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스’에 이어 3년 만에 돌아온 속편 ‘인디아나 존스’(원제 ‘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는 ‘인디아나 존스와 죽음의 사원’ 정도로 번역될 수 있지만 1985년 국내 개봉 당시에는 전편 개봉명으로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시리즈 두 번째 영화에 ‘인디아나 존스’라는 타이틀 롤만을 사용했습니다.)는 주인공 인디아나와 백치미 넘치는 금발 미녀, 그리고 고아 소년이라는 유사 가족 조합으로 가족 영화적인 성격이 강화되었습니다. 국내 개봉 당시 미성년자도 관람할 수 있었던 ‘인디아나 존스’이지만 사실 시리즈 사상 가장 잔혹하며 동양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한 최악의 작품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극중에서 인도에 위치한 판콧 왕국은 곤충과 뱀, 원숭이 뇌뿐만 아니라 사람의 눈알을 먹으며, 유아 노동을 착취하고, 살아있는 사람의 심장을 뽑는 의식을 숭배하는 지독한 야만인으로 묘사됩니다. 따라서 식민지배자였던 영국군인이 도리어 인도의 야만성을 규탄하고, 백인인 인디아나는 야만인들을 응징하고 가난한 인도인 마을과 어린이들의 구원자가 됩니다. 게다가 동양인 고아 소년 쇼티(쇼티 역의 케 후이 쿠안은 베트남 출신입니다.)는 인디아나의 양아들이라기보다 마치 ‘80일간의 세계일주’에 동반한 시종처럼 보입니다. 마치 미개한 동양인에게는 지적인 백인 구원자가 필요하다고 강변한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시종일관 잔혹하며 음울한 이 오락영화는 어린 쇼티의 눈앞에서 산 사람의 심장을 뽑아내는 장면이 연출될 정도로 신경질적인데, 주술에 따른 희생 제의라 심장 뽑는 장면이 비현실적이고 영화적으로 연출되었다 하더라도, 가족 영화로서는 명백히 부적격입니다. 1985년 국내 개봉 당시에는 심장 뽑는 장면이 삭제되었지만, 고어 호러 영화 ‘쏘우’ 개봉 당시보다 더욱 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막상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미니어처를 활용해 촬영한 클라이맥스에서의 레일 액션은 가히 압권이며, 앞서 지적한 악취미적인 장면들 역시 하나의 눈요깃거리로 기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액션과 유머가 반복되는 속도감 넘치는 전개 역시 훌륭합니다. 오프닝의 파라마운트의 로고를 그대로 활용한 실사 장면이 ‘레이더스’로부터 이어져 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007’ 시리즈가 매번 본드 걸을 바꾸듯 ‘인디아나 존스’에서는 케이트 캡쇼가 ‘인디 걸’로 새로이 등장했는데 이 영화에서의 인연 덕분에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녀와 결혼해 현재까지 결혼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초반 상하이 장면에서 인디아나를 위협하는 세 명의 중국인 중 한 명이었던 카오 칸으로 분한 것은 최근작 ‘아메리칸 갱스터’에서 아시아의 마약왕으로 등장한 바 있던 릭 영입니다.
P.S. 개인적으로 ‘인디아나 존스’는 난생 처음으로 극장에서 혼자 관람한 영화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학교 수업을 마치고 수원의 중앙 극장에서 관람했는데, 영화를 보기 전부터 친구들에게 떠벌이며 자랑하는 바람에 짝이었던 여학생이 호기심에 저를 따라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연히 극장에서 만날 때까지는 그 아이가 극장에 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물론 같이 앉아서 보거나 한 것도 아니었고 말입니다.) 저에 대한 호기심이었는지, 아니면 심장을 산 채로 뽑는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친구가 지금도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이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기억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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