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을 응징하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민폐를 끼치는 독특한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인 ‘핸콕’은 빚을 진 만화 원작이 없어서인지 짧은 러닝 타임 속에서 다양한 주제를 순차적으로 건드립니다. 카피 문구가 말해주듯, 초반부는 까칠한 영웅을 예의 바르게 만드는 과정에 할애합니다. 이 과정에서 핸콕은 몸은 어른이고 초능력을 지녔지만 정신적으로는 10대 소년보다 미숙한 것으로 묘사되는데, 정신적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핸콕을 교화시키는 것이 바로 레이입니다. 흑인인 윌 스미스가 뮤지션으로 앨범까지 발매했던 점을 십분 활용해 마치 거리의 힙합 뮤지션과 같이 묘사하는 것은 감옥 안에서 벽에 손톱으로 그래피티를 그리는 장면으로 절정에 달합니다.
그러나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라는 도덕 교과서적인 주제로는 슈퍼히어물에서 관객이 원하는 바를 채울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갑자기 내러티브가 반전되며 핸콕의 과거를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더니 결국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성찰하는 지극히 헐리우드적인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액션이 강렬하지 않고 규모도 작기 때문에, ‘핸콕’은 좋게 말하면 액션보다는 윤리와 사랑에 초점을 맞춘 아기자기한 영화라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초점이 불분명해 중구난방인 영화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핸콕’이 중반부에 코스튬을 처음 입고 등장할 때 울려 퍼지는 배경음악은 존 윌리엄스의 ‘슈퍼맨’ 메인 테마를 오마쥬했으며, 온 몸에 달라붙는 검정색 가죽 코스튬은 ‘엑스맨’의 극장판 코스튬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엔딩에서 레이의 꿈을 실현시키는 장면은 ‘배트맨’을 떠올리게 합니다.
중반부 이후 깨끗이 면도한 채 등장해 아니꼬운 표정을 짓는 윌 스미스는 이제 40대에 접어들어서 인지 자꾸 사무엘 잭슨이 겹쳐져 보입니다. 샤를리즈 테론은 참패를 면치 못한 ‘이온플럭스’를 다분히 의식한 배역으로 등장합니다. ‘주노’에서 이기적인 여피로 분했던 제이슨 베이트먼은 반대로 가족이 유일한 희망인 무능하고 순진한 여피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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