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무법자 - 웨스턴의 완벽한 아이콘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호 3형제와 백스터(볼프강 룩스키 분) 패거리의 대립으로 장의사만 호황을 누리는 서부의 황량한 마을에 외로운 총잡이 조(클린트 이스트우드 분)가 들어옵니다. 두 패거리 사이를 오가며 조는 많은 돈을 손에 쥐지만, 로호 3형제 중 가장 악랄한 라몬(지안 마리아 볼롱테 분)과 대립하게 됩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1964년 작 ‘황야의 무법자’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걸작 ‘요짐보’를 웨스턴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1996년에는 월터 힐 감독,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라스트 맨 스탠딩’으로 리메이크된 바 있습니다. 세르지오 레오네가 훗날 연출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자본과 폭력이 바늘과 실처럼 함께 하는 미국 역사의 천박함을 날카롭게 비판하지만, ‘황야의 무법자’는 비교적 초기의 작품이며 원작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미국 서부의 무정부주의적 상황이나 자본을 향한 인간의 천착에 대한 고발 의식이 없지 않으나 세르지오 레오네의 작품치고는 순수한 오락 영화에 가깝습니다. 지루할 정도로 호흡이 긴 세르지오 레오네의 개성도 99분의 러닝 타임에 불과한 ‘황야의 무법자’에서는 적용되지 않아 군더더기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월터 힐의 리메이크와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뛰어납니다.

잘 생기고, 백발백중의 명사수이며, 쿨하고, 영악하며, 멋진 농담까지 할 줄 아는 웨스턴의 아이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30대 초반의 젊은 시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황야의 무법자’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암흑사의 세 사람’에서 호송 도중 탈출한 갱 보젤로 출연했던 지안 마리아 볼롱테가 분한, 무자비한 악당 라몬과의 선명한 마초 대 마초의 대립 구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분한 조의 매력을 한층 빛나게 합니다. 돈 밖에 모르던 쿨가이 조가 자신의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마리솔(메리언 코크 분)을 탈출시키다 결국 라몬에게 발각되어 고초를 겪는 장면은 ‘정의의 사나이’가 주인공인 모든 영화에서 반드시 치러야 할 통과의례인데, 이 장면을 통해 조에게는 불행한 과거와 함께 인간적인 따스함이 남아 있음이 증명됩니다.

서울 아트 시네마가 2008 시네 바캉스의 일환으로 세르지오 레오네를 선택한 것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다분히 의식한 영리한 컬렉션이지만, 과거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들이 극장에서 필름으로 제대로 상영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뜻 깊은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젊은 시절을 웨스턴과 함께 보냈지만 이제는 머리에 하얗게 눈이 내린 어르신들과 함께 비가 찔끔거리는 필름을 보면서, 영화의 진정한 매력이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양의 무법자 - 자본과 폭력으로 점철된 미국 서부사
석양의 갱들 - 세르지오 레오네의 사회주의 웨스턴

by 디제 | 2008/07/27 09:34 | 영화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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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7/3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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