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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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저, 크와트로가 더 좋습니다 (2) U.C. 건담(퍼스트, Z...)

'실은 저, 크와트로가 더 좋습니다 (1)'에 이어서

샤아라는 우상을 파괴해가는 즐거움

테라다 샤아는, 간단히 말해 어른이 된 것이죠. 방영 당시는 ‘크와트로는 꼴사나워’라고 생각했지만, 샤아도 한 인간이잖아요. 카미유 같은 어린애에게 맞고도 되받아 치지 않는 것도 어른이기 때문인 듯하고, 점점 정신이 병들어 가는 카미유에게 별로 도움 되는 말도 하지 못하는 샤아도, 역시 어른이 되어서구나, 의미심장하구나 싶었죠.

- 나이를 먹고 보면, ‘Z’에는 터무니없이 빠져들게 되네요.

테라다 샤아도 아무로도 전작으로부터 7년이 흘렀어요. 7년이 지나면 그렇게 될 법 하죠. 그래서 역시 ‘Z’는 크와트로도 아무로도 시원시원하게 이끌어주는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시 보면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우상을 쾅쾅쾅 깨부숴가는 것이 ‘Z’의 즐거움이 아니었나 싶어요.

- 애니메이션 캐릭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현실적인 비애는, 생각해보면 매우 참신했습니다.

테라다 ‘나는 크와트로 바지나입니다’라고 우겨대지만, 모두들 ‘샤아다. 붉은 제복을 입었잖아. 붉은 MS를 타고’라는 식으로 생각하니 ‘이거 안 되겠군’이라는 생각에 MS를 금색으로 칠해버리고. (웃음) 좋아해서 태클 걸 부분도 많고, 본인이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아도 좋고. 그렇게 어긋나기만 해도 좋고.
나중에 그와단에서 하만과 만났을 때 벌컥 화를 내지 않습니까.

- 쿨한 샤아가 드물게 감정적이 되어버렸습니다.

테라다 ‘언제나 냉정한 당신이’라며 태클 거는 카미유! (웃음)가 등장하는 그 장면도 하만이 일부러 도발한 것을, 알면서도 샤아는 화를 내죠.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했어요. 뒤에 레코아에게 찬 건 건지, 채인 건지 알 수 없게 한 것도 의미심장했죠.
‘당신은 나를 말리기만 할 뿐인가요?’라는 말을 들어도, 크와트로는 침묵하잖아요. 어른의 속마음 읽기를 말한다면 ‘역샤아’에서 규네이가 ‘라라라고 잠꼬대하는 것을 들은 여자가 여럿이야’라고 말했는데 사실 샤아도 남자니까요.
아마도 레코아도 ‘라라...’라는 샤아의 잠꼬대를 듣고 ‘닥쳐, 이 남자! 누구야, 라라가? 선인장이나 받아라!’라고... (웃음)

- 와하하하

테라다 그런 점이라든가, ‘Z’의 남자와 여자가 엉망이 되는 것을 어른이 되어 보니 두근거리더군요.

- 저는 레코아와의 일련의 사건을 보면 샤아는 애정 표현에 서투르다고 생각했어요. 일에만 매달려 여성의 마음을 모르는 둔감한 남자가 아닌가 하고요.

테라다 제가 보기엔 둔감하다는 인상이 아니었어요. 그렇게 연기하고 있을 뿐 아니었던가요.
하만과의 관계도 과거에 뭔가 있었는지 알려주지 않지만 기타즈메 씨의 만화(역주 : ‘건담 에이스’에 연재 중인 ‘C.D.A. 젊은 혜성의 초상’을 말하는 것.)를 보면, 모에 캐릭터 하만님이 ‘속물이!’라든가 ‘수치를 알라!’라고 말할 리 없어 보이잖아요.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크와트로 상, 같은 기분이 들죠. (웃음)
라라로서도, 결국 아무로보다 샤아가 좋았던 것 같고, 여자를 불행하게 하는 남자의 매력 같은 것을 알 수 있어요. 결국 레코아도 시로코에게 가버렸지만 둔감이라든가 형광등이라든가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그래도 그런 바보는 아니에요, 샤아는.
예측의 샤아라고 불리니까요. (웃음)
아무로와 벨토치카의 이야기에 끼어드는 것 따위는 좋지 않지만, ‘이 녀석과 여자가 함께 옥신각신하면, 잘 될 리 없어’라며 경계한 것이 아닐까요.

- 정말 예측의 샤아군요. (웃음) 와, 심오하군요, ‘Z'는. 애정 관계도요.

공감할 수 있는 현역주의의 중간관리직

테라다 그런 점도 있고 해서 제게는 ‘Z’쪽이, 샤아의 대사가 소중해요

‘오늘의 상황에 영혼을 팔았던 사람의 결정 따위는, 내일이면 무너지는 법’이라든가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것은 노인이 아냐’ 따위를 좋아합니다. 크와트로 바지나일 때의 샤아가 가장 인간적으로 약하지만, 세상 풍파 다 겪은 사람 아닙니까. 대사에 무게가 있는 것이죠.
사회인이 되고 나서 크와트로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저도 잘 알겠어요. ‘Z’에는 어떤 때에는 에우고의 핵심 멤버 중 한 사람, 어떤 때에는 전장의 지휘관 역할을 수행하는 역할감이 엿보여요. 솔직히 리더로서 저렇게 되고 싶어 라든가, 하는 동경은 없지만, ‘알겠군, 알겠어 중간관리직’이라며 크게 공감합니다.

- 와, 정말 그렇군요.

테라다 게다가 샤아는 현장주의잖아요.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여도, 역시 MS에 타고 싶어 하고요. 그게 사람을 뒤에서 조작하는 것 같은 시로코와 대조적이잖아요. 결국 시로코에게는 이기지 못하는 이유이기는 해도, 그게 크와트로의 한계이어도 괜찮잖아요. 주변에서 ‘이제 됐으니 위로 올라가’라는 말을 들어도 ‘아니, 나는 현장이 좋아!’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 저도 마찬가지지만요. (웃음)

- 하하하, 실은 저도 ‘현장이 좋은데’라고 말하고 회사에 사표를 내는 주의입니다.

테라다 생애현장주의, 그것도 샤아의 매력입니다. ‘역샤아’에서도 총수 스스로 출격해서 핵 미사일을 격추시키고, 이것저것 이유를 붙여서 규네이를 구원하러 날아가잖아요.
그래도 네오 지온의 리더가 되기로 결의하고 크와트로 시절보다 책임을 짊어진 샤아가, 그래도 역시 크와트로로 되돌아가고 싶다거나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것을 숨기고, 연설해도 ‘이건 광대 짓이야’ 라든가, 연방의 고관에게 금괴를 넘기고 배반하며 ‘나는 뻔뻔스런 짓을 하고 있어’라고 말하고. 그런 이상한 점들을 납득하는 것처럼 보여도 전혀 납득하지 않는 듯 행동하고, 라라의 말대로, 지나치게 순수한 사람인가, 자신의 입장과 정말 되고 싶은 입장의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본심이라든가, 인간다움이 강렬하게 전해져요.

- 그래도 샤아의 본심이 지나치게 생생해서, ‘역샤아’는 공개당시 보면서 고통스러웠습니다. ‘Z’와 마찬가지로 사회인이 되어 제대로 보게 되니 ‘어른이란 저런 것이군...’라고 절실히 느꼈지만요.

테라다 맞아요. 어른의 이야기였죠. 당시에는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 대사에서만도, 잘도 저렇게 어려운 단어를 술술 말하는구나 하며 태클 거는 수준에 머물렀어요.
하지만 지금 보면 ‘역샤아’는 이전까지의 요소를 한 곳에 집약해, 샤아의 인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었어요. 결심했지만, 역시 마음에 남은 것을 스스로 결말을 지으려하다 운이 다한 이야기로서요. ‘Z’이상으로 대사가 하나하나 소중했고요.
‘제법이야, 브라이트’라는 대사도, 이전에 함께 싸워서 서로 손바닥 보듯 아는 사이라는 과거가 있으니, 울컥 치밀어 오르죠. 아무로의 ‘그 때 지구연방군의 부패를 보고 혐오하게 된 거야’ 같은 대사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겠지만, 그걸 뛰어넘어, 이제 서로 싸움을 결의하는 대사 같은 것이 겹쳐져요. ‘Z’부터 보면 잘 알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 그렇군요. 샤아를 둘러싼 인간 드라마의 집대성같은 느낌이군요.

테라다 어떤 사람으로부터 들었는데 크게 공감한 이야기가 있어요. ‘역샤아’는, 간단히 말해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라고요. 샤아는 이제 입장이 난처해져 개인적인 것도 점점 없어져버리잖아요. 그래서 원하는 것이 애인도 딸도 아니고 어머니였어요. 그래서 쿠에스에게 아버지로서 접촉하지 못한 아버지와 딸의 엇갈리는 이야기로, 그래서 그런 라스트가 된 거죠.
이전까지 지식인이 어땠는가, 혁명이란 무엇인가 따위의 말을 해도, 어째서 최후에는 그런 이야기가 되어버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아, 그렇구나’라고 납득했어요.
하지만 저는 역시 크와트로가 가장 좋아요. 단맛 쓴맛 다 봐서 가장 성숙하고 어른스러워요. 광대 짓을 연기해도 그런 광대 짓이 ‘역샤아’의 시기와는 다르니까요. (계속)

'실은 저, 크와트로가 더 좋습니다 (1) 바로 가기'

카테고리 : U.C. 건담(퍼스트, Z...)

덧글

  • Machine 2008/04/08 09:59 #

    하하하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근데 중간에 오타 하나가 'ㅅ';

    [그래도 역시 크와트로로 '되돌아다고' 싶다거나]

    되돌아다고로 검색하시면 나올거 같습니다.;
  • 물빛바람 2008/04/08 10:43 #

    테라다와 저는 샤아 관이 비슷하군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 SAGA 2008/04/08 13:11 #

    제타에서의 크와트로는 퍼스트에서의 샤아가 어른이 된 모습이라는 말에서 심한 공감을 느낍니다. 저도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숭고한 이상주의자에서 현실이란 걸 알게된 어른의 모습이랄까요? 제게 있어 제타의 크와트로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 지미페이지 2008/04/08 14:24 # 삭제

    이 사람... 말을 꽤 멋들어지게 하네요.
    (디제님의 번역이 좋은 건가?)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것은 노인이 아냐’ 라고 할만큼 늙은 크와트로도 아니지만,
    분명 TV판 제타는 샤아의 고뇌가 잘 녹아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극장판으로 오면서 많이 생략된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구요.

    역샤의 '야루나, 브라이토!' 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대사입니다.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 디제 2008/04/09 01:29 #

    Machine님/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물빛바람님/ 실은 저와도 비슷해서 골라서 번역해 올렸습니다 :-)
    SAGA님/ '퍼스트'의 샤아는 '숭고한 이상주의자'라기 보다 '멋모르고 날뛰는 젊은 녀석'이 아닐까 합니다... ^^;;;
    지미페이지님/ 제 번역이야 초보적인 수준이고... 원문이 좋은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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