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10일
식코 - 깨어 있으라, 미국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모든 의료보험이 민간기업에 이양된 미국에서 서민들이 희생당하는 현실을 고발하는 마이클 무어의 ‘식코’는, 전작 ‘화씨 9/11’에 비해 냉소적인 유머를 자제하여 진지해졌으며 감성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9.11 테러라는 정치적인 주제를 다룬 ‘화씨 9/11’과 달리, 미국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민생, 즉 서민들의 삶과 죽음을 다뤘기 때문입니다. 오프닝에서 자신의 무릎을 스스로 꿰매는 남자의 모습은 그 어떤 공포영화에 비해 잔혹하여 초반부터 확실히 시선을 잡아끕니다. 사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해 죽음으로 내몰린 미국인들의 이야기로부터, 정부가 보장하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캐나다인 남성과 사실혼 관계로 위장하고 국경을 넘어 캐나다의 병원을 찾은 미국인 싱글맘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사보험 위주의 의료체계가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낱낱이 고발합니다.
마이클 무어는 여기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의 의료체계를 직접 취재하며 정부가 보장하는 의료보험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깨우칩니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프랑스를 미국인들이 혐오해, 프로레슬링 WWE에서 악역 기믹의 멍청한 프랑스인 레슬러(실제 레슬러는 캐나다인)가 등장하고, 감자 튀김을 ‘프렌치 프라이’라고 부르는 것이 싫어 ‘프리덤 프라이’라고 붙일 정도였는데, 마이클 무어는 미국의 의료 체계가 프랑스의 그것보다 열등하다며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립니다.
‘화씨 9/11’의 후속편임을 웅변이라도 하듯 마이클 무어는 미국인들의 테러에 대한 아픔과 동일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영웅인 9.11 테러 당시의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의료보장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킨 다음, 병마와 외로이 싸우는 자원봉사자보다 관타나모에 수용된 알카에다의 테러리스트가 더 나은 의료보장을 받고 있음을 대비시키며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부추깁니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을 쿠바로 데려가 무료로 치료받는 장면을 보여주며 미국인들이 증오하고 멸시하는 쿠바에서 실은 미국보다 훌륭한 의료보장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즉 미국보다 사람이 살만한 나라임을 증명하며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자극합니다.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이 뛰어난 ‘식코’이지만 분명 아쉬운 면은 있습니다. 미국의 서민들을 대상으로 제작된 작품이라 그런지 눈높이가 낮아, 정부 의료보험이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정부와 의사, 시민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증명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의 의사가 정부 의료보험에 속해 있어도 부유하게 산다는 점만 부각시켰을 뿐, 서민의 세금 부담이나 국가 재정에는 정부 의료보험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정부 의료보험 체계가 완전하지 못해 개인의 의료비 부담이 크고, 사보험 회사들의 가입 권유 광고와 공포 마케팅이 대중매체를 점철시키는 가운데, 정부 의료보험을 대폭 축소시키는 정책 추진을 준비하는 이명박 정부 하의 한국의 현실에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극중에서 영국의 전직 국회의원과 프랑스에 살고 있는 미국인이 언급했듯이 정부가 국민을 우습게 알면 한국도 미국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한국의 위정자와 정부가 바라는 것은 미국과 같이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무기력감에 빠지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며, 항상 깨어 저항해야 합니다.
화씨 9/11 - 추악한 부시 행정부
# by | 2008/04/10 09:13 | 영화 | 트랙백(2)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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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이 아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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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개표결과를 보니 아무래도 그렇게 되고도 국민들이 가만히 있고도 남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