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놈놈 칸 버전 - 간결하거나 혹은 불친절하거나

※ 본 포스팅에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33분에 이르는 국내 개봉판과 달리, CG와 색보정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영문 자막으로 시작되는 러닝 타임 126분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칸 상영 버전(이하 ‘칸 버전’)은 7분의 차이가 말해주듯 칸 버전이 보다 짧은 편집본입니다. 칸 버전에서는 국내 개봉판과 달리 엄지원의 출연 분량이 모두 편집되어 박도원(정우성 분)과 독립군의 그나마 엷은 관계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도원이 도박꾼이라는 설명 또한 전혀 없습니다. 송이 역의 이청아의 출연 분량도 대폭 삭제되어 윤태구(송강호 분)의 감금 및 탈출 장면 시퀀스 이외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송이가 도원을 구출하러 오는 뜬금없는 엔딩도 훨씬 간결해졌습니다. 국내 개봉판에서도 포함된 시퀀스이지만 간결하게 편집된 장면도 눈에 띄는데, 박창이(이병헌 분)의 심기를 건드렸다 결투에서 패해 죽는 부하의 무덤을 조명하는 국내개봉판과 달리 칸 버전에서는 그의 죽음으로 끝입니다. 서재식(손병호 분)의 아편굴에서 약에 취한 송강호가 쓰러지는 장면도, 한 번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는 국내 개봉판과 달리 칸 버전에서는 한 번 쓰러진 것으로 끝입니다. 국내 개봉판에서는 엔딩이 컬러로 처리되었지만 칸 버전에서는 흑백으로 처리된 것이나, 엔드 크레딧 이전에 에필로그가 제시되는 국내 개봉판과 달리 칸 버전에서는 엔드 크레딧이 일부 흐른 후 에필로그가 올라오는 것도 다릅니다. 간단히 말하면, 정우성에 할애되는 부분은 국내 개봉판보다 적고, 송강호에 할애되는 부분은 미묘하게 조정되었으나, 이병헌에 관한 부분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이미 국내 개봉판에 대한 중평이 ‘오락성은 뛰어나지만 내러티브가 부족하다’는 것이니 어차피 내러티브가 허술하다면, 차라리 보다 호흡을 간결하게 한 칸 버전이 국내 개봉판에 비해 낫지만, 일부에서는 칸 버전이 지나치게 불친절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있습니다. 국내 개봉판과 칸 버전의 차이는 차치하고, 박도원이 황야를 달리며 일본군을 차례로 쓰러뜨리는 장면의 카타르시스만큼은 두 상영 버전이 동일하며, 세 주인공보다 출연 분량이 매우 짧지만 조연 중에서는 만길 역의 류승수가 가장 돋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놈놈놈’은 훌륭한 오락 영화라는 사실을 재확인했습니다. 모쪼록 ‘놈놈놈’이 블루레이로 발매될 때에는 국내 개봉판, 칸 버전, 디렉터스 컷을 모두 포함하기를 기대합니다.

놈놈놈 - 시각적 쾌감 뿐, 영혼이 없는 웨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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