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 영화적 재미 속에 숨겨진 오리엔탈리즘

글을 쓰는 것이 취미인 아미르(제케리아 에브라하미 분)는 부유한 집안의 외동아들로, 하인의 아들 하산(아흐마드 칸 마흐미드제다 분)과는 두터운 우정을 지닌 친구 사이입니다. 둘이 힘을 합쳐 연 싸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어느 날, 연을 주우러 간 하산은 아세프(엘람 에사스 분) 일당에게 봉변을 당하지만 아미르는 숨어서 지켜보기만 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미국에 망명한 작가 칼레드 호세이니의 원작 소설을 마크 포스터 감독이 영화화한 ‘연을 쫓는 소년’은 아프가니스탄의 복잡한 역사를 배경으로 두 소년의 우정의 이면에 숨겨진 배신과 죄의식을 통한 성장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아미르는 하산과 절친한 친구 사이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하고 거짓말로 헐뜯는데, 이것이 스스로를 얽매이는 죄의식의 발로가 되어, 하산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후 목숨을 건 고국행의 원인이 됩니다. 시놉시스나 예고편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영화라고 짐작하면 오산으로, 현재 탈레반 정권은 이런 영화의 자국 촬영을 묵인할 정도로 관대하지 않기에 영화는 중국에서 촬영되었으며, 미국인 감독이 제작을 맡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간에)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입니다. 따라서 전개가 빠르고 영화적 측면에서도 재미와 세련미를 놓치지 않은 상업영화입니다.

하지만 굴곡으로 가득한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한 두 마디의 대사 정도로 처리되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이해하기 쉽지 않으며,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을 극단적으로 대비시켜 아프가니스탄을 지옥, 미국을 천국으로 선명하게 구분하는 오리엔탈리즘의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극중에서 타인에게 단 한 번도 자신의 죄의식을 진솔하게 고백하지 않는 아미르가 핫산의 아들을 구출하는 동기가 속죄인지 아니면 혈육 때문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운 것 역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구출 장면 역시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감안하면 어설픈 것이 사실입니다.

by 디제 | 2008/03/17 09:51 | 영화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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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섬머슴아 at 2008/03/17 10:44
음~~ 글을 잘쓰시네요. 저도 이 영화 보고 주저리 주저리 했는데, 음...챙피하네^^
Commented by anaki-我行 at 2008/03/17 11:18
영화 보다는 원작에 더 끌리더군요.
Commented by 디제 at 2008/03/18 09:40
섬머슴아님/ ^^;;;
anaki-我行님/ 영화가 보이는 단점들이 원작 소설에서는 존재하는지 여부가 궁금하긴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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