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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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톤 핑크 - 마감에 내몰린 글쟁이의 고통 영화

뉴욕에서 떠오르는 극작가였던 바톤 핑크(존 터투로 분)는 LA의 헐리우드로 발탁되어 B급 레슬링 영화의 시나리오에 맡게 됩니다. 자신에게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시나리오에 골머리 썩던 바톤은 호텔 옆방에 묵는 거구의 사나이 찰리 미도우스(존 굿맨 분)에게 마음을 터놓으며 위안을 얻습니다.

덥고 습해 모기가 들끓고 벽지가 녹아 흘러내리는 싸구려 호텔 방, 지하에서 기어 올라오는 벨보이, 일자무식의 영화사 사장, 알콜 중독자인 개차반 대작가, 그의 글을 대필한 연인 겸 여비서... 일견 평범한 듯한 보이던 이야기에서 서서히 상궤를 벗어나기 시작해 결국 황당무계하면서 재기발랄한 결말에 도달하는 코엔 형제 특유의 감각은 1991년 작 ‘바톤 핑크’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무고한 사나이가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비극이라는 점에서 2000년 작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의 시조격에 해당하는 이 영화는, 글쟁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마감에 내몰린 고통을 희극적이면서도 개성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측면에서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네이키드 런치’나 우디 앨런의 ‘브로드웨이를 쏴라’에 비견할 만 합니다. 천박한 영화판에서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는 바톤의 모습이 코엔 형제 자신의 경험담에서 비롯되었음을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주인공 바톤 핑크는 심약한 화이트 컬러라는 점에서 스테레오 타입에 가깝지만, 찰리 미도우스는 처음에는 심지가 굳은 블루 컬러를 대변하는 듯 보이다가, 실은 블루 컬러와는 완전히 무관한 잔혹한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질 때에는 초인처럼 보이더니, 종반에는 아예 바톤의 초자아(超自我)나, 혹은 바톤이 묵은 호텔 그 자체로 보입니다. 호텔 방의 벽지를 도배했다 녹아내리는 접착제가 거구의 찰리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땀이나 귀에서 새어나오는 고름과 동일시되는 장면을 통해, 바톤은 결국 찰리라는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에 불과했음이 드러납니다. 이처럼 독특한 캐릭터 찰리 미도우스는 존 굿맨의 압도적인 연기를 통해 완벽하게 형상화되었는데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은 보는 이를 빨아들일 듯 강렬합니다. 길쭉한 얼굴에 안경을 낀 코엔 형제와 비슷한 외모로 분장한 존 터투로의 섬세한 연기도 훌륭하며, 벽지 및 세트 디자인과 등장인물의 표정 연기를 뒷받침하는 조명도 러닝 타임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짐작할 수 있지만 끝끝내 공개되지 않는 상자는 코엔 형제다운 맥거핀입니다.

밀러스 크로싱 - 코엔 형제의 갱스터 느와르 재해석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잔혹한 세상을 향한 코엔 형제의 개탄

덧글

  • 이준님 2008/06/07 14:48 #

    1. 저 모델이 된 작가가 실제로 따로 있었다지요

    2. 알콜중독의 개차반 대작가는 "빅 슬립"의 시나리오를 썼던 윌리엄 포크너를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예, 성단이나 압살롬. 압살롬을 쓴 대작가말입니다) 물론 빅 슬립같은 걸작(문학성은 두번째고) 시나리오를 썼지만 포크너 자신은 거의 용도폐기 되다 시피할정도로 영화계에서는 맥을 못 추었고 저 영화에서 묘사된 그런 소문에 휩싸였지요(그래서 포크너 쪽 유족이나 그런쪽에서는 저 영화를 아주 싫어했답니다)
  • 디제 2008/06/07 22:02 #

    이준님/ 그렇군요...
  • 으음 2012/11/19 15:09 # 삭제

    코엔형제 영화 다 찾아보고 있는데... 너무 어렵네요;;
    이 글을 읽고 나니 좀 알거 같습니다. 깔끔한 정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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