레이를 연발했는데, 만일 실책이 겹치지 않았다면 실점도 덜했을 테고, 보다 편안한 경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타선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대만의 두 번째 투수 좌완 니푸더에게 단 1득점 밖에 하지 못하며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문제였습니다.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실점을 최소화하며 보다 많은 득점을 올렸다면 계투진의 소모도 막고 콜드 게임으로 마칠 수도 있는 경기였는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고영민의 활약은 돋보였습니다. 1회초 7:0으로 달아나는 3점 홈런은 초반 기선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도록 했으며, 두 차례의 결정적인 수비로 대만의 추격을 그나마 그 정도 선에서 제지할 수 있었습니다. 7회초 1사 1, 3루의 기회에서 스퀴즈 실패로 물러난 것은 아쉽지만, 이승엽의 극도의 부진 속에서 이대호, 정근우, 고영민 등 젊은 타자들이 홈런을 거의 매 경기 뿜어내는 것은, 상대 투수가 이승엽 이외의 어느 타자에게도 홈런을 허용할 수 있다는 중압감에 시달려 쉽게 승부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2006년 WBC에서 이승엽과 미국전에서 대타 최희섭 외에는 홈런 가뭄에 시달렸던 한국 대표팀에는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미국전과 캐나다전에서의 정근우의 활약을 고영민이 덕아웃에서 지켜보며 와신상담한 결과로 보입니다. 물론 권혁과 윤석민의 호투 또한 눈부셨습니다. 한 점차의 불안한 리드에서 깔끔히 경기를 매조지한 둘의 활약은 훌륭했습니다.

1회초 첫 타석에서 1루로 뛰다 부상을 입은 진갑용의 부상 정도가 다행히 심각하지 않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만, 포수 엔트리가 고작 2명인 상황에서 진갑용이 출장하지 못한다면 외야수 이택근이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쿠바전과 네덜란드전에서는 강민호를 기용한다 해도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노련한 진갑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동주와 박진만 역시 정상 가동되어야 합니다. 공수 양면에서 각각 키를 쥐고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내일 쿠바전은 선발로 장원삼, 모레는 송승준이 올라오고, 준결승전은 상대가 미국이라면 류현진이, 일본이라면 김광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준결승전에서는 류현진과 김광현을 순서와 무관하게 모두 투입하고, 계투진도 총동원될 것입니다.

국기가 야구이고, 중국 본토에서 대만 야구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 벼르며, 작년 12월 아시아 예선과 지난 3월 플레이오프를 자국으로 유치한 대만은, 막상 올림픽 본선에서 최약체 중국에도 승부치기에서 역전패 당했습니다. 한국이 12월과 3월 모두 대만에 승리했지만 비교적 접전이었음을 감안하면, 예상외의 몰락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이 다시는 한국 야구를 넘보지 못하도록 (지난 두 번의 대만전에서 대만 관중들의 몰매너는 수준 이하였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큰 점수차의 콜드 게임으로 짓밟기를 원했는데, 경기 내용면에서 대만이 한국에 해볼만 하다는 여지를 다시 남긴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하튼 대만은 자국내의 비등한 여론으로 인해 대표팀이 대대적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은데, 내년 3월 제2회 WBC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대만이 어떤 팀으로 변모할지 주목됩니다.


덧글

  • 컬러링 2008/08/19 01:50 #

    날카로운 지적 이시군요 ㅎ
    전 그냥 속편히 보고 있습니다
    열심히들 하고 있으니 잘 하겠죠 머^^
    (진갑용 지못미.. 제일 좋아 하는 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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