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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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페이터 - 이상주의보다는 현실주의 영화

위조의 달인 소로비치(카알 마르코빅스 분)는 나치에 체포되어 유태인 수용소로 보내집니다. 수용소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 목숨을 부지한 소로비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승리를 위해 연합국의 화폐를 위조하는 베른하트 작전에 투입됩니다. 영국의 파운드화의 위조에 성공한 소로비치이지만 나치에게 협조할 수 없다는 동료 브루거(오거스트 디엘 분)의 방해로 달러 위조에 성공하지 못합니다.

실화에 기반한 스테판 루조비츠키 감독의 2007년 작 ‘카운터페이터’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나치의 부역에 협조하느냐를 놓고 현실주의자 소로비치와 이상주의자 브루거의 팽팽한 대립에 초점을 맞춘 작품입니다. 생존이 중요한가, 아니면 명분이 중요한가를 놓고 대립하는 두 사람의 대립은 외부요인의 압박에 휘둘리는데, 이상주의자 브루거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초지일관하는 모습이라면, 현실주의자 소로비치는 브루거와 대립하면서도 그를 이해합니다. 따라서 동료들의 목숨이 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갈등도 없이 끝끝내 개인적인 명분을 포기하지 않는 브루거의 모습은 비인간적이며 이기적으로 비춰집니다. 어쩌면 감독은 ‘카운터페이터’를 통해 유태인을 개처럼 부리다 학살하는 나치보다는, 타협의 여지가 없으며 피도 눈물도 없는 이상주의자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나치의 부역에 협조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상주의자의 면모를 잃지 않으며, 결핵에 걸린 어린 동료 카를로프(세바스찬 우르젠도프스키 분)를 살리기 위해 나치와 거래하는 소로비치야말로 매우 유연하고 입체적인 인물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수완 좋은 소로비치는 아트 슈피겔만의 만화 ‘쥐’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아버지와도 비슷한 인물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수용소를 다루는 영화들은 보통 나치의 탄압에 초점이 맞춰져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되지 않아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는 처절한 처지의 유태인을 묘사하지만, ‘카운터페이터’의 유태인들은 첩보전에 동원되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유태인들에 비해 대우도 좋기 때문에 호의호식하며 음악과 탁구를 즐길 정도로 때깔이 깔끔합니다. 물론 이처럼 호의호식하는 이면에서 다른 유태인들에게 빚진 기분에 사로잡혀 비롯되는 갈등 또한 베른하트 작전에 투입된 유태인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러닝 타임이 채 100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짧고 서사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오락 영화에 뒤지지 않는 긴장과 재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는 유태인 수용소를 다룬 영화들을 볼 때마다 훈련소와 자대 내무반 생활의 기억을 상기시켜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한국 남성에게 군대는 역시 영원한 트라우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