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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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질테다 - 반면교사가 되고 싶지만 설교는 싫어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중학생 때 불량 청소년이 된 이후 고등학교에서 퇴학까지 당한 개그맨 시나가와 히로시의 자전적 소설 ‘비뚤어질테다’(원제 ‘드롭’)는 간결한 문체와 솔직한 술회를 바탕으로 한 성장소설입니다. 과거 작가가 탈선했던 경험담을 털어 놓으며, 자신의 이름까지 주인공의 이름(작중 주인공 이름은 ‘시나노가와 히로시’)으로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흡연과 음주, 절도는 오히려 가벼운 수준으로 차마 예시하기도 쉽지 않은 엽기적이고 잔혹한 폭력 장면들이 노출되어 있는데, 번역자가 우려했듯이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의 청소년들이 결코 동경하거나 모방해서는 안 되는 지경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폭력과 탈선행위를 직설적으로 묘사한 이유는 작가가 오히려 청소년들이 경각심을 느낄 수 있도록 반면교사의 역할을 원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설에서 주인공 히로시가 어른들의 설교를 극단적으로 혐오하며 자신이 몸으로 얻은 교훈만 믿으려했던 것처럼, 작가 시나가와 히로시는 자신의 소설이 어른의 진부한 설교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책 말미 옮긴이의 글에서 ‘만화 주인공과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떠올리지 못하면 소설의 재미가 삼분의 일이 반감된다’고 언급하며 번역자의 자신감이 엿보이지만, 정작 번역자의 일본 서브 컬처에 대한 이해 수준은 의심스럽습니다. ‘건담’을 ‘간담’으로 번역한 것은, 작가가 국내에서 건담이 어떻게 수용되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번역되어 사용되었는지 모르는 무지함을 드러낸 것입니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건담’과 ‘간담’을 비교해 검색만 해봤어도 피할 수 있었던 초보적인 오류입니다. 아울러 137페이지에서 ‘기동전사 건담’의 양산형 MS 이름을 ‘고그’와 ‘악가이’로 번역한 것도 어색합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이름과 함께 영어 철자로 ‘Gogg’와 ‘Acguy’로 함께 병행 표기했는데, 작가가 일본어로 된 원작을 번역했을 테니, ‘ゴッグ’와 ‘アッガイ’의 원어를 번역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동일하게 촉음 ‘ッ’가 들어 있는 단어인데 하나는 촉음 발음을 생략해 ‘고그’로 표기하고, 다른 하나는 촉음 발음을 인정해 ‘악가이’로 번역한 것은 번역 상 발음의 원칙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것입니다. (‘고그’라고 표기할 경우 1984년 작 TV 애니메이션 ‘거신 고그’의 고그와 혼동할 우려도 있는데 말입니다.)

어법 상 문제가 되는 번역도 보입니다. 207페이지 ‘우린 오토바이를 타던 싸움을 하던 목숨 걸고 해’라는 문장에서, 과거 시제를 의미하는 어미 ‘~던’은 잘못된 표기로, 선택형 어미 ‘~든’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즉, ‘우린 오토바이를 타든 싸움을 하든 목숨 걸고 해’가 되어야 옳습니다. 이는 번역자의 초보적인 오류도 있지만 오류를 잡아내지 못한 편집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최근 국내에도 개봉된 바 있는 미이케 다카시의 ‘크로우즈 제로’도 일본의 학원 폭력을 소재로 한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였고, ‘비뚤어질테다’ 역시 내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화되고 있으며 만화로도 발간되고 있으며, ‘상남 2인조’ 등 만화까지 보면 일본의 풍토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포츠나 요리 등 전문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장르 중 하나로 학원폭력물이 엄연히 자리 잡고 있는 풍토는 가치판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덧글

  • 城島勝 2008/08/15 05:08 #

    건담 - 간담 건은 일전에 공의 경계 번역판에서도 말이 많았던 부분으로 기억됩니다. 번역은 확실히 주변 지식이 많아야 하는 작업이란 것도 통감했었지요. 적어도 남에게 돈을 받고 판매 하는 번역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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