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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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레이서 - 워쇼스키 형제에게 가족 영화는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

레이서 집안의 둘째 아들 스피드(에밀 허쉬 분)는 형 렉스(스캇 포터 분)가 레이싱 도중 사고로 사망하자 뒤를 이어 레이서가 됩니다. 희대의 재벌 로열튼(로저 알람 분)의 제안을 뿌리친 스피드는 도리어 협박을 받자, 자신의 팀에 합류하면 형의 죽음에 관련된 정보를 주겠다는 태조(비 분)의 제안을 수용합니다.

‘스피드 레이서’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방영된, 1967년 작인 다츠노코의 애니메이션 ‘마하 고고고’를 영화화한 워쇼스키 형제의 ‘스피드 레이서’는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무규칙에 가까운 과격하고 폭발적인 레이싱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스피드 레이서’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자동차끼리 치고받으며 추격전을 벌이는 레이싱 장면이 아니라, 색채와 소품까지 하나하나 공 들인 독특한 세계관의 창조입니다.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같은 부류의 영화들처럼 원색이 난무하는 극중의 세계는 어지러울 정도로 아찔한 시각적 자극을 제공합니다. 이는 원작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인데, 이미 ‘매트릭스’에서 현실과 가상,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선 위를 허물며 달려온 워쇼스키 형제이기에 원색이 극단적으로 도배된 ‘스피드 레이서’로의 진화는 당연한 것입니다.

일견 ‘스피드 레이서’는 상당히 복잡한 갈등 구조를 지닌 작품처럼 보입니다. 레이서 집안과 로열튼 회사가 대립하고, 로열튼 회사와 갱단이 연루되며, 토고칸 모터스와 무사 모터스까지 끼어들어 재벌과 갱, 레이싱 회사들이 치열하게 합종연횡하는 구도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이처럼 복잡한 대립 구도를 말끔히 무시해도 영화를 관람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오히려 사족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왜냐하면 ‘스피드 레이서’의 주제는 기업에 맞서는 정의로운 개인이 아니라 가족간의 사랑과 유대이기 때문입니다. 전면에 부각되는 ‘지켜야 할 가족 대 부정한 재벌’의 관계는 이미 식상한 구도이며, 로열튼 회사의 등장은 단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소도구에 불과합니다. 끊임없이 극의 흐름을 깨뜨리며 유치한 대사와 행위를 반복하는 스피드의 동생 스프리틀(폴리 리트 분)과 침팬지가 극중에서 상당한 비중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결국 ‘스피드 레이서’는 작심하고 만든 가족 영화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워쇼스키 형제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스피드 레이서’의 내러티브는 매우 산만하며 초라합니다. 저예산이었지만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바운드’와 혁명적인 시각 효과와 철학적 주제가 어우러진 ‘매트릭스’ 3부작과 비교하면 ‘스피드 레이서’의 내러티브는 전혀 없다고 꼬집을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합니다. 존 굿맨, 수잔 서랜든과 같은 중견 배우와 매트 폭스, 크리스티나 리치 등 젊은 배우를 함께 기용한 호화 캐스팅으로 허술한 내러티브를 보완하려 하지만 실패합니다. 결론적으로 ‘스피드 레이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지극히 매니악한 소재를 가족 영화로 옮겨 놓은 부조화를 피하지 못한, 가족 영화라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워쇼스키 형제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매트릭스’ 3부작에서 이미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 워쇼스키 형제의 취향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스피드 레이서’의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OST에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그대로 사용한 것, 사나다 히로유키의 캐스팅이나 곳곳에서 눈에 띄는 ‘東京’, ‘仲間’와 같은 일본어, 그리고 초반 레이싱에서의 일본인 아나운서의 등장 등은 영화의 원작을 제공해준 일본에 대한 무한한 경의의 표현입니다.

따라서 가장 비중 있는 동양인 캐릭터 태조로 캐스팅된 것이 일본인 배우가 아니라 비라는 점은 의외입니다. 비뿐만 아니라 박준형도 야즈카 드라이버로 분해 종반부에 나름의 비중으로 등장하고, 태조의 자동차와 회사 배너에 한글로 ‘토고간 모터스’라고 새겨졌으며, 한국인 아나운서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워쇼스키 형제가 한국 시장도 상당히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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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시즈-라이덴 2008/05/09 10:51 #

    저 '마하고고'(맞나요?)를 연상시키는 차체........ 별로 일거 같습니다. 좋아하는 자동차 영화지만... 평이 다들 않 좋네요.
  • 시대유감 2008/05/09 11:42 #

    음, 제 생각에는 충분히 가족영화로서 기능할 만 하다고 봅니다. 솔직히 중반부까지는 좀 늘어지고 지루하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만, (너무나도 뻔한 엑스레이서의 정체나 돈이면 다된다 부자 VS 근성이 최고다 서민의 대립구도...) 마지막에 골인하는 장면에서 그동안 같이 고생했던 가족들의 대사가 주마둥처럼 지나가면서 - 심지어는 원숭이까지도 주인공과 포옹 - 전체 내용을 정리해줄 때는 나름대로 찡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말할 때엔 '색' 을 빼놓을 수가 없겠더군요. 내러티브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영화는 시각적인 화면 구성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 poppa 2008/05/09 14:16 # 삭제

    저는 가정의 달인 5월과 매치가 될 만한 가족용 영화로 봤네요.
    관련글 있어서 트랙백 걸고 갑니다~
  • 알트아이젠 2008/05/09 14:53 #

    화려하고 자극적이지만 유치하지않은 영상속에서 이런저런 이해관계로 꼬여있지만 결국에는 지극한 간단한 이야기속에 가족애를 담아낸 '가족영화'라고 생각하네요.
    아무리단순한 이야기라해도 중간에 조금 연결부분이 껄끄러운면만 좀 고쳤다면,더 재미있게 봤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덧, 정지훈씨가 비중있는역으로 나온건 좋은데 극중내내 찌질한 모습만 보여서 조금은 실망(?)했습니다.
  • 디제 2008/05/10 09:03 #

    시즈-라이덴님/ 평이 안좋은 것은 이야기가 허술하고 유치하기 때문이겠죠.
    시대유감님/ 취향에 맞으셨다니 다행이군요.
    poppa님/ 이 영화를 제작한 미국과 가정의 달은 별 연관이 없습니다만...
    알트아이젠님/ 늘어지는 이야기 + 자극적인 화면이 덜컥거렸죠. 정지훈은 그 정도면 상당히 비중 있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스피드와 레이서 X가 멋진 캐릭터였으니 그와 어울리는 다른 1명의 조연 캐릭터는 다소 찌질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 ZECK-LE 2008/05/10 11:10 #

    예전 마하 고고를 다 시청한 사람이 보기에는 좀 이상하더군요. 왠지 7가지 장치에 대해서는 그냥 있으니까 쓴 다는 느낌이고 미스터 X가 원작보다는 신비스럽지도 않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하여튼... 원작을 다 시청한 사람에게는 "귤이 바다 건너면 탱자가 되더라"로 이해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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