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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현, LG의 유일한 올스타전 MVP 야구

전신인 MBC 청룡 시절부터 LG 트윈스는 대형 스타와 인연이 없었습니다. 리그를 호령하는 홈런왕이나 페넌트 레이스 MVP를 단 한 번도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잠실야구장을 함께 사용하는 두산도 홈런왕 2회, MVP를 4회 배출한 적이 있으니 인기구단치고는 LG에 대형 스타가 드물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별 중의 별’ 올스타전 MVP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LG가 소속된 서군이 동군에 약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롯데가 올스타전 MVP를 무려 10회 배출하고, 함께 서군에 소속된 기아가 전신 해태 포함 5번의 MVP를 배출하는 동안, 1982년 원년부터 15년 동안 MVP를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8개 구단 중 LG를 제외한 나머지 7개 구단이 모두 올스타전 MVP를 배출하는 동안 LG는 1996년까지 단 한 명도 MVP를 배출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LG의 올스타전 무관의 잔혹사를 끊은 것은 ‘꾀돌이’ 유지현이었습니다. 1997년 대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서군과 동군이 4:4로 팽팽히 맞서던 7회말 삼성 이승엽은 한화 구대성에게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빼앗으며 균형을 깨뜨렸습니다. 달구벌 홈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서 이승엽은 MVP를 예약하는 듯 했습니다. 패색이 짙은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인 9회초 서군은 1사 만루의 기회를 얻었지만 해태 최해식이 3루 땅볼로 3루주자 LG 서용빈을 횡사시키며 동점의 기회조차 무산시키는 듯 보였습니다. 마지막 타자 유지현이 범타로 물러나면 동군의 승리로 경기가 종결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6회말부터 2루수로 교체 투입된 유지현은 마무리 OB 김경원을 상대로 2사 만루에서 극적인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뽑아냈습니다. 3루주자 해태 홍현우와 2루주자 한화 강석천을 홈으로 불러들인 유지현은 서군 1루 코치인 천보성 LG 감독과 하이파이브했고, 예의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SBS 스포츠 TV 화면 캡처) MVP를 직감한 듯 오른손을 연신 불끈 쥐었습니다. 8회말 1사후 등판한 LG 최향남이 9회말을 삼자범퇴를 틀어막으며 서군은 6:5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고, 유지현은 15년 올스타전 무관인 소속팀에 MVP 타이틀을 선사했습니다.

유지현은 대한민국을 구원한 적이 있습니다. 1991년 제1회 한일 슈퍼 게임에서 2승 4패로 밀렸던 한국은 1995년 다시 일본에서 열린 제2회 한일 슈퍼 게임을 단단히 벼르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각오는 도쿄돔의 1차전부터 드러났는데, LG의 황금 계투진인 20승 투수 선발 이상훈과 불세출의 마무리 김용수에 뒤이어 일본 킬러 한화 구대성과 국보급 투수 해태 선동렬이 이어 던지며 단 한 점도 실점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대표팀 타선이 일본의 에이스 투수 7명을 공략하지 못해 0:0 무승부로 끝났지만 일본 야구의 심장부 도쿄돔에서 한국 투수들에 셧아웃 당한 것은 일본으로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일본의 충격은 2, 3차전에서 당한 연패로 인해 치욕으로 바뀌었고, 2승 1무로 시리즈를 앞서가는 한국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습니다.

후쿠오카에서 열린 4차전에서 정신을 바짝 차린 일본은 고비마다 적시타를 터뜨리며 4:0으로 완승했습니다. 문제는 스코어가 아니라 한국의 타선에 있었는데, 단 1안타에 그치며 완봉패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의 국가대항전인 슈퍼 게임에서 일본에 노히트 노런 패배를 당했다면 한국야구사에 씻을 수 없는 엄청난 치욕으로 두고두고 남았을 텐데, 치욕의 구렁텅이에서 한국을 구원한 것은 2루수로 출전한 LG 유지현이었습니다. 유지현은 일본의 두 번째 투수였던 지바 롯데의 고미야마 사토루에게 3회 중전안타를 뽑았는데, 이것이 한국팀의 유일한 안타였습니다. 1993년 3회 대회까지 총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국이 완봉패당한 경기는 이 날이 유일했는데, 한일전의 특수성을 감안하고 유지현의 유일한 안타가 터지지 않았다면, 김포공항에서의 계란세례 수준을 넘어 이후 한국프로야구의 인기 하락으로 이어졌을 지도 모릅니다.

1995년 유지현 이후 LG의 올스타전 MVP는 다시 명맥이 끊겼고, 한국야구는 일본과 올림픽 본선 및 WBC에서 진검승부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기에 친선경기인 한일 슈퍼 게임도 흐지부지 폐지되었습니다. 2004년 쓸쓸히 은퇴한 유지현이 찬란히 빛났던 두 개의 큰 경기는, 올 시즌 최하위를 예약한 LG팬의 입장에서는 달콤쌉싸름한 과거지사일 뿐입니다. 그러나 누가 압니까? 1997년 유지현은 해태 이종범에 밀려 감독 추천 선수로 출전해 두 타석에서 단 하나의 안타를 기록하고도 MVP가 되는 행운을 거머쥐었습니다. 등번호 6번을 물려준 유지현을 닮아가는 박경수가 감독 추천 선수로 올스타전에 출전하니, 유지현의 행운이 2008 올스타전에서 박경수와 함께 하기를 기대합니다.

아듀! 유지현

덧글

  • 류노스케 2008/07/29 15:38 #

    향운장님은 97년에도 퇴근본능을 발휘하셨네여... ^^;;
    94년 LG가 그립군요... 하...
  • 와초우 2008/07/29 16:13 # 삭제

    ㅎㅎ 롯데가 이번에 가을야구 하면...20세기들어 가을야구는 못해본 팀은 엘지뿐일텐데요.ㅜㅜ
    저도 류노스케 님처럼 그때가 그립군여...헐...
  • 페이토 2008/07/30 01:17 #

    이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적엘지트윈스는 2002년 시즌 준플에서 현대를 꺾고, 플옵에서 기아를 꺾은후
    삼성과 진검승부를 펼치다 아쉽게 진 역사가 있는데...
  • 프랑스혁명군 2008/07/30 10:03 #

    아.. 유지현 선수.
    트윈스의 진정한 1번 타자 이십니다!
  • cybergusel 2008/09/26 05:16 # 삭제

    유지현 선수때문에 야구를 알았고 야구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아... 다시 보고싶어요...
    정말 그때 나르셨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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