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13일
인크레더블 헐크 - 속편과 패럴럴 월드 사이, ‘도망자’와 ‘킹콩’ 사이
감마선으로 인해 헐크로 변신하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 브루스(에드워드 노튼 분)는 여자친구 베티(리브 타일러 분)를 다치게 한 이후 남미에서 은둔합니다. 변신 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익명의 연구자와 연락을 취하던 브루스는 로스 장군(윌리엄 허트 분)에게 노출되어 쫓기는 몸이 됩니다.감독과 주연 배우 모두를 일신한 ‘인크레더블 헐크’는 ‘헐크’의 속편과 패럴럴 월드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브루스와 베티, 로스 장군이라는 기본적인 갈등 관계나 마지막 장면의 공간적 배경이 되었던 남미를 계승했다는 점에서는 ‘헐크’의 직계 속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자원한 감마선 실험의 결과로 헐크가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베티에게 부상을 입혔다는 설정은 ‘헐크’와는 별도의 세계관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5년 전 개봉된 이안의 ‘헐크’가 존재론적 접근이 지나쳐 지루해 흥행 참패로 귀결되었기 때문인데, 부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승할 수도 없는 고작 5년 전의 전편이 처치곤란한 계륵과 같기 때문입니다. ‘헐크’를 극복하기 위해 ‘인크레더블 헐크’는 브루스에게서 아버지를 지웠으며, 따라서 혈연에서 비롯된 심적 고통보다는 원치 않는 변신과 전투에서 비롯되는 육체적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액션의 속도감과 스케일도 ‘헐크’에 비해 강화되었고, 적이 불분명했던 ‘헐크’와 달리 비슷한 능력을 지닌 어보미네이션(팀 로스 분)의 등장으로 대립구도가 선명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헐크’보다 오락영화로서의 구색은 갖춘 셈입니다.
드라마판의 주인공 루 페리노가 ‘헐크’에 뒤이어 또다시 경비원으로 출연한 점이나, 매 편마다 엔딩에서 길을 떠나던 브루스의 쓸쓸한 뒷모습은 훤칠한 에릭 바나보다 가녀린 에드워드 노튼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TV 드라마의 요소는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인크레더블 헐크’가 원작 만화와 TV 드라마의 오리지널리티를 제대로 반영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브루스를 둘러싼 추격전은 상당한 긴장감을 자아내지만 ‘도망자’와 맷 데이먼 주연의 제이슨 본 시리즈를 합친 듯하며, 밤의 대도시를 쑥밭으로 만드는 싸움은 히어로가 아니라 몬스터 액션을 연상시키기에 ‘킹콩’과 ‘클로버필드’와 유사합니다. 매끈한 오락영화이기만 어딘가 허전함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인크레더블 헐크’만의 개성을 찾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개봉 이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의 등장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루어지며, 그에 앞서 초반부에 스타크 사가 언급됩니다. (하지만 ‘아이언맨’과 같이 엔드 크레딧 이후에 추가되는 장면은 없습니다.) ‘헐크 대 아이언맨’이 직접적으로 암시되는 가운데, ‘인크레더블 헐크’만의 속편의 복선 또한 남겨두지만, 주연과 동시에 각본에 참여하고도 개봉된 버전에 불만을 품은 에드워드 노튼이 속편에 출연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사족이지만 TV 드라마나 ‘헐크’에서도 논쟁거리(?)가 되었던 헐크의 바지에 관한 의문이 나름대로 해소되는데, 늘어난 바지의 허리춤을 부여잡고 남미를 일주하는 브루스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장면이었습니다.
헐크 - 주인공보다 관객이 더 괴롭다
# by | 2008/06/13 10:33 | 영화 | 트랙백(2)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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