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아나 존스 3 - 최후의 성전’(이하 ‘최후의 성전’)은 시리즈 첫 번째 작품 ‘레이더스’의 직계 후속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이더스’에서 구약 성서의 유물 성궤를 찾았던 인디아나는 ‘최후의 성전’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와 신약 성서의 상징 성배를 찾아 나섭니다. 성배는 서양의 고전부터 최근 영화화되었던 ‘다 빈치 코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헌들에 등장했던 전설속의 유물로, 시리즈를 마감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최후의 성전’에 어울리는 소재였습니다. ‘레이더스’에서 적으로 등장했던 나치(이번에는 아돌프 히틀러도 인디아나와 대면합니다.)가 다시 성배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며, 마커스 브로디와 살라가 재등장한 것도 ‘레이더스’의 재판입니다. (살라로 분한 것은 존 리스 데이비스인데 그는 ‘반지의 제왕’에서 드워프 김리와 트리비어드의 목소리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배신자 월터 도노반이 최후를 맞는 독특한 특수효과도 ‘레이더스’에서 세 명의 악역이 죽음을 맞는 장면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이는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었던 ‘인디아나 존스’가 인도를 배경으로 아시아와 인도인을 폄하했다는 세간의 평을 의식하여 관객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싶었던 것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인디아나 존스’에서는 인디아나와 여가수, 고아 소년이라는 조합으로 유사 가족을 등장시켰지만, ‘최후의 성전’에서는 아예 인디아나 존스의 (3편까지의) 유일한 진짜 혈육인 아버지 헨리 존스를 등장시켜 진짜 가족애가 무엇인지 제시합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서 사망했고, 그러한 무관심이 자신에게도 이어진 것에 반발해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던 인디아나이지만, 막상 고고학적 관심사에 목숨을 걸고 엉뚱한 모험을 즐기는 존스 부자의 모습은 부전자전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디아나 존스’의 원형이 ‘007’이었음을 감안하면, ‘아버지’ 헨리 존스로 캐스팅된 배우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007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숀 코네리인 것은 지극히 의도적인 캐스팅입니다. 숀 코네리는 세 편의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조연으로 평가받을 만큼 영화 속에 철저히 녹아들었기에, 개봉을 앞둔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 캐스팅되지 않은 것을 대다수의 팬들이 아쉬워 할 정도로 였습니다.
‘최후의 성전’에서는 인디아나가 왜 카우보이 모자를 즐겨 쓰고, 채찍을 사용하며, 뱀을 싫어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단서가 등장하며, 인디아나가 본명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밝혀집니다. 인디아나의 본명에 관한 언급이 결말에 등장하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설정이 밝혀지는 것은 초반부 인디아나의 어린 시절을 조명하는 회상 장면입니다. 어린 인디아나로 분한 것은 고 리버 피닉스인데, 아무리 요절의 아쉬움을 반복해서 토로해도 부족합니다. ‘레이더스’에서는 털털한 과거의 연인 마리언 역으로 카렌 알렌이, ‘인디아나 존스’에서는 금발의 백치 여가수 윌리 역으로 케이트 캡쇼가 ‘인디 걸’로 등장했든데, ‘최후의 성전’에서는 인디아나가 찾는 성배만큼 진지한 슈나이더 교수 역으로 앨리슨 두디가 분해 팜므 파탈 ‘인디 걸’이 되었습니다.
엔드 크레딧과 함께 존스 부자와 마커스, 살라가 마치 서부 영화의 총잡이들처럼 황야를 달리는 장면으로 시리즈의 종언을 고하는 듯 보였기에 시리즈 네 번째 작품으로 존스가 복귀하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19년의 세월을 넘어 바로 내일 그가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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