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에는 ‘다크 나이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브루스 웨인/배트맨(크리스찬 베일 분)에 의해 자금줄을 차단당할 위기에 처한 고담 시의 갱들은 순수히 살육과 혼란의 쾌락을 즐기는 조커(히스 레저 분)를 고용합니다. 고담 시의 악을 응징하려는 올곧은 지방 검사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 분)는 브루스 웨인의 여자친구였던 레이첼 도스(매기 질렌홀 분)와 사랑에 빠지지만 조커의 살해 위협에 시달립니다.
‘메멘토’에서 천재성을 드러냈으며, ‘배트맨 비긴즈’로 블록 버스터도 매끈하게 뽑아낼 수 있음을 증명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는 슈퍼 히어로 블록 버스터가 추구할 수 있는 극한의 복잡한 내러티브에 도전합니다. ‘메멘토’는 선과 악이란 종이 한 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윤리적 선택이 인간에게 담보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표현하는 우화였으며, ‘배트맨 비긴스’는 8년 전에 이미 4편이나 나와 시들해진 슈퍼 히어로를 완벽하게 부활시킨 프로젝트였습니다.
‘다크 나이트’는 두 전작의 장점을 취합하여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입니다. 매끈한 슈퍼 히어로물이면서 동시에 지극히 윤리적 주제를 깊숙이 파고듭니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여인과 도시의 정의를 지키는 동료 사이에서 누구를 지켜야하는가의 선택의 문제는 헐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사건 해결과는 다른 방식의 귀결을 제시함으로써 원작 만화의 하드 보일드 느와르적인 성격을 그대로 영상에 반영했습니다. 죄수의 딜레마까지 다루는 ‘다크 나이트’의 윤리적 선택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일깨우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치고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라 할 만큼 복잡한 수준까지 천착하는데, 긴장과 흥분을 배가시키는 교과서적인 교차편집 덕분에 배트맨의 새로운 슈트와 바이크, 신무기와 액션 장면이 파묻힐 정도입니다.
애당초 육체적인 능력은 강하지 않지만 광기와 사악함만큼은 ‘배트맨’ 시리즈의 악당 중 최고이며, 다른 슈퍼 히어로의 라이벌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조커를,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에 등장시키는 것은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것이었음에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팀 버튼의 ‘배트맨’에서 노회한 잭 니콜슨이 연기했던 조커는 완벽한 캐릭터였고, 젊은 히스 레저가 이를 넘어선다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화 속의 고담 시에서 만화적 악당이었던 잭 니콜슨의 조커와 달리, 대낮과 외국(홍콩)이 등장하는 현실적인 고담 시에 등장하는 히스 레저의 조커는 만화적인 악당이 아니라 테러리스트입니다. 그가 스너프 필름을 연상시키는 살해 장면 동영상을 남겨 공포를 환기시키는 언론 플레이를 즐기는 것은, 인질을 살해하는 비디오 테이프를 알 자지라에 전송하는 알 카에다를 연상시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새로운 조커에서 비롯되는 재해석으로 일관하지 않고, 배트맨이 조커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리는 팀 버튼의 ‘배트맨’의 명장면을 오마쥬합니다. 이 장면 직전에 배트맨이 분노하게 된 계기가 배트맨과 조커의 공통점을 조커가 설파한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입니다. 선과 악이라는 점에서만 다를 뿐,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배트맨과 조커는 하비 덴트가 즐겨 던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극히 무정부주의적인 악당 조커로 분한 히스 레저의 맨 얼굴을 볼 수 없으며, 그나마 화장한 얼굴조차 다음 편에서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은 아무리 드러내도 부족합니다. 과연 어떤 배우가 히스 레저를 대신해 새로운 조커가 되는 용기를 보일지 의문입니다.
1995년 작 ‘배트맨 포에버’에 토미 리 존스가 분했던 하비 덴트/투페이스를 조커와 함께 등장시킨 것은 더욱 대담한 선택입니다. 조커 하나만으로도 배트맨과의 대립 구도를 설득력 있게 정립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데, 투페이스마저 등장시키며 대담함과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공적으로는 완벽한 인간이지만, 사적인 영역까지 악이 침범할 경우 이성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하비 덴트는 브루스 웨인보다 한 단계 부족한 인간이며 브루스 웨인이 얼마나 우월한 존재인지 증명하지만, 하비 덴트의 악당으로서의 선회는 충분히 인간적이며 납득할 만한 선택입니다. 아론 에크하트는 토미 리 존스보다 커리어가 떨어지는 배우이지만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맡은 캐릭터 하비 덴트만을 비교하면 ‘다크 나이트’의 아론 헤크하트의 압승이며 ‘배트맨 포에버’에 대한 ‘다크 나이트’의 시나리오의 승리입니다. 특히 등장시간은 짧지만 투페이스의 끔찍한 얼굴 분장은 매우 강렬합니다.
하지만 ‘배트맨 비긴즈’의 유일한 약점은 ‘다크 나이트’에서도 극복되지 못했습니다. ‘배트맨 비긴즈’의 레이첼 도스 역을 맡았던 케이티 홈즈는 영화에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놀며 혹평을 샀고, 그 결과 ‘다크 나이트’에서는 제이크 질렌홀의 누나 매기 질렌홀로 교체되었지만, 연기력은 케이티 홈즈보다 다소 나으나 전혀 매력적이지 않으며 여전히 영화와 따로 놉니다. 그나마 다음 편부터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위안거리입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개인적 차원의 컴플렉스가 긍정적으로 사회에서 발휘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다크 나이트’에서는 개인의 윤리적 선택의 사회성에 대해 다루었으니, 만일 크리스토퍼 놀란의 세 번째 ‘배트맨’ 영화가 제작된다면 브루스 웨인이 자본가라는 사실과 범죄의 씨앗은 빈부 격차임을 부각시키는 지극히 계급적인 주제를 다루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즉, 개인적 차원에서는 범죄를 응징하는 배트맨이지만, 사회적 차원에서는 빈부 격차의 요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브루스 웨인의 내면적 갈등을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아무리 정의로운 자본가라도 빈부 격차를 막을 수 없으며, 자신의 부가 범죄의 시발점임을 깨닫고 갈등하는 내용으로 말입니다. ‘다크 나이트’의 결말에서, 오히려 한 편의 영화의 시작처럼 위기를 고조시킨 크리스토퍼 놀란의 역량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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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에서 천재성을 드러냈으며, ‘배트맨 비긴즈’로 블록 버스터도 매끈하게 뽑아낼 수 있음을 증명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는 슈퍼 히어로 블록 버스터가 추구할 수 있는 극한의 복잡한 내러티브에 도전합니다. ‘메멘토’는 선과 악이란 종이 한 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윤리적 선택이 인간에게 담보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표현하는 우화였으며, ‘배트맨 비긴스’는 8년 전에 이미 4편이나 나와 시들해진 슈퍼 히어로를 완벽하게 부활시킨 프로젝트였습니다.
‘다크 나이트’는 두 전작의 장점을 취합하여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입니다. 매끈한 슈퍼 히어로물이면서 동시에 지극히 윤리적 주제를 깊숙이 파고듭니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여인과 도시의 정의를 지키는 동료 사이에서 누구를 지켜야하는가의 선택의 문제는 헐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사건 해결과는 다른 방식의 귀결을 제시함으로써 원작 만화의 하드 보일드 느와르적인 성격을 그대로 영상에 반영했습니다. 죄수의 딜레마까지 다루는 ‘다크 나이트’의 윤리적 선택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일깨우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치고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라 할 만큼 복잡한 수준까지 천착하는데, 긴장과 흥분을 배가시키는 교과서적인 교차편집 덕분에 배트맨의 새로운 슈트와 바이크, 신무기와 액션 장면이 파묻힐 정도입니다.
애당초 육체적인 능력은 강하지 않지만 광기와 사악함만큼은 ‘배트맨’ 시리즈의 악당 중 최고이며, 다른 슈퍼 히어로의 라이벌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조커를,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에 등장시키는 것은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것이었음에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팀 버튼의 ‘배트맨’에서 노회한 잭 니콜슨이 연기했던 조커는 완벽한 캐릭터였고, 젊은 히스 레저가 이를 넘어선다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화 속의 고담 시에서 만화적 악당이었던 잭 니콜슨의 조커와 달리, 대낮과 외국(홍콩)이 등장하는 현실적인 고담 시에 등장하는 히스 레저의 조커는 만화적인 악당이 아니라 테러리스트입니다. 그가 스너프 필름을 연상시키는 살해 장면 동영상을 남겨 공포를 환기시키는 언론 플레이를 즐기는 것은, 인질을 살해하는 비디오 테이프를 알 자지라에 전송하는 알 카에다를 연상시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새로운 조커에서 비롯되는 재해석으로 일관하지 않고, 배트맨이 조커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리는 팀 버튼의 ‘배트맨’의 명장면을 오마쥬합니다. 이 장면 직전에 배트맨이 분노하게 된 계기가 배트맨과 조커의 공통점을 조커가 설파한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입니다. 선과 악이라는 점에서만 다를 뿐,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배트맨과 조커는 하비 덴트가 즐겨 던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극히 무정부주의적인 악당 조커로 분한 히스 레저의 맨 얼굴을 볼 수 없으며, 그나마 화장한 얼굴조차 다음 편에서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은 아무리 드러내도 부족합니다. 과연 어떤 배우가 히스 레저를 대신해 새로운 조커가 되는 용기를 보일지 의문입니다.
1995년 작 ‘배트맨 포에버’에 토미 리 존스가 분했던 하비 덴트/투페이스를 조커와 함께 등장시킨 것은 더욱 대담한 선택입니다. 조커 하나만으로도 배트맨과의 대립 구도를 설득력 있게 정립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데, 투페이스마저 등장시키며 대담함과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공적으로는 완벽한 인간이지만, 사적인 영역까지 악이 침범할 경우 이성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하비 덴트는 브루스 웨인보다 한 단계 부족한 인간이며 브루스 웨인이 얼마나 우월한 존재인지 증명하지만, 하비 덴트의 악당으로서의 선회는 충분히 인간적이며 납득할 만한 선택입니다. 아론 에크하트는 토미 리 존스보다 커리어가 떨어지는 배우이지만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맡은 캐릭터 하비 덴트만을 비교하면 ‘다크 나이트’의 아론 헤크하트의 압승이며 ‘배트맨 포에버’에 대한 ‘다크 나이트’의 시나리오의 승리입니다. 특히 등장시간은 짧지만 투페이스의 끔찍한 얼굴 분장은 매우 강렬합니다.
하지만 ‘배트맨 비긴즈’의 유일한 약점은 ‘다크 나이트’에서도 극복되지 못했습니다. ‘배트맨 비긴즈’의 레이첼 도스 역을 맡았던 케이티 홈즈는 영화에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놀며 혹평을 샀고, 그 결과 ‘다크 나이트’에서는 제이크 질렌홀의 누나 매기 질렌홀로 교체되었지만, 연기력은 케이티 홈즈보다 다소 나으나 전혀 매력적이지 않으며 여전히 영화와 따로 놉니다. 그나마 다음 편부터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위안거리입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개인적 차원의 컴플렉스가 긍정적으로 사회에서 발휘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다크 나이트’에서는 개인의 윤리적 선택의 사회성에 대해 다루었으니, 만일 크리스토퍼 놀란의 세 번째 ‘배트맨’ 영화가 제작된다면 브루스 웨인이 자본가라는 사실과 범죄의 씨앗은 빈부 격차임을 부각시키는 지극히 계급적인 주제를 다루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즉, 개인적 차원에서는 범죄를 응징하는 배트맨이지만, 사회적 차원에서는 빈부 격차의 요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브루스 웨인의 내면적 갈등을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아무리 정의로운 자본가라도 빈부 격차를 막을 수 없으며, 자신의 부가 범죄의 시발점임을 깨닫고 갈등하는 내용으로 말입니다. ‘다크 나이트’의 결말에서, 오히려 한 편의 영화의 시작처럼 위기를 고조시킨 크리스토퍼 놀란의 역량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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