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29일
셰익스피어 인 러브 - 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킨 세익스피어
가난하며 운명적 사랑에 굶주린 극작가 셰익스피어(조셉 파인즈 분)는 극장주 헨슬로(제프리 러시 분)의 독촉에 못 이겨 새 희곡을 쓰려하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우연히 본 귀족 집안의 딸 바이올라(기네스 팰트로 분)에게 한눈에 반한 셰익스피어는 그녀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접근합니다.존 메이든 감독의 1998년 작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셰익스피어가 운명적 사랑에서 영감을 얻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완성하고 상연하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극중에 등장하는 헨슬로나 벤 애플렉이 분한 배우 네드 알렌은 실존 인물이지만, 영화 속의 거의 모든 사건들은 허구인데,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측면은 있지만 마치 실재했던 사건과 인물들처럼 생생하여 시나리오가 얼마나 창의적이었는지를 절감하게 합니다. 4대 비극이 아니라 가장 대중적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소재로 했다는 것부터 매우 영악한 선택을 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이야’나 ‘베니스의 상인’과 같은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이 은근슬쩍 삽입되어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예술적 열망과 사랑에 대한 집념이 하나의 결말을 향해 승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유머러스하면서도 반전을 거듭하여 속도감 넘칩니다. 이를테면 여성이 연극배우가 될 수 없었던 사회적 금기를 뛰어넘은 바이올라가 남장을 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에 참여하는 장면은 우스우면서도 상당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게다가 바이올라의 남장을 가지고도 상당한 시간을 끌 수도 있었지만 곧바로 정체를 폭로하며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는 속도감마저 놓치지 않습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더욱 놀라운 것은 실제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는 시대적 한계로 인해 정면으로 다루지 못했던 섹스를 과감하게 다룬다는 것입니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며 미성년자도 볼 수 있는 가족 영화가 되기를 거부하고, 기네스 팰트로도 놀라운 수위의 노출을 불사하는 것에서, 셰익스피어가 현재에 살았다면 자신의 작품에서 그처럼 직설적으로 섹스를 묘사했을 것이라고 웅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콧수염을 달고 남장한 미소년풍의 기네스 팰트로가 조셉 파인즈와 키스하는 장면은 묘한 동성애적 연상을 유발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기네스 팰트로는 우아하고 귀족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코믹한 연기를 통해 다양한 이미지를 선보이는데, 개인적으로 기네스 팰트로가 가장 아름답게 나온 영화로 ‘위대한 유산’을 꼽았지만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뒤늦게 감상하고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충족시키지는 좋은 작품이지만, 막상 종반의 여왕의 등장은 뜬금없습니다. 엘리자베스 1세로 분한 주디 덴치는 이 작품을 통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나 그녀의 등장만큼은 영화를 황급히 결말짓기 위한 억지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듭니다.
# by | 2008/04/29 09:01 | 영화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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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참 좋았어요 ^^
yucca님/ '아이언 맨'은 어떨까요? 보기야 하겠지만... --;;;
뚱띠이님/ 그다지 길지도 않은 영화인데 시간되시면 한 번 끝까지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으실 듯합니다.
THX1138님/ 원체 예쁘니 남장도 잘 어울리더군요.
YaWha님/ 벌써 10년된 영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