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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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왕 -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찰떡궁합 태그 팀 영화

툭하면 사무실에 지각해 부지점장(송영창 분)으로부터 헤드락을 당하는 은행원 대호(송강호 분)는 동네의 프로레슬링 체육관을 지나다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체육관의 장칠삼 관장(장항선 분)이 과거 반칙왕으로 이름을 날렸던 명선수였다는 사실에 대호는 레슬링에 입문하기로 결심합니다.

2000년 작 ‘반칙왕’은 ‘조용한 가족’에 뒤이은 김지운 감독의 두 번째 상업 영화로 작품마다 풍기는 서민적 취향이 가장 짙게 배어있는 작품입니다. 엔터테인먼트로 완전히 자리 잡은 미국과 달리, 각본에 맞춰 짜고 벌이는 쇼에 불과하다는 인식으로 80년대 이후 잊혀진 프로레슬링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짙게 드러납니다. 오프닝부터 과거 레슬링 장면을 제시하더니, 초반부 상필(이기영 분)이 등장하는 태권도장에서는 레슬러 복면을 쓴 어린이가 뜬금없이 등장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어머니 없이 아버지(신구 분)와 단 둘이 사는 대호의 집은 2000년대의 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70년대 풍입니다. (아버지와 단 둘이 낡은 단독주택에 살며, 스테레오 타입의 구식 아버지로 분한 것이 신구라는 설정은 허진호 감독의 1998년 작 ‘8월의 크리스마스’의 설정과 비슷합니다.)

화면에서 보여주는 비주얼뿐만 아니라 정서 또한 상당히 서민적입니다. 주인공 대호는 매일같이 지각으로 상사에게 질책당하면서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무능한 월급쟁이로,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숨기지 못합니다. 직장의 동료 여직원인 은희(김가연 분)를 짝사랑하지만 술김이나 가면의 힘을 빌지 않고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소심하며, 규정에 어긋나는 업무처리에 반발하는 절친한 동료 두식(정웅인 분)의 곤경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눈치가 없습니다. 눈치 없음을 덧붙이지자면, 장칠삼 관장의 외동딸 민영(장진영 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합니다.

이처럼 서민적이고 결점이 많으면서도 엉뚱한 대호를 연기할 배우는 과연 그 이외에 누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송강호의 연기는 그야말로 딱입니다. 한국 영화계에서 1990년대 이후 미남 배우보다 성격파 남자 배우들이 득세하고 있는데, 송강호를 보면 과연 훗날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배우가 등장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도 정우성과 이병헌을 대체할 배우는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어도, 송강호를 대체할 배우는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타짜’와 ‘추격자’로 떠오르는 김윤석이 송강호와 비슷하다는 평도 있지만, 송강호가 김윤석보다 엉뚱하고 서민적입니다. 레슬링 기술을 연마한 덕분에 홀쭉하고 풋풋한 송강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개봉 뒤 8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반칙왕’을 다시 보는 또 하나의 의미입니다.

송강호와 서민적 정서를 활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끈한 완성도를 놓치지 않는 김지운 감독의 능력 또한 돋보입니다. 상업영화 데뷔작 ‘조용한 가족’에서 B급 정서와 서민적 취향을 드러내던 스타일은 ‘반칙왕’에서 만개했습니다. B급 정서와 매끈한 완성도를 결합시키는 것은 곡예사의 외줄타기처럼 어려운 것인데,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연출 능력 덕분에 개봉작마다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어찌 보면 ‘반칙왕’은 참신함보다는 관습적인 요소들을 적절히 결합한 결과물로 봐야 합니다. 빈틈 하나 없어 보일 정도로 매끈해 보이는 느와르 ‘달콤한 인생’에서도 오달수 일당의 등장은, 하드보일드에서조차 김지운 감독이 B급 정서와 서민적 취향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증명합니다. 따라서 김지운 감독이 송강호를 다시 캐스팅한 대형 스케일의 웨스턴 액션 ‘놈놈놈’에서도 이같은 취향은 여지없이 드러날 것이라 예상됩니다.

장화, 홍련’을 제외하면 여배우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지 않는 김지운 감독의 취향으로 인해 ‘반칙왕’에서 장진영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털털하면서도 대가 강한 여성 캐릭터를 무난하게 소화합니다. 장진영을 보면 가장 아쉬운 것이 시나리오 선택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인데, 흥행과 비평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장진영의 영화 출연작이 과연 앞으로 나올 수 있을지, 드라마 ‘로비스트’까지의 출연작들을 보면 솔직히 의문입니다.

대호와 메인 이벤트에서 (여기서 심판으로 등장하는 것은 한국 액션 영화의 감초 정두홍 무술 감독입니다. ) 혈전을 벌이는 프로레슬러 유비호 역의 김수로는 몸을 만든 것이나 레슬링 기술을 소화하는 것 모두 놀라운 수준이지만, 직전에 개봉된 ‘주유소 습격 사건’에서의 철가방의 이미지 때문에 몰입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말의 웃음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이 프로레슬러 유비호의 캐릭터인데, 자장면을 밤중에 시켰다는 이유로 투덜거리는 김수로의 이미지가 진지한 유비호와는 대조적이라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김수로는 정극 연기가 충분히 가능한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코미디 영화들에서 소모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조용한 가족 - 가족주의를 조롱하는 코믹잔혹극
장화, 홍련 - 세트와 소품의 미학
달콤한 인생 - 심플함이 돋보이는 느와르
달콤한 인생 - 두 번째 감상

덧글

  • 동사서독 2008/07/16 10:20 #

    "요즘 핸드폰에는 통화중에도 전화가 오네 ~" 이 부분에서 크게 뒤집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 알트아이젠 2008/07/16 13:58 #

    확실히 김수로님은 잔혹한 출근을 포함하여 태극기 휘날리며나 쏜다를 보면 충분히 개그이미지 벗어던지고 다른 타입의 연기를 선보여도 잘 먹일텐데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물론 그러한 역조차 기존의 개그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진게 극히 드물다는게 눈에 보이지만말이죠. ㅜ.ㅜ
  • 나르사스 2008/07/16 14:12 #

    말씀듣고보니 김윤석씨는 엉뚱한 느낌은 안드네요. 정말 송강호씨는 대단한 분입니다.

    ...저도 김수로씨 보면서 주유소 습격사건을...
  • 디제 2008/07/17 10:27 #

    동사서독님/ 그 장면을 비롯해서 개봉 당시 극장안이 상당히 화기애애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알트아이젠님/ 몇몇 배우들은 시나리오 선택에 실패해 스스로 경력을 좀먹는데 김수로나 장진영이 그런 타입입니다.
    나르사스님/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군요. ^^
  • lucy 2010/08/17 04:28 # 삭제

    정말 좋아하는 영화. 다시 보려고 검색하다 들렀습니다. 고 장진영님이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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