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뤽 베송이 각본에 참여하고 피에르 모렐이 연출한 ‘테이큰’은 딸의 납치를 자력구제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외형적인 얼개는 미국 드라마 ‘24’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잔혹한 고문을 통해 가학적인 쾌감을 선사한다는 공통점 정도를 제외하면, 스릴과 반전에 의존하는 ‘24’와 달리, ‘테이큰’은 스릴과 반전이 약하며 내러티브도 헐겁다고 느껴질 정도로 단순합니다. 이를테면 딸을 납치하고 자신과 통화한 납치범이 누구인지 밝히는 과정에서는 주인공의 기지가 돋보이지만 우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인공 브라이언을 제외하면 다른 등장인물들의 개성은 밋밋하며 스테레오 타입에 가깝습니다. 이는 93분의 짧은 러닝 타임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테이큰’은 단점보다 장점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딸을 지독히 아끼면서도 멀리 떨어져 있으며 제대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버지라는 점에서 ‘다이 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과 비슷한 브라이언이지만, 존 맥클레인과 달리 유머 감각이 거의 없으며 냉정하고 이지적인데, 이는 배우 리암 니슨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극중에서 브라이언은 피도 눈물도 없이 개인적인 복수극에 전념하는데 이것이 더욱 브라이언을 매력적으로 만들며 영화를 빛냅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총기를 난사하고 난투극을 행하는 브라이언의 액션이 ‘테이큰’으로 하여금 범작의 수준을 뛰어넘게 만듭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파리 시내 장면의 자막에서 갑자기 ‘항구’가 언급되어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세느 강변의 나루터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항구’의 사전적 정의가 ‘배가 안전하게 드나들도록 바닷가에 부두 따위를 설비한 곳’임을 감안하면 세느 강변에 배를 대는 곳은 ‘항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나루’나 ‘나루터’가 되어야 옳습니다. ‘테이큰’의 자막 번역은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비속어와 통신어를 사용하며 문제를 일으켰던 홍주희 번역가였는데 우리말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의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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