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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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태엽 오렌지 - 정치적, 철학적인 불후의 걸작이자 SF 성장담 영화

친구 세 명의 리더 노릇을 하는 고교생 알렉스(말콤 맥도웰 분)는 닥치는 대로 폭행과 성폭력을 일삼으며 타인의 불행에서 가학적 쾌감을 만끽하다 체포됩니다. 수감생활을 하던 알렉스는 내무부 장관이 지휘하는 실험에 자청하여 폭력성을 제거하기 위한 실험체가 됩니다.

안토니 버거스의 원작 소설을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화한 1971년 작 ‘시계 태엽 오렌지’는 40여 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봐도 비쥬얼, 내러티브, 주제의식 모두 경이로울 만큼 시대를 앞서간 걸작입니다. 무소불위의 CG 특수효과와 정신없는 비쥬얼이 판을 치는 최근의 영화들 중에서도 ‘시계 태엽 오렌지’에 견줄 만한 걸작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SF에 가까운 초현실적이고 모던한 환상적인 비쥬얼 소품과 의상, 심지어 가발에까지 완벽주의자 스탠리 큐브릭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으며,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윌리엄 텔 서곡 등 귀에 익은 클래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충격적인 내러티브와 압도적인 비쥬얼, 그리고 정치적이며 철학적인 주제 의식은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초반에 묘사되는 알렉스 일당의 일탈은 포르노에 비교해도 별로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다른 일당들이 한 명의 여성을 윤간하려는 것을 막고 그들을 구타하는 모습에서 알렉스 일당에게 정의감 같은 것이 있지 않나 예상하게 만들지만, 그것도 잠시 알렉스 일당은 한적한 시골에서 살고 있는 작가 부부의 집에 난입해 작가가 보는 앞에서 아내의 옷을 가위로 자르고 성폭행하여 정의감 따위는 눈곱만치도 없으며 단지 타인에게 고통을 안기기 위해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있음을 증명할 뿐입니다.

뒤이어 혼자 살며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을 남근 모양의 예술품으로 때려 숨지게 하는 것 역시 성폭행을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것입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시계 태엽 오렌지’에는 초현실적이고 무정부주의적 분위기로 가득하며, 갖은 상징들이 암시되는데, 알렉스와 친구들이 입는 새하얀 옷과 그들이 즐겨 마시는 ‘섞은 우유’는 마약과 정액을, 알렉스가 착용하는 코가 길게 불거진 가면은 거짓말쟁이 피노키오와 동시에 발기된 남근을 연상시킵니다. 초반부에는 이처럼 섹스에 관한 이미지들이 부유하는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OST를 판매하는 레코드샵에서 등장하는 두 여성은 남근 모양의 아이스 바를 핥으며 오럴 섹스를 암시하더니 알렉스의 집에서 3인 섹스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알렉스가 체포된 이후에는 섹스의 이미지가 사라지고, 철저히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파고듭니다. 알렉스가 자원하여 실험체가 되어 눈도 깜빡이지 못하도록 안구를 벌리는 ‘치료’ 장면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탐 크루즈가 신분을 속이기 위해 타인의 안구를 이식받는 장면으로 계승되었는데, ‘시계 태엽 오렌지’를 상징하는 결정적이며 충격적인 비쥬얼입니다. 오른쪽 눈에만 속눈썹을 붙이고 다니던 알렉스의 습관은 안구를 강제로 벌리게 하고 폭력적인 동영상을 보게 만드는 장면과도 연결됩니다.

알렉스는 ‘치료’를 거쳐 폭력성과 성욕을 거세당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은 매우 비판적입니다. 사실상의 세뇌와 다를 바 없는 ‘치료’는, 인간의 자발적인 윤리 의식과 선택 의지를 완전히 파괴하며 권력에 의해 재창조된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시킵니다. 따라서 ‘시계 태엽 오렌지’의 주제 의식은 선이냐 악이냐 하는 택일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우는데 집중합니다. 결국 개성과 자유 의지를 말살하는 국가 공권력의 폭력이 알렉스 개인의 폭력보다 더욱 위중한 것입니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연상시키는 공권력의 폭력성은, 알렉스와 함께 범죄 행각을 일삼아온 친구들이 경찰이 된 것을 통해서도 뒷받침됩니다.

비록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그 이후 알렉스가 겪어야 하는 삶의 역정은 도리어 그를 동정하도록 만드는데, 알렉스의 부모는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고, 석방된 이후에도 알렉스의 방조차 양자(養子)와 같은 사나이에게 넘겨줍니다. 이토록 냉연한 알렉스의 부모의 모습과 가정 파괴는 ‘시계 태엽 오렌지’가 묘사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일부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알렉스에게 아내를 성폭행 당한 작가는 겉으로는 알렉스를 용서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사적 복수심을 채우는데 급급합니다. 인권을 위해 ‘치료’를 거부하는 세력조차 비윤리적이라는 의미입니다. 10대에서 출발해 20대 초반까지의 알렉스의 인생 역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시계 태엽 오렌지’는 한 소년의 잔혹한 성장담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 반전(反戰) 의식이 투철한 블랙 코미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압도적인 비쥬얼에 깔린 심오한 철학

덧글

  • 민도리 2008/07/11 11:48 # 삭제

    이영화 패로디한 야동이 있는데 꽤 원작에 충실한 Clockwork O**y가 있고 최근에는 F***work Orange라는 AV제목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야동 감독들에게도 꽤 많은 영감을 준 영화인 것 같네요.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입소문은 많이 났는데 수입금지된 영화 중 구해서 보기가 정말 어려웠던 영화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DVD정식판으로
    나오니 세월이 많이 변했네요.
    큐브릭 영화에서 이질적인 음악이 장면과 묘하게 잘 맞아 떨어지는데 진 켈리의 sing in the rain에 맞춰 구타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죠.
    그 로맨틱한 노래에 맞춰서 폭력을 행사하다니... 정말 인간 말종들이죠...
    근데 포스터가 저게 맞나요? 알렉스가 칼들고 정면을 보는 포스트는 기억하는데...
  • 이준님 2008/07/11 12:30 #

    1. 우리나라에서 "감독 이름"만으로 수입금지 된 거의 유일한 사람이 큐브릭이었지요. 이 작품은 내용 자체의 문제로 큐브릭의 여러 작품중에 가장 늦게 수입 -_-;;됩니다.

    2. 말콤 맥도웰은 저 영화와 "칼리귤라"의 이미지로 인해서 다른 배역을 맡기가 어려웠지요

    3. 눈 안 감게 하고 폭력 동영상 보여주기 기법은 저기서 배워서 나중에 "반공소설" 같은데서 "공산당이 사람을 세뇌하고 살인 기계로 만드는 과정"류의 이야기에서 그대로 패러디 됩니다.
  • 네비아찌 2008/07/11 16:31 #

    말콤 맥도웰은 생긴거 자체가 웬지 그래서리.........
  • CsOAEA 2008/07/11 20:26 #

    흥미로운 영화군요. 중간에 마이너리티 리포트 얘기는 왜 하셨죠? 이 영화에서 동물성의 거세로 상징되는 안구이식이 마이너티리 리포트의 그것과 의미론적으로 연관이 있나요? 비판하는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질문드립니다.
  • dcdc 2008/07/12 00:40 #

    정말, 정말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번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큐브릭 회고전을 했을 때 두번이나 보고 디비디도 샀지요.
  • 디제 2008/07/12 10:50 #

    민도리님/ 저 포스터는 영어권은 아니고 유럽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준님/ 말콤 맥도웰은 이제 할아버지더군요.
    네비아찌님/ 그래도 젊었을 때에는 잘 생긴 얼굴이었죠.
    CsOAEA님/ 눈알 벌리는 장면이 비슷해서 입니다.
    dcdc님/ 징그럽게 아름다운 작품이죠...
  • 연심 2008/07/13 00:17 #

    저는 책만 읽고 영화는 아직 못보았어요. 대학교 때 읽은 이 책의 내용은 무척 충격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와는 다른 그 선명한 색깔에 질렸었지요. (조지 오웰은 좋아합니다.) 하지만 소개하신 내용을 보니 영화를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텐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이라니 더욱이요.
  • 그로밋짱짱짱 2008/12/08 14:08 # 삭제

    아... 어디서 또 봤더라했는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눈을 벌리는 장면 자체'와 '통제된 사회' 정도가 연관성이 있는 정도라면, 아예 세뇌 장면 자체가 비슷한 영화도 꽤 있을겁니다 멜 깁슨,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컨스피러시'가 있습니다. 세뇌 장면에서 눈에 테이프를 붙여놓고 눈을 못감게 하고선 세뇌시킬 영상을 켜놓죠. 다른 영화(나 TV 용 드라마) 여기저기서 눈을 못감게 해놓고 강제로 세뇌시키는 저런 장면을 가끔 본 것 같은데, 그게 영향을 받은 건지, 아니면 그쪽 학문 분야에 실제로 저런식으로 세뇌하는 기법이 있는지도 모르죠(아마 있을겁니다 강제로 시각적 이미지 주입을 시키는 뭐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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