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에는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비롯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분)는 외계인 유해를 둘러싼 소련군 장교 이리나 스팔코(케이트 블란쳇)와의 쟁탈전에서 밀린 후 매카시즘 광풍에 휘말려 대학에서 해고됩니다. 유럽으로 떠나려던 인디아나는 신비한 힘을 가진 크리스탈 해골을 찾고 어머니를 구해달라는 청년 머트 윌리엄스(샤이어 라보프 분)와 만나게 됩니다.
‘나치는 악’이라는 단순한 수준에 머무르며 정치적, 현실적 배경과 유리되었던 전작들과 달리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하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초반부는 매우 현실적입니다. 인디아나는 1947년 로스웰 사건 당시 외계인 유해 발굴팀에 소속된 바 있으며, 1957년 네바다 핵 실험과 매카시즘 광풍에 휘말립니다. 예상과 달리 지극히 현실적인 스토리로 출발한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말론 브란도가 유행시킨 라이더 재킷과 할리 데비이슨으로 무장한 머트가 등장한 이후 판타지의 세계로 복귀합니다.
20년에서 한 해가 모자라는 간격을 두고 개봉된 시리즈 네 번째 영화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내러티브는 신선도가 떨어집니다. 마야 문명의 근원이 외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가설은 이전에도 자주 회자되던 것이고, 덕분에 고고학적 발견보다는 외계인의 실체 찾기에 치중하기에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아니라 ‘엑스 파일’의 극장판을 보는 듯합니다. ‘레이더스’의 엔딩이 ‘엑스 파일’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만,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엑스 파일’에서 상당 부분 피드백한 혐의를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전작 ‘미지와의 조우’를 연상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며 외계인의 실체에 접근하는 방식은 ‘엑스 파일’의 외계인 에피소드들과 유사하며, 엔딩은 ‘엑스 파일’ 극장판과 대동소이합니다. 지난 19년 동안 거대 스케일의 블록 버스터를 수없이 접했기에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소박한 스케일이 불만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유머 감각과 액션을 병치하며 관객에게 쉴 틈 없이 재미를 선사하는 특유의 장점은 여전하며 해골 던전과 (인디아나가 지극히 혐오하는) 뱀, 곤충 떼도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첫 장면에 등장하는 환갑이 넘은 해리슨 포드의 주름진 얼굴이 안쓰러워 적응에 시간이 걸리며, 혼자서도 펄펄 날아다녔던 전편들과 달리 조연들과 상당 부분 부담을 나누고 있는 집단 주인공 체제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는 인디아나 존스가 대물림의 시리즈가 되어야 한다는 계산도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던전의 난이도는 하락했고, 고어와 호러적 성격도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인종적 편견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던 2편 ‘인디아나 존스’의 흔적은 말끔히 지운 반면, 1편 ‘레이더스’와 3편 ‘인디아나 존스 3 최후의 성전’(이하 ‘최후의 성전’)의 직계 후속편으로 철저한 팬 서비스 영화입니다. ‘레이더스’의 엔딩에 등장했던 미국 정부의 비밀 창고는 네바다에 위치한 것임을 밝히는 초반부에서, 시리즈 전체에서 인디아나가 유일하게 끝까지 잃지 않았던 궁국의 아이템 성궤가 카메오 출연하며, ‘최후의 성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디아나의 아버지 헨리 존스의 사진과 함께 사망 사실이 언급됩니다. ‘레이더스’와 ‘최후의 성전’에서 인디아나를 도왔던 마커스 브로디도 사망했지만 사진과 동상으로 추억됩니다. 인디아나가 ‘레이더스’에서 나치를 향해 발사하지 못했던 로켓 런처도 기어이 소련군을 향해 발사합니다. ‘Don't touch anything.’이라는 시리즈 특유의 명대사도 여전합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명대사 ‘I have a bad feeling about this.’가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된 것은 제작자 조지 루카스의 장난기가 발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전편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은 ‘레이더스’의 ‘인디 걸’ 마리언(카렌 알렌 분)이 재등장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인디아나와 마리언이 결혼을 약속했고, 역마살이 있는 인디아나가 임신한 마리언을 버리고 떠났으며, 누구나 예상했듯이 머트가 인디아나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따라서 머트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인디아나는 ‘최후의 성전’에서 드러난 본명 헨리 존스 2세로 불리며, 머트는 헨리 존스 3세로 명명됩니다. 최근 헐리우드에 등장한 남자 배우 중 가장 인상적이며 독특한 개성이 빛나는 라이어 샤보프는 이 시리즈가 대물림되어도 충분함을 증명하며 팬들을 안심시킵니다. 요정 마님과 영국 여왕을 넘나들었던 케이트 블란쳇은 다시 국적을 바꿔 소련인 장교로 등장하는데 인디아나와 그 어떤 미묘한 감정도 교류하지 않는 가장 냉정한 ‘인디 걸’로 자리매김합니다.
철저한 팬 서비스 영화였던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었지만 인디아나의 카우보이 모자는 아직 아들에게 대물림되지 않았고, 스티븐 스필버그도 5편의 제작 가능성을 열어 놓았으니 헨리 존스 2세와 3세 부자의 콤비 액션을 다시 한 번 스크린에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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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 - 최악의 인종적 편견, 최고의 오락성
인디아나 존스 3 최후의 성전 - ‘레이더스’의 직계 후속편

‘나치는 악’이라는 단순한 수준에 머무르며 정치적, 현실적 배경과 유리되었던 전작들과 달리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하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초반부는 매우 현실적입니다. 인디아나는 1947년 로스웰 사건 당시 외계인 유해 발굴팀에 소속된 바 있으며, 1957년 네바다 핵 실험과 매카시즘 광풍에 휘말립니다. 예상과 달리 지극히 현실적인 스토리로 출발한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말론 브란도가 유행시킨 라이더 재킷과 할리 데비이슨으로 무장한 머트가 등장한 이후 판타지의 세계로 복귀합니다.
20년에서 한 해가 모자라는 간격을 두고 개봉된 시리즈 네 번째 영화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내러티브는 신선도가 떨어집니다. 마야 문명의 근원이 외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가설은 이전에도 자주 회자되던 것이고, 덕분에 고고학적 발견보다는 외계인의 실체 찾기에 치중하기에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아니라 ‘엑스 파일’의 극장판을 보는 듯합니다. ‘레이더스’의 엔딩이 ‘엑스 파일’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만,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엑스 파일’에서 상당 부분 피드백한 혐의를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전작 ‘미지와의 조우’를 연상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며 외계인의 실체에 접근하는 방식은 ‘엑스 파일’의 외계인 에피소드들과 유사하며, 엔딩은 ‘엑스 파일’ 극장판과 대동소이합니다. 지난 19년 동안 거대 스케일의 블록 버스터를 수없이 접했기에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소박한 스케일이 불만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유머 감각과 액션을 병치하며 관객에게 쉴 틈 없이 재미를 선사하는 특유의 장점은 여전하며 해골 던전과 (인디아나가 지극히 혐오하는) 뱀, 곤충 떼도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첫 장면에 등장하는 환갑이 넘은 해리슨 포드의 주름진 얼굴이 안쓰러워 적응에 시간이 걸리며, 혼자서도 펄펄 날아다녔던 전편들과 달리 조연들과 상당 부분 부담을 나누고 있는 집단 주인공 체제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는 인디아나 존스가 대물림의 시리즈가 되어야 한다는 계산도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던전의 난이도는 하락했고, 고어와 호러적 성격도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인종적 편견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던 2편 ‘인디아나 존스’의 흔적은 말끔히 지운 반면, 1편 ‘레이더스’와 3편 ‘인디아나 존스 3 최후의 성전’(이하 ‘최후의 성전’)의 직계 후속편으로 철저한 팬 서비스 영화입니다. ‘레이더스’의 엔딩에 등장했던 미국 정부의 비밀 창고는 네바다에 위치한 것임을 밝히는 초반부에서, 시리즈 전체에서 인디아나가 유일하게 끝까지 잃지 않았던 궁국의 아이템 성궤가 카메오 출연하며, ‘최후의 성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디아나의 아버지 헨리 존스의 사진과 함께 사망 사실이 언급됩니다. ‘레이더스’와 ‘최후의 성전’에서 인디아나를 도왔던 마커스 브로디도 사망했지만 사진과 동상으로 추억됩니다. 인디아나가 ‘레이더스’에서 나치를 향해 발사하지 못했던 로켓 런처도 기어이 소련군을 향해 발사합니다. ‘Don't touch anything.’이라는 시리즈 특유의 명대사도 여전합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명대사 ‘I have a bad feeling about this.’가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된 것은 제작자 조지 루카스의 장난기가 발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전편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은 ‘레이더스’의 ‘인디 걸’ 마리언(카렌 알렌 분)이 재등장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인디아나와 마리언이 결혼을 약속했고, 역마살이 있는 인디아나가 임신한 마리언을 버리고 떠났으며, 누구나 예상했듯이 머트가 인디아나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따라서 머트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인디아나는 ‘최후의 성전’에서 드러난 본명 헨리 존스 2세로 불리며, 머트는 헨리 존스 3세로 명명됩니다. 최근 헐리우드에 등장한 남자 배우 중 가장 인상적이며 독특한 개성이 빛나는 라이어 샤보프는 이 시리즈가 대물림되어도 충분함을 증명하며 팬들을 안심시킵니다. 요정 마님과 영국 여왕을 넘나들었던 케이트 블란쳇은 다시 국적을 바꿔 소련인 장교로 등장하는데 인디아나와 그 어떤 미묘한 감정도 교류하지 않는 가장 냉정한 ‘인디 걸’로 자리매김합니다.
철저한 팬 서비스 영화였던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었지만 인디아나의 카우보이 모자는 아직 아들에게 대물림되지 않았고, 스티븐 스필버그도 5편의 제작 가능성을 열어 놓았으니 헨리 존스 2세와 3세 부자의 콤비 액션을 다시 한 번 스크린에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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